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 = 박미리 기자] 비영리 사단법인 루트임팩트는 2012년 설립돼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회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세상을 조금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체인지메이커(Changemaker)를 발굴하고, 이들이 지속가능하게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사람들이 선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미션과 ‘누구나 사회·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든다는 비전으로 세상의 변화에 앞장서는 루트임팩트 허재형 대표, 선종헌 DEI 이니셔티브 팀장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기사는 2회에 걸쳐 게재한다.
▲(왼쪽부터) 루트임팩트 허재형 대표, 선종헌 DEI 이니셔티브 팀장.[사진=박미리 기자] |
- 루트임팩트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루트임팩트는 2012년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사회·환경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는 체인지메이커(Changemaker)를 발굴하고 지원하며 이들이 지속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루트임팩트의 주요 성과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설립 초기, 체인지메이커들이 서로 돕고 배우며 필요한 자원과 정보를 집약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필요성을 고민했고, 성수동을 중심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민간 사회혁신 클러스터 ‘헤이그라운드’를 설립하며 성수동에 자리 잡게됐습니다.(현재 헤이그라운드는 성수시작점, 서울숲점 등 2개의 지점이 운영되고 있다) 그 결과 실제 성동구에 기반을 둔 소셜벤처의 수만 봐도 2016년 153개에서 2024년 560여개로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또한 경력보유여성의 문제를 콜렉티브 임팩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재단과 소셜벤처, 비영리조직 등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경력보유여성의 사회복귀를 돕는 임팩트커리어 W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많은 지자체들에서 경력보유여성에 대한 조례를 제정했고, 돌봄 노동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는 등 공공 부문에서의 경력보유여성에 대한 정책·제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루트임팩트는 필란트로피(Philanthropy, 사회 문제를 구조적으로 변화시키는 조직에 자금 등을 지원하는 것) 차원의 움직임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지난 수년간 임팩트 생태계를 조성하며 다양한 실험과 협업을 지속해 왔고, 지속가능하게 사회에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사업 모델이나 실행 주체도 중요하지만, 변화의 취지에 공감하며 장기적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자본의 존재가 필수적입니다. 이에 기존 자선 자본이 사용되는 방식을 혁신하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사회·환경 문제 중심의 협력, 임팩트 조직의 지속가능한 성장, 시스템의 변화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필란트로피의 쓰임과 접근 방식을 재설계 하려고 합니다. 단순한 재정 지원이 아닌 전략적 파트너로서 임팩트 가속화에 기여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기존의 자선 자본이 의미가 없다는 말은 아니며, 새로운 형태의 자선 자본이 필요하다는 취지입니다.
▲(왼쪽 부터) 루트임팩트가 운영하는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 서울숲점.[출처=루트임팩트] |
- 루트임팩트는 과거 주로 소셜벤처를 지원하는 역할을 많이 해오셨습니다. 그러다 최근 몇 년 새 임팩트 필란트로피기금, 헤이그라운드 비영리 멤버십 등 주로 비영리조직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사실 소셜벤처 지원보다 비영리조직 지원이 더 많아진 건 아니에요. 대표적으로는 헤이그라운드 입주사 중에서도 75%~80%는 여전히 영리기업이고요. 20%~25%는 비영리조직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비영리조직 지원에 대한 비중이 늘어난 건 사실이죠. 약 3년 전, 그러니까 2022년경부터 비영리조직에 대한 지원을 늘려나갔고, 그 계기는 2022년이 루트임팩트가 10주년이 되는 해였어요. 그런데 루트임팩트 스스로의 역할과 정체성은 임팩트 생태계 조성자의 역할이었기 때문에 10주년을 맞아 다음 10년에 대한 비전과 방향성을 생각하게 됐거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임팩트 생태계가 10년 뒤에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는가에 대한 질문이 우리의 다음 10년을 비저닝(Visioning)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질문이었습니다.
