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인공지능(AI)의 진화는 어디까지 왔을까. 자기소개서 작성과 운동 계획 짜주기, 사소한 말싸움 분석 및 해법 제공까지 분야를 뛰어넘어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인간의 삶에 깊숙이 침투한 AI가 이제는 인간의 또 다른 친구가 됐다. 인간을 도와주던 조력자의 역할에서 벗어나 이제는 창작자의 역할로도 나서고 있다.
이미지와 영상 생성을 해주던 AI가 이제는 숏폼도 제작한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는 지난 22일 AI가 제작하는 웹툰 숏폼 영상인 '헬릭스 숏츠(Helix Shorts)'를 론칭했다. '헬릭스 푸시(Helix Push)' '헬릭스 큐레이션(Helix Curation)'에 이은 세 번째 AI 기술 기반 서비스다. 영상 제작 자동화 기술을 통해 콘텐츠 탐색 방식을 새롭게 제시해준다.
기업은 시간과 비용적인 효율화를 꾀했다. 카카오엔터는 헬릭스 숏츠로 이를 자동화하며 제작 속도와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였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숏츠 한 편당 약 3주의 제작 기간과 200만원 가량의 비용이 들었다. 하지만, 헬릭스 숏츠를 활용하면 약 3시간 만에 6만원 수준으로 제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시간은 168배 단축됐고, 비용은 33.3배 절감됐다. 놀라운 효율이다.
기업이 AI의 도입에 쌍수를 들고 반기는 이유다. 그러나 창작물을 제공하는 엔터사가 AI를 통해 창작물을 제작한다는 점에서 가장 원론적인 창의성과 저작권의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AI는 창작의 영역을 침범할 수 없다고 누가 그랬는가. 다수의 웹툰 작가들이 AI를 도입해 만화를 그려내고 있다. 스토리 및 대사 생성 뿐만 아니라 이미지 생성 AI인 미드저니(Midjourney),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 DALL·E 등을 활용해 캐릭터 디자인, 배경 이미지, 콘셉트 아트 등을 자동으로 생성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더 이상 미디어 콘텐츠 분야에서도 AI를 빼놓고 일할 수 없는 분위기"라며 "요즘 추세를 보면 예술 분야는 물론이고 심리 상담까지도 AI에게 부탁한다"고 말했다.
분야를 막론하고 AI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는 디지털 콘텐츠 산업에서 인공지능의 활용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분석한다. 함민정 고려대학교 정보문화연구소 전임연구원의 '웹툰 창작에서의 인공지능 활용 사례와 시사점' 리포트에 따르면, 네이버 웹툰은 AI 페인터를 도입해 사용 중이다.
AI 페인터에서 작가가 색을 선택하고 채색을 원하는 곳에 터치하면 인공지능이 그림에 색을 입혀주는 방식이다. 네이버는 약 30만개 웹툰 데이터를 활용해 자사 딥러닝 모델에 캐릭터의 얼굴, 신체, 배경 등 각 영역의 특징을 학습시킴으로써 그림 채색 자동화 시도를 하고 있다.
이어 작가들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시간과 에너지를 채색에 소비하는 대신 스토리 발굴과 작화에 집중할 수 있다고 봤다. 지난 2023년 넷플릭스 드라마로 제작된 웹툰 '이두나!' 원작자인 민송아 작가도 AI 페인터에 대해 번거로운 채색 작업을 신속하게 마무리할 수 있어 감사한 기술력이라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창의성 및 저작권 문제를 두고 AI 기술의 활용과 도입에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여론도 존재한다. 일례로 지난 2023년 네이버 웹툰의 '지상최대공모전'에서 인공지능으로 제작된 웹툰 '팝콘예술학교'가 등장해 논란을 빚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낮은 작화 퀄리티로 제작된 것이 문제였다. 네이버는 공모전 1차 접수 단계에서 인공지능 창작 작품을 허용한다고 발표했지만, 이 사례를 통해 2차 접수 단계부터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AI의 도입을 통해 과정과 비용을 효율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건 좋지만, 예술은 엄연히 창작의 자유와 저작권이 존중받아야 하는 분야다. AI의 사용으로 인해 창작의 권리 및 저작권 침해가 발생한다면 분명한 제재가 필요하다. 이는 예술의 질적 향상을 위한 길임에도 마찬가지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창작의 바다를 누빌 수는 없다. 끝없는 상상과 자유, 또 다른 세계를 열어주는 교두보인 창작의 달콤함을 보존하는 것이 앞으로도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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