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교보생명이 저축은행업계 1위사인 SBI저축은행을 인수하며 저축은행업에 진출한다.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금융지주 전환 계획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가운데 교보생명의 ‘몸집 불리기’ 행보에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지주 전환 추진 본격화”
교보생명은 지난 28일 이사회를 열고 SBI저축은행 지분 50%+1주를 오는 2026년 10월까지 단계적으로 인수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교보생명은 SBI저축은행 최대주주인 일본 종합투자금융그룹 SBI홀딩스로부터 지분을 매입할 예정이다. 인수 금액은 약 9,000억원이다.
SBI홀딩스는 현재 자사주 14.77%를 제외하고 SBI저축은행의 지분 85.23% 지분을 보유 중이다. SBI홀딩스는 2013년 현대스위스저축은행(현 SBI저축은행)을 인수하며 국내 저축은행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SBI저축은행은 국내 저축은행 업계 1위 저축은행사로 우량 매물로 평가받는다. SBI저축은행은 국내 저축은행 업계 1위 저축은행사로 우량 매물로 평가받는다.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은 14조289억원, 자본총계는 1조8995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순이익은 808억원을 기록했다.
SBI저축은행은 2021년 3,495억원, 2022년 3,28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수익성을 보이다가 최근 2년간은 업황 침체로 순이익이 대폭 감소세를 보였다. 다만 업권 전체가 2년 연속 적자를 낼 정도로 안 좋았던 상황을 감안하면 선방한 실적으로 평가된다.
건전성 지표도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SBI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6.36%를 기록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7.24%로 나타나 안정적인 수준을 보였다.
교보생명은 단계적으로 SBI저축은행 지분을 취득할 예정이다. 우선 금융당국의 대주주 승인을 받은 후 하반기 중으로 30%(의결권 없는 자사주를 감안한 실제 의결권 지분 35.2%)의 지분을 취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금융지주사 전환 맞춰 2026년 10월말까지 50%+1주(의결권 58.7%)를 인수할 방침이다.
이번 M&A는 교보생명과 SBI홀딩스의 전략적 협력 관계의 결과로 평가된다. SBI그룹은 2007년 교보생명 지분을 약 5% 취득한 것을 시작으로 교보와 협력을 확대해왔다. 그간 양사는 우리금융 인수 추진, 제3인터넷은행 설립 논의, 디지털 금융 협력 등 주요 사업에서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 “SBI홀딩스와 전략적 협력 공고히”
SBI홀딩스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교보생명 측의 백기사 참여를 결정하기도 했다. 지난달 SBI홀딩스는 사모펀드 어피니티가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9.05%를 인수한 데 이어, 최근 교보생명의 재무적투자자(FI)들이 보유한 지분을 추가로 인수해 보유 지분율을 2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신 회장과 재무적 투자자와의 오랜 풋옵션 분쟁도 일단락 수순을 맞게 됐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풋옵션 분쟁이 사실상 일단락되면서 금융지주 전환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며 “저축은행업 진출은 지주사 전환 추진과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이며 향후 손해보험사 인수 등 비보험 금융사업 영역 확대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보생명은 2023년 2월 금융지주사 전환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측과 풋옵션 분쟁이 장기화하면서 그간 금융지주사 전환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다만 최근 풋옵션 분쟁이 해소 국면에 접어든 만큼 금융지주사 전환 계획에 속도를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교보생명은 SBI홀딩스와의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할 방침이다. SBI저축은행 경영권 인수 작업이 마무리된 후에도 당분간 공동 경영 체제를 유지할 계획이다.
교보생명 측은 “2027년부터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상당기간 공동경영을 할 계획”이라며 “1등 저축은행으로 키운 현 경영진을 교체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교보생명은 기존 보험 사업과 저축은행 간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보험 계약자들에게 저축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저축은행 고객들에게는 보험 상품을 연계해 편의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양사의 강점을 결합해 대고객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SBI저축은행 계좌를 보험금 지급 계좌로 활용하고, 보험사에서 대출이 거절된 고객을 저축은행으로 유입해 가계여신 규모를 1조6,000억원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SBI저축은행의 예금을 교보생명의 퇴직연금 운용 상품으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시너지 확대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교보생명이 저축은행사 인수를 시작으로 사업 다각화 및 금융지주사 전환 계획이 순항을 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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