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하는 ‘블루웨이브’가 현실화됐다. 민주당은 의회 상·하원뿐 아니라 주지사 선거에서도 과반을 확보하며 정국 주도권을 쥐게 됐다. 이번 선거 결과 영향으로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규제 강화 우려가 커진 가운데 국내 주요 증시는 5일 크게 휘청였다. 시장에선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 한 당분간 투자심리 위축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 미국 데이터센터 투자 지연 우려… 코스피·코스닥 ‘폭락’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일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5.28% 하락한 5,383.80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는 1.82% 내린 5,580.09에 출발해 낙폭을 확대했으며, 한때 6.10% 급락해 5,336.88까지 밀리기도 했다. 오전 10시 16분께 코스피200 선물이 5% 넘게 떨어지면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매도 사이드카는 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을 5분간 멈추는 조치다.
코스닥 시장에도 급락장이 이어져 오후 2시 27분께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코스닥 지수는 전장 대비 0.20% 내린 뒤 출발해 낙폭을 키웠다. 코스닥지수는 전장 대비 5.11% 678.41에 마감했다.
이날 국내 증시 급락세는 미국 중간선거 이후 데이터센터 건설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형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매도 압력이 커진 여파로 풀이된다.
이번 중간선거 결과, 텍사스, 조지아, 오하이오 등 AI 데이터센터가 집중된 주요 주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 이에 따라 신규 데이터센터 인허가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부상했다. 민주당은 그간 AI와 데이터센터 투자에 대한 속도 조절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이번 중간선거로 민주당이 다수당 지위를 확보한 가운데 시장에선 규제 강화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심리에도 찬물이 얼어붙었다. 지난 밤 미국 내 반도체 관련 주는 일제히 부진했다. 엔비디아(-3.17%), 브로드컴(-2.00%), 마이크론(-7.00%), 샌디스크(-7.91%)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하락세로 장을 마쳤다. 주요 반도체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3.13% 급락했다.
국내 반도체주도 이날 파랗게 질렸다. 이날 삼성전자는 장중 내내 하락세를 보이다 7.57% 하락한 20만1,500원에 장을 마쳤다. SK하이닉스는 9.46% 내린 126만4,000원에 마감했다. 일부 기술주와 금융주, 경기 방어주는 반등 흐름을 보였음에도 국내 증시에서 폭락세를 면치 못했다. 국내 증시의 반도체 의존도가 워낙 높은데다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세에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됐다.
양현경 iM증권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반도체 약세에는 미국 주요 데이터센터 거점의 주지사 선거 결과가 영향을 미쳤다”며 “텍사스, 조지아, 오하이오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면서 신규 데이터센터 인허가 제한 우려가 부각됐다. 특히 텍사스 당선인은 전력 및 용수 사용과 관련한 주민 보호 장치가 마련될 때까지 신규 데이터센터 승인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데이터센터 건설 일정과 반도체·전력설비 발주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AI 인프라 관련주의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대형주의 매도 압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가 하락에 따른 비용 부담 완화 기대가 항공·운송 등으로 확산되며 반도체 이외 업종으로 순환매가 나타날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이란 전쟁 종식 기대감… ‘매크로 환경’ 향방 주목
일각에선 데이터센터 신규 투자 지연 우려가 과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오늘 증시는 데이터센터 투자 지연 우려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 (민주당이) 마음대로 입법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만큼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 결과가 시장에 미칠 긍정적인 요인으론 이란 전쟁 종식 기대감을 꼽았다. 그는 “민주당 쪽에선 이란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얘기해왔다. 이번 선거 결과로 종전 협의가 진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증시 향방과 관련해선 “반도체 매도세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매크로(거시경제) 환경이 좋아져야 한다”며 “유가가 하락하면 투자심리도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발표될 미국 고용 및 물가지표를 확인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분간 국내 증시는 횡보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 연구원은 “최근 미국 중간선거를 끝으로 굵직한 이벤트가 종식됐다”며 “이달 중순 엔디비아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으나 펀더멘탈이 큰 이벤트는 지나갔다. 앞으로 특별한 이벤트가 나타나지 않는 한 답답한 흐름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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