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서울 강남구 압구정 재건축 대어(大魚)인 압구정2구역을 둘러싸고 벌써부터 잡음이 일고 있다. 해당 수주단지를 관할하는 강남구청이 참여 시공사와 '정비사업 수주 문화 선진화를 위한 상생 협약(정비사업 상생협약)'을 맺었지만 무용지물이 됐다.
1일 압구정2구역 조합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강남구청은 앞서 압구정2구역 참여 시공사들과 정비사업 상생협약을 맺어 수주문화 선진화를 협의하고 있다. 협약에는 '개별적인 홍보 금지'와 '금품·향응 금지' 등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일부 시공사가 조합원을 상대로 불법 홍보물 배포, 개별홍보관 운영, 자사준공 사업지 투어, 선물 제공 등 협약을 위반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조합원 제보에 따르면 이 같은 행보를 펼치는 곳은 삼성물산으로, 조합 사전 승인 없이 홍보물을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포된 자료는 과거 한남4구역 수주전 당시 제작됐던 홍보 책자로, 당시에도 조합 승인을 받지 못해 폐기됐던 것인데, 이를 압구정 조합원들에게 다시 유포하다 덜미가 잡혔다.
조합은 즉각 '승인받지 않은 자료를 사용하지 말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한 조합원은 "조합원에게 제공되는 모든 자료는 사전 검토와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삼성물산은 이를 알면서도 홍보를 강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삼성물산은 조합원들을 상대로 자사가 시공한 래미안 원베일리와 원펜타스 견학 투어까지 주선한 정황도 포착됐다. 복수의 조합원 증언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압구정2구역 조합원들을 검정색 벤츠 스프린터 차량으로 일대의 원베일리와 원펜타스 단지로 안내, 조경과 커뮤니티 시설 등을 선전했다. 투어를 마친 조합원들에게는 자사 로고가 들어간 쇼핑백을 건네기도 했다.
개별 조합원들을 특정 장소로 초대해 자사 준공 사업지를 투어하고 기념품을 제공하는 행위는 정비사업 상생협약에서 금지한 '금품·향응 금지' 조항에 위배된다. 상생협약에는 입찰 참여 건설사들의 사전 홍보 자제와 금품·향응 제공 금지, 페어플레이 준수 등의 조항이 담겨 있다. 특히 해당 협약에는 '개별적인 홍보 금지 및 위반 시 해당업체 입찰 참가 무효'의 조항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안을 두고 행정당국의 미온적 대응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 상생협약까지 이끌어냈지만, 정작 현장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가 유야무야되면서 협약의 권위가 실추되고 있어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합원은 "구청이 보여주기식 협약만 맺어놓고 정작 관리감독은 손놓고 있다"며 "협약 정신을 살리느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행정당국의 의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측은 "시공사 선정 작업이 아직 시작되지 않은 상황이라 현장에서 어떤 식으로 홍보가 이뤄지는지 점검을 해보겠다"면서도 "정비사업 상생협약을 위반할 일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6월 시공사 선정 절차에 들어갈 압구정2구역(2조4000억원) 정비사업은 1982년 준공한 신현대 아파트 9차·11차·12차 단지가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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