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 = 박미리 기자] “무장애의 ‘장애’는 장애인에 대한 장애도 있지만 환경에 대한 장애에 대한 의미도 커요”
강민기 모아스토리 대표가 말했다. 그는 “계단을 오르내릴 때 (엘리베이터 등 이동수단이 잘 안되어 있으면) 직접 유아차를 들고 가는 경우가 많다. 나도 아이가 어릴 때 정말 많이 했다. 그럴 때 속으로 ‘내가 미끄러지면 우리 아이는 어떻게 되는 거지’라며 걱정을 많이 했었다”면서 “이것은 근본적으로 무장애 환경 부재의 문제다. 그런데 무장애라고 하면 장애인에게만 해당된다고 생각하니까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 |
▲무장애환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강민기 대표.[출처=모아스토리] |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으자.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모아서 함께 나누자’라는 생각을 했어요”
모아스토리는 휠체어, 유아차,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여행객, 이동이 어려운 노인 등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무장애 환경을 만드는 기업이다. 2015년 설립돼 2018년에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아, 올해 설립 10년 차를 맞았다.
강민기 대표는 과거 방송국 PD로 일했다. 어느 날 장애인, 이주민들과 함께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게 됐는데, 그때 장애인들의 일상에 밀착하게 되면서 장애인들이 얼마나 불편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지 놀랐다고 했다. 강 대표는 “PD로 일하면서 사람들에 대해 많이 관심이 많았다. 특히 나는 사람들을 볼 때 누구나 자신만의 장점이나 강점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사회는 무언가를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받는 사람도 오히려 줄 수 있다는 걸 이야기해 주고 싶었다”면서 “특히 장애인이나 다문화이주여성 등 다양하게 관심이 많았고, 이들과 무언가 함께 하고 싶은데 일방적으로 주고 싶지 않았다. 그냥 그분들이 모아스토리를 통해서 자신의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당시 함께 일했던 동료들 중 사회적기업에 관심이 있던 사람들과 힘을 모았고, 모아스토리를 설립했다.
![]() |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과 함께 유튜브 콘텐츠를 촬영하던 중 함께 사진 활영을 하고 있다.[출처=모아스토리] |
“모아스토리는 콘텐츠 기획회사에요”
얼마 전 모아스토리는 석촌호수 일대의 무장애 정보를 담은 ‘송리단길 여행이쉬울지도’를 공개했다. 봄꽃축제에 가려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축제를 즐겼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강민기 대표 역시 “휠체어나 유아차,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여행각들의 접근성이 높은 음식점, 카페 등을 선정해 표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 모아스토리의 주요 사업모델은 무장애지도 제작이에요?”
“아니에요. 굉장히 전방위적이라고 보면 돼요.”
강민기 대표는 “무장애 관광과 관련된 기획·교육·콘텐츠 제작, 영상제작을 한다. 그리고 무장애 관련 콘텐츠 외에도, 일반적인 콘텐츠에 무장애와 문화 다양성을 접목해서 확장해 나가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한다”고 했다.
그중 대표적인 게 최근 22번째로 선보인 무장애지도와 무장애관광 정보를 담은 유튜브 채널 ‘이지트립’이다. 강 대표는 “사실 우리 기업의 사업모델 중 교육사업의 비중이 크다”면서 “예를 들면 시각장애인을 위한 투어가이드 전문가 양성, 청각장애인을 위한 콘텐츠 제작 등이 있다”면서 “또 우리가 진행했던 사업 중 국립항공박물관과 함께했던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대상 투어 프로그램 운영 기획 개발 전문가 양성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이 전문가가 되기도 하고, 그들이 장애인과 여행을 할 수 있는 모든 환경을 만들어 주는거예요. 예를 들면 시나리오 작성, 코스 발굴, 테스트, 팸투어까지 전부 우리가 기획해서 운영까지 하는 거죠. 무장애여행과 관련된 모델은 맞아요.”라고 말했다.
