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트럼프 행정부의 중간선거 참패에 미국 산업 주요 정책도 대격변이 일어날 전망이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IT산업 내 미국 정치 기조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해 온 AI인프라 확충 정책과 반도체 산업 지원, 대중국 수출통제 등이 주요 변수다. 특히 국내 반도체 업계에 미칠 영향이 적잖을 것으로 전망된다.
◇ 美 데이터센터 규제 확대 예상… 반도체 산업에 미칠 영향은
미국 중간선거 결과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것으로 보이는 국내 산업은 ‘반도체’다. 미국 내 ‘AI데이터센터’ 확장 산업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미국 민주당 입장은 공식적으로 데이터센터 건설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폭발적인 건설 추진과는 확실히 선을 긋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AI 데이터센터 건설이 위축될 경우 국내 반도체 산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Gartner)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반도체 매출에서 AI 데이터센터 관련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6.5%로 추산된다. 오는 2030년에는 이 비중이 53%에 이를 전망이다.
스탠퍼드대가 발표한 ‘2026 AI Index’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 AI데이터센터는 5,427개다. 전 세계 약 47%에 달하는 규모다. 따라서 미국의 데이터센터 건설이 지연될 경우 AI 가속기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서버용 D램 등의 수요 증가 속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의 핵심 시장이기도 하다. SK하이닉스의 2025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매출은 약 66조8,851억원이다. 전체 매출의 68.9%이다. 증권가 보고서들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미국 수출 비중은 약 30% 수준으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보다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지만 상당한 규모의 매출 규모로 추정된다.
미국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맞물려 국내 반도체 수출도 크게 증가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국내 ICT 수출액 자료를 살펴보면 그 추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7월 트럼프 정부의 행정명령 발표 당시 국내 반도체 수출액은 147억2,000만달러였다. 이후 올해 9월 603억3,000만달러로 310% 증가했다. 정부 기관들은 글로벌 AI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고부가 반도체 수요 증가와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 등을 주요 성장 요인으로 분석했다.
업계 전문가들도 중간선거 이후 미국의 AI 데이터센터 건설이 지연되거나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 보험·금융그룹 알리안츠의 경제연구조직 ‘알리안츠 리서치’는 4일 선거 직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중간선거 이후 미국의 AI 데이터센터 건설이 지연되거나 비용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다만 업계에선 데이터센터 건설 지연이 곧바로 반도체 수요 감소를 의미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사업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거나 건설 일정만 변경될 경우 장기적인 반도체 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지난 4일 중간선거 분석 보고서에서 “미국 주 정부의 데이터센터 건설 규제가 강화되면서 일부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면서도 “AI산업 전반의 설비투자 확대 흐름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AI 투자 불확실성 확대… 증권가 “메모리 수요 감소 단정 일러”
미국 AI데이터센터 확장 위축 우려 속, 국내 반도체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5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동반 하락했다.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만1,500원, SK하이닉스는 126만4,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각각 전일 대비 7.57%, 9.46% 하락한 수치다.
여기에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는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공화당뿐만 아니라 민주당도 중국과의 AI패권 다툼을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도 지난달 20일 발표한 ‘2026 미국 중간선거 전망과 통상·산업정책 영향 분석’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기술 이전을 경계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더라도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가 완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때문에 중간선거 이후에도 중국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운영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지난해 8월 두 기업의 중국 공장에 적용하던 포괄적 수출허가 특례(VEU)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미국산 반도체 장비와 기술을 중국 현지 공장에 반입하려면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사업 자체가 흔들리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AI인프라 투자 확대 추세가 이어지는 만큼, 단기적인 미국 데이터센터 건설 지연이 곧바로 HBM과 서버용 D램의 수요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4일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현재 부각된 우려는 민주당의 의회 장악과 주요 주지사 선거에 따른 AI데이터센터 규제 강화 가능성”이라며 “텍사스 등 주요 데이터센터 건설 지역의 인허가 제한과 전력망 비용 부담 확대가 AI 설비투자 지연, 나아가 메모리 수요 둔화 및 평균판매가격(ASP)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당이 연방 의회를 장악하더라도 대통령 거부권과 미중 AI 패권 경쟁의 전략적 중요성을 고려하면 AI 투자 자체를 중단시키기는 것은 불가능한 구조”라며 “특히 장기공급계약 확대와 제한적인 메모리 생산능력 고려 시, 일부 프로젝트의 집행 지연만으로 메모리 ASP 하락을 단정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양현경 iM증권 연구원은 5일 보고서에서 “데이터센터 건설 일정과 반도체 발주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AI 인프라 관련주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며 “특히 실제 수요 둔화가 확인됐다기보다 AI 투자 확대를 제약할 수 있는 정책 변수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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