대법, 李 선거법 위반 ‘유죄취지 파기환송’… 전합 회부 9일만 속전속결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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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위크=최찬식 기자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이에 따라 해당 사건은 서울고법에서 파기환송심 판단을 받게 된다. 대선이 예정된 6월 3일 이전에 최종 결론이 나오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이재명 후보의 대선 출마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이 후보 입장에선 사법 리스크가 재부상하면서 남은 대선 레이스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대법 “김문기 골프, 백현동 발언 허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대법원장 조희대, 주심 대법관 박영재)는 5월 1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판결선고기일을 열고,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심리에 참석한 12명의 대법관 중 파기환송 의견은 10명이었으며 2명은 반대의견을 냈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021년 대선을 앞둔 시기, 방송토론회에 출연해 ‘성남 시장 시절,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고 발언하고, 국정감사에서 한국식품연구원의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이 ‘국토교통부 협박 때문’이라는 발언을 해 2022년 9월 선거법의 허위사실 공표죄로 기소됐다.

지난해 11월 1심 재판부는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지난 3월 2심은 “해당 발언이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날 이 후보가 지난 대선을 앞두고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골프를 함께 치지 않았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과 성남시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이 국토교통부 협박 때문이라는 발언을 한 것을 허위사실 유포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선, ‘김문기 관련 발언 중 골프 발언’을 “허위사실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골프 발언이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그 의미를 확정하면, 골프 발언은 ‘피고인이 김문기와 함께 간 해외출장 기간 중에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원심이 판단한 것과 같이 다의적인 의미로 해석되지 않는다”면서 “피고인은 김문기 등과 함께 간 해외출장 기간 중에 김문기와 골프를 쳤으므로, 골프 발언은 후보자의 ‘행위’에 관한 ‘허위의 사실’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백현동 발언과 관련해서도 대법원은 “국토교통부가 성남시에 직무 유기를 문제삼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피고인이 허위 발언을 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백현동 관련 발언은 ‘사실’의 공표이지 단순히 과장된 표현이거나 추상적인 의견 표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면서 “백현동 관련 발언은 후보자의 ‘행위’에 관한 ‘허위의 사실’에 해당한다”고 했다.

대법은 “원심이 ‘김문기 관련 발언 중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의 의미를 잘못 해석하고, 잘못 해석된 발언의 의미를 전제로 허위사실공표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해 이 두 발언을 무죄로 판단한 것에는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이 규정한 허위사실공표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표현의 의미는 후보자 개인이나 법원이 아닌 일반 선거인의 관점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언급한 재판부는 “후보자가 공표한 내용이 ‘허위의 사실’인지, ‘세부에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에 불과한 것인지, 그 내용이 후보자의 공직 적격성에 대한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좌우할 수 없는 부수적이고 지엽적인 부분인지, 아니면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중요한 부분인지를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전원합의체 심리 2번 만에 합의  

이번 상고심 선고는 지난 3월 28일 검찰의 상고가 접수된 지 34일 만에 이뤄졌다. 전원합의체(전합)에 회부된 지 9일 만이다. 9일 동안 심리는 두 번 진행됐다. 대법원에 접수되는 선거법 사건이 선고까지 평균 90일 정도가 걸리는 걸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다.  

재판부는 이 같은 논란을 인식한 듯, 선고가 끝난 후 보도자료를 통해 재판 절차와 관련한 설명을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른 재판에 우선하여 선거범의 재판은 신속히 할 필요가 있다”고 운을 뗀 뒤 “대법원에 사건이 접수된 이후 신속하게 제1심과 원심 판결문, 공판기록을 기초로 사실관계와 쟁점 파악에 착수하고, 검사의 상고이유서와 변호인 답변서, 의견서가 접수되는 대로 지체 없이 파악, 검토하였으며, 허위사실공표죄에 관하여 이미 축적된 많은 판례와 법리, 그 토대가 된 국내외 연구자료 등에 더하여 이 사건 쟁점에 관한 입체적이고 심층적인 추가 검토를 집중적으로 행하였고, 이를 토대로 치열한 토론을 거쳐 신속하고 충실하게사건을 심리하여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공직선거에 관한 신속 재판 사례는 외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며 미국 연방대법원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전원합의체 회부 9일만에 속전속결로 이뤄진 판결이라는 데 따른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의 흔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편 김문수·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한목소리로 “이재명 후보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로지 국민만 믿고 당당하게 나아가겠다”면서 “국민의 삶을 결정하는 일은 정치가 하는 것도, 사법부가 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 국민이 한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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