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캐딜락이 최근 야심차게 출시한 풀사이즈 SUV 5세대 에스컬레이드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이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계약이 시작된 출시 첫 날, 준비된 초도물량 약 3개월분이 전부 계약돼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캐딜락 더 뉴 에스컬레이드 시승행사에서 체험해본 결과 실용성이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느껴져 아쉬움이 남았다.
지난 24일 캐딜락은 더 뉴 에스컬레이드 시승행사를 개최했다. 시승은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리조트에서 출발해 강원도 춘천까지 편도 약 62㎞ 구간이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도로 위의 탱크’라는 별명을 가진 자동차다. 거대한 차체가 뿜어내는 위압적인 분위기, 우렁찬 엔진음 및 배기음, 큰 덩치에 걸맞게 기름도 많이 먹는 등 탱크와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신형 에스컬레이드도 압도적인 덩치가 매력적이다. 전면부의 거대한 라디에이터그릴, 커다란 24인치 휠과 타이어, 높다란 보닛 높이와 차체, 길쭉한 차체 길이 등 큰 덩치에서 풍기는 압도적인 분위기가 압권이다. 또 부분변경 전 5세대 모델에 비해 보다 세련된 모습의 입체적인 헤드램프 및 주간주행등이 인상적인 요소다. 외관 디자인을 보면 누구나 ‘멋있다’라는 말을 할 정도다.
이 차량은 대통령 의전·경호차량으로 사용되는 모델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만큼 실내 공간도 널찍하고 2열 탑승객의 편의 위주로 만들어진 만큼 시승 간 2열에 탑승하는 기회도 있었다.
에스컬레이드의 2열은 널찍하고 시트가 편안했다. 또 2열 시트 사이 콘솔박스를 열면 접이식 테이블이 수납돼 있고, 2열 좌우로 각각 테이블을 펼칠 수 있다. 이와 함께 1열 시트 후방에는 모니터가 설치돼 있어 2열 탑승객의 편의성을 높였고, 2열 독립식 공조장치, 수납식 스마트폰 무선충전 패드 2구, 2열 탑승객 편의를 위한 실내용 슬리퍼 등을 마련했다. 2열에는 별도로 헤드셋이 마련돼 사운드를 완전히 독립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 파노라마선루프 면적도 널찍해 2열 탑승객의 개방감도 뛰어나다.

2열의 승차감은 무난하다. 차체 덩치가 큰 만큼 고속도로 구간에서 약간 꿀렁이는 등 흔들림이 살짝 느껴지지만 엔진소음이나 배기음, 노면 소음 등은 불편하지 않은 정도다. 시트도 편안해 장거리 주행에도 피로가 크지 않을 것으로 느껴졌고 휴식을 취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운전을 할 때는 저속에서 초반 가속이 다소 느리게 느껴졌다. 차량 무게가 공차중량 기준 2,830㎏, 2명의 승객이 탑승할 경우 3톤에 육박하는 무게인 만큼 초반 출력이 약간 부족한 것 같다. 70∼80㎞/h 이상으로 속도를 높인 후에는 무난한 가속 성능을 보였으며 100㎞/h 이상의 고속 주행에서는 속도감을 거의 느끼기 힘든 수준으로 안정적인 주행을 이어갔다. 제동 성능은 차체 무게가 무거운 만큼 소형차량을 운전하는 것보다는 브레이크를 보다 일찍, 깊이 밟아야 안정적인 감속과 정차가 가능하다.

여기까지는 대체로 만족스럽다. 다만 기능적인 부분에서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특히 에스컬레이드는 2열 탑승객의 편의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만들어진 의전용 차량임에도 2열 탑승객이 모니터를 이용해 조작할 수 있는 기능은 제한적이라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우선 2열 탑승객이 1열 후면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조작할 수 있는 기능은 △오디오 헤드셋 연결 조작 △속도계 및 주행 가능한 거리, 트립정보(누적 주행거리) △HDMI 연결로 노트북 및 태블릿PC 화면 미러링 등에 불과하다. 의전용 차량이라 함은 2열 탑승객이 모니터를 이용해 원하는 화면을 켜고, 오디오 볼륨 조작, 오디오 고음·중음·저음 등 이퀄라이저 조작 등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에스컬레이드 2열 모니터에는 이러한 기능이 없다.

또 2열의 경우 일반적인 경우 시트 사이 콘솔박스에 물건을 수납할 수가 없다. 접이식 테이블이 콘솔박스에 수납돼 있어 여유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2열 콘솔박스를 수납함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테이블을 매번 빼서 펼쳐둬야 한다.
아울러 2열 시트에서는 아쉬운 점으로 ‘허벅지 받침대’가 없다는 점이다. 차량을 장시간 탑승하는 경우 다리가 뭉치는 등 피로가 누적되는데 허벅지 받침대는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장치다. 그러나 에스컬레이드 2열에는 의전용 차량이나 일반 플래그십 세단·SUV에서 찾아볼 수 있는 허벅지 받침대 기능이 없다. 특히 에스컬레이드를 구매하는 이들을 보면 키가 큰 이들이 적지 않은데, 이들이 2열에 탑승할 경우 다리가 약간 접힌 채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을 것으로 느껴졌다.

운전석에서 차량을 직접 운전할 때도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우선 55인치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점은 겉으로 봤을 때 ‘우와’하고 감탄하게 만드는 요소다. 그러나 실제로 운전을 할 때는 굳이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해야 했는지, 또 가로로 긴 55인치 크기의 디스플레이를 왜 사용해야 하는지는 이해하기 힘들다.
55인치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왼쪽 운전석 끝부터 오른쪽 동승석 끝까지 쭉 이어져 있고 활처럼 휘어진 형태인데, 이 때문에 운전석 앞에 운전자 중심으로 설계돼야 하는 계기판마저 약간 굽어있다. 이 때문에 약간 시인성이 떨어진다고 느껴졌다. 또한 활처럼 휘어 있는 디스플레이 덕에 중앙에 위치한 메인 디스플레이가 운전석에서 멀게만 느껴졌는데, 안드로이드오토·애플카플레이 내비게이션을 터치로 조작할 때도 불편한 점이 일부 존재했다.

여기에 동승석 대시보드에 설치된 모니터는 2열 모니터와 똑같이 조작할 수 있는 기능이 제한적이다. 물론 HDMI 연결선을 이용하면 작은 스마트폰 화면을 미러링으로 띄울 수 있다. 다만 최근 메르세데스-벤츠나 아우디 등 동승석 모니터를 탑재하면서 동승석 모니터로 웹서핑, 유튜브 영상 재생 등을 할 수 있도록 한 것과 비교하면 에스컬레이드 1열 동승석 모니터는 기능적인 면에서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1열과 2열 도어를 실내에서 터치패널을 조작해 열고 닫을 수 있는 점은 신기한 기능이다. 다만 캐딜락 에스컬레이드가 진정 2열 탑승객을 위한 ‘의전용 차량’이라고 하려면 2열 탑승객이 보다 편안하게, 주도적으로 기능을 조작할 수 있도록 기능을 업데이트한다면 더 좋을 듯하다.
한편,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덩치가 풀사이즈 SUV지만, 시승 간 고속 주행에서 연비는 7∼8㎞/ℓ 수준을 기록했다. 덩치를 감안하면 준수한 편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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