우선 기본적으로 임팩트 생태계에서는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종류의 생태계간 생태계가 획일화 되면 잠깐은 좋을 수 있지만, 사실 장기적으로는 쇠퇴의 길을 걷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요. 그러면서 영리, 비영리에 대한 구분이나 조직 규모와 상관없이 해결하려는 사회문제의 주제나 종류가 다양한 사람들과 조직들이 생태계에서 어우러지면서 공존할 수 있는 생태계를 생각했고요. 돌아보니 사회적기업, 임팩트투자, 소셜벤처 등에 대해 정부의 지원은 늘었는데, 비영리조직에 대한 지원이나 제도 체계는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외형적으로 생태계 자체는 성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투자나 지원을 받기 어려운 형태로 조직이 운영되면 소외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임팩트 투자사들도 있지만, 조직이 작동되려면 비영리조직을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도 하고요. 적어도 저희와 가까운 지원기관 성격의 조직 중에 루트임팩트는 비영리조직의 형태인 거예요. 그러면서 누군가는 해야 할 역할을 (비영리조직인) 우리가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비영리조직을 지원하게 된 거죠.
그렇지만 법적으로 조직의 형태가 비영리나 아니냐는 여전히 가장 중요한 질문이 아니에요. 핵심은 임팩트 생태계로 유입되는 여러 자본에서 소외되어 있는 조직을 서포트하겠다는 게 본질이고요. 그것이 대표적으로 표상되는 게 비영리조직이었던 거지 반드시 비영리조직이어야 한다는 건 여전히 아니에요.
▲DEI 이니셔티브 팀이 진행하는 경력보유여성을 위한 리부트캠프8기 발대식 현장.[출처=루트임팩트] |
- 소셜임팩트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조직들이 지치지 않고 갈 수 있도록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주세요.
(선종헌) 10년 전 처음 루트임팩트를 설립하면서 자주 들었던 말이 떠오르네요. 당시 저희의 두 분의 리더께서 하셨던 말들이 ‘대표는 너무 외롭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특히 체인지메이커들도 너무 어렵기 때문에 더 독립적인 환경에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의지하면서 조금 더 많은 임팩트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취지의 말씀 이셨던 걸로 기억해요. 사실은 다양성이 떨어지는 사회에서 (사회를 변화시키는) 조직을 만들고 운영해 간다는 커리어의 선택이 사실 일반적이지 않고, 사람들에게 정말 많은 설명을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이것이 지치게 하고,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린다는 것도 너무 잘 알고 있고요.
그런 면에서 ‘힘내세요’라는 말이 의미가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는데요. 그러면서도 커뮤니티의 힘을 확인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희가 비슷한 어려움과 지침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모이기만 해도 어느정도 지속가능성이 확보된다는 걸 목도한 것 같아요. 창업이나 폐업을 하는 모든 케이스가 한군데 모이기만 해도 힘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커뮤니티 안으로 들어오셨으면 좋겠어요. 창업가 개인 입장에서는 자신을 지지해 줄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거나 그런 커뮤니티에 소속되려고 노력하면 좋겠어요.
(허재형) 대표님들도 외롭다 지친다는 감점을 때때로 느끼실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조직 하나를 창업하고 운영하는 건 굉장히 오랜 시간이 필요한 긴 레이스잖아요. 그러니까 감정적으로 외롭고 지친 환경에 놓이다 보면 스스로 원치 않는 모습이 자꾸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대표님 스스로 잘 돌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것은 자신에 대해 공감해 줄 수 있는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힘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창업가들은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 등에게 적극적으로 기대라고 이야기해요. 또 다른 한편으로는 다른 조직의 대표나 리더들, 또 조직 안에서 동료들과 구성원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요. 사실은 일차적으로는 동료들이 지지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즉, 가장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 동료창업가들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동료들과의 관계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때때로 너무 힘든 부분이 있다면 약한 모습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동료들에게 적절하게 드러낼 수도 있는 리더십이 건강한 리더십이라고 생각합니다.
▲경력보유여성을 위한 리부트캠피 8기 수료식.[출처=루트임팩트] |
[루트임팩트 허재형 대표, 선종헌 팀장 인터뷰는 2편에 이어집니다]
맘스커리어 / 박미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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