![]() |
▲무장애환경 조사를 위해 해외에 방문했던 당시.[출처=모아스토리] |
모아스토리는 처음 휠체어 장애인들을 위주로 한 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다 최근에는 유아차, 노인 또는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또는 외국인 등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강 대표는 “기본적으로 무장애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거기에 유아차를 대여해 주는 곳이나, 수유실이 있는 곳 등의 정보를 덧붙이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저도 아이가 어릴 때 음식이 맛있는 곳을 가는게 아니라 이용하기 편해보이는 곳을 선택해서 간 적이 굉장히 많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식당을 갈 때 먹고싶은 메뉴를 먼저 고르잖아요. 그런데 휠체어를 타거나 유아차와 함께 하는 가족들은 내부가 넓은지를 먼저봐요. 화장실도 편해야 하고, 계단이 너무 많아도 안되고요. 무장애 지도에는 기본적으로 이런 내용이 들어가요. 왜냐하면 휠체어를 타는 분들이 방문하려면 유아차와 거의 동일하거나, 더 높은 기준의 환경이 있어야 하거든요. 그러니까 저희는 그걸 기준으로 무장애지도를 만드는 거고요.”
모아스토리가 선보인 무장애지도에는 턱이 5cm 이하이고, 내부가 넓어 앉아서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는 정보를 모았다. 사람들은 무장애지도를 보고 취사선택하면 된다. 이같은 정보는 포털사이트에서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게 강 대표의 설명이다.
“경사로를 설치하는 법 규정 중에서 경사로 끝에 휠체어가 멈출 수 있는 공간이 무조건 확보되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그렇지 않은 곳이 굉장히 많아요. 더구나 대부분 (매장) 문이 너무 무거워요. 생각을 해보세요. 유아차를 밀면서 경사로를 올라갔어요. 그런데 문이 자동문이 아니거나, (밀기) 무거우면 한 손으로 유아차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 문을 밀어야 해요. 그리고 이거랑 똑같은 상황을, 휠체어를 타면 경험하게 돼요.”
“저는 무장애 분야가 굉장히 트렌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예전에는 없던 것을 새로 만드는 거잖아요”(웃음)
강민기 대표가 웃으며 말했다. 그는 “우리가 AI를 보고 혁신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무장애가 혁신적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힘들었던 것들이 무장애를 통해 힘들지 않게 되는 것만으로도 정말 혁신적인 거다”라고 말했다.
![]() |
▲강민기 대표는 비장애인이지만 직접 휠체어를 타며 장애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간다. 이같은 모습은 콘텐츠로 생산하기도 한다.[출처=모아스토리] |
실제로 과거에 비해 ‘무장애’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준이 지금보다 조금 더 높아졌으면 좋겠다는 게 강 대표의 생각이다. 특히 무장애 환경을 만드는 게 없던 것을 도입하는 식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건’ 넘어간다는 것. 그는 “그렇게 하면 오히려 너무 힘들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을 아주 조금씩 가면서 힘을 계속 써야 한다. 그런데 애초에 기준을 세 걸음으로 만들면 그다음은 그 안에서 조율하면 된다”면서 “그런데 원래 없던걸 만들었으니 (기준에 한참 못미치는) 한 걸음만 가도 만족스럽다고 말한다. 이 정도만 해도 어디냐고. 애를 썼다고. 그런데 이왕 애를 쓸 거면 (실제로 효율성 있게 활용될 수 있도록) 확실하게 애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개선되려면 인식이 전환돼야 한다는 게 강 대표의 생각이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 단 한 명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을 만들겠다고 하는 순간 가치 있고 멋진 일이 된다는 것. 그는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을 해냈다’라는 인식을 가져야 하는데, ‘어차피 안 되는건데 이만큼 바꾼것만 해도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품질이 낮아진다”면서 “그래서 기준과 목표치를 지금보다 더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소신을 전했다.
“궁극적으로는 무장애 관광 등 무장애 관련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얻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모아스토리는 앞으로도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무장애 관련 지도, 영상 콘텐츠 등을 통해 다양한 무장애 관련 정보를 제공해 필요한 사람 누구나 언제 어디서건 손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예정이다. 이를 위해 무장애 관광 정보도 계속 수집하는 중이다. 그는 “지금은 해외의 무장애 관광 정보도 계속 수집하고 있다.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공개해서, 한국은 물론 그 외 전 세계 어디에서나 무장애 관광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웃었다.
맘스커리어 / 박미리 기자 [email protected]
Copyright ⓒ 맘스커리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