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유의 ailleurs] 영화가 끝난 뒤에도 이 아이들은 계속 살아 숨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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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해피엔드'
[칼럼니스트 강미유] 지진, AI 감시, (일본)국가 통제, 시위, 헤이트 스피치(혐오 발언), 인종 차별 등 여러 가지 화두가 동시에 쏟아진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조금 피곤하다. 생각하기를 귀찮아하는 정신은 썩었다.

 

네오 소라 감독 영화 <해피엔드>가 4월 30일 개봉했다. 결말을 먼저 궁금하게 하는 제목이지만 이 칼럼에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챗GPT에게 ‘고마워’라고 말하는 인간과 그렇지 않은 쪽 2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고 했던가. <해피엔드>가 행복한 결말이라고만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행복은 끝났다고 떠올리는 사람이 있겠다.

 

영화 <해피엔드> 속 음악 동아리 멤버 유타(쿠리하라 하야토)와 코우(히다카 유키토)는 어렸을 때부터 함께 커온 단짝 친구다. 영화의 시작은 청춘물 그 자체다. 디제잉과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을 좋아해서 미성년자가 출입 불가 클럽에 몰래 들어가는 동아리 친구들 모습은 설레던 청춘 시절을 추억하게 한다. 여기에 DJ 유스케 유키마츠의 테크노, 하드 댄스, 익스페리멘탈 등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파격적인 믹스 음악이 귀를 파고들며 도파민 분비 증가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내 경찰에 함께 붙잡힌 둘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일본인 유타가 쉽게 훈방되는 반면에 재일조선인 코우가 체류 자격증 시비에 휘말려 차별받는 상황이다.

 

  영화 '해피엔드'

보는 자리가 다르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고 했다. 유타와 코우는 서로 다른 입장에 있기 때문에 우정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유타는 여전히 음악과 친구들만이 전부인 것처럼 보이고, 세상에 대한 소극적 비관 속에서도 일상의 즐거움을 향한 천진한 욕구를 잃지 않는다. 코우는 같은 반 친구이자 열정적인 운동가 후미와 새롭게 어울리며 자신이 속한 일본 사회의 뿌리 깊은 부조리를 바꿔야 한다고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이처럼 둘은 다른 시선으로 인해 서로 평행선 위로 나아간다. 그러나 코우는 불의를 외면하지 않고 함께하는 연대의 용기를 배우고, 유타는 가장 소중한 친구를 지키기 위해 희생도 마다않으며 더욱 단단한 우정을 쌓아간다.

 

네오 소라 감독은 “우정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이며, 우정은 때로 가족이나 사랑하는 이와의 관계만큼이나 중요하다”며 “어떤 때는 사랑하는 이와 관계 같기도, 가족 간 관계 같기도 해서 이러한 우정의 역동성에 대해 집중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고베에서 촬영한 <해피엔드>는 근미래를 다룬 SF영화라고 했으나, 지금 현실의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문제들을 동시에 들이민다. 그러면서 네오 소라 감독은 영화 내내 우리에게 “당신은 어떤 선택을 했냐?”고 묻는다.

 

네오 감독은 “해피라는 단어가 주는 에너지에 종말의 느낌을 주는 어미를 결합했다”며 “젊은 이들의 활기찬 에너지와 그들이 살아가는 어두운 세계의 대조를 함께 담아내 디스토피아 속에서 자신들만의 희망을 잃지 않는 청춘의 순간을 그려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영화 '해피엔드'

|삶은 다른 곳에 있다. 때때로 예술영화, 독립영화, 다큐영화 등 다양성 영화를 만나러 극장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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