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화장실②] 작은 관심에서 시작되는 ‘모두의’ 사회

시사위크
성공회대 ‘모두의 화장실’은 문턱을 낮추려는 시도였다. 성소수자의 화장실 이용 문제에서 시작한 논의는 장애인과 보호자, 아동과 양육자의 필요를 함께 담는 방향으로 넓어졌다. 그렇게 완성된 한 칸의 화장실은 모두를 위한 공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사진은 성공회대 모두의 화장실 입구. / 김윤혁 기자
성공회대 ‘모두의 화장실’은 문턱을 낮추려는 시도였다. 성소수자의 화장실 이용 문제에서 시작한 논의는 장애인과 보호자, 아동과 양육자의 필요를 함께 담는 방향으로 넓어졌다. 그렇게 완성된 한 칸의 화장실은 모두를 위한 공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사진은 성공회대 모두의 화장실 입구. / 김윤혁 기자

시사위크=김윤혁 기자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 아빠에게 여성화장실 안의 기저귀 교환대는 이용하기 어렵다. 휠체어 이용자에게 계단 너머의 화장실은 가까이 있어도 닿기 힘든 공간이다. 시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를 기준으로 공간을 만드느냐에 따라 이용의 문턱도 달라진다.

성공회대 ‘모두의 화장실’은 그 문턱을 낮추려는 시도였다. 성소수자의 화장실 이용 문제에서 시작한 논의는 장애인과 보호자, 아동과 양육자의 필요를 함께 담는 방향으로 넓어졌다. 그렇게 완성된 한 칸의 화장실은 모두를 위한 공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 시작은 누군가의 불편을 함께 해결해 보자는 작은 질문이었다.

◇ 작은 불편에서 발견한 큰 필요

화장실 앞에 붙은 포스터 한 장이 익숙한 공간에 질문을 던졌다. 2016년 성공회대 학생 성소수자 모임이 붙인 포스터에는 ‘당신은 이 앞에서 고민한 적이 있습니까?’라고 적혀 있었다. 누군가는 무심히 통과하는 문 앞에서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외모와 성별을 향한 시선을 걱정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였다.

‘성중립 화장실 TF’의 논의가 이어지면서 기존 화장실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성소수자만은 아니라는 점도 드러났다. 장애와 돌봄의 필요까지 고민이 넓어지자 TF도 ‘모두의 화장실 TF’로 범위를 넓혔다. 필요를 발견했다고 곧바로 공간이 생긴 것도 아니었다. 학생들의 설득과 설치 요구, 대토론회 등을 거쳐 2022년 3월에야 화장실이 문을 열었다. 사진은 성공회대 모두의화장실 내부. / 사진=김윤혁 기자
‘성중립 화장실 TF’의 논의가 이어지면서 기존 화장실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성소수자만은 아니라는 점도 드러났다. 장애와 돌봄의 필요까지 고민이 넓어지자 TF도 ‘모두의 화장실 TF’로 범위를 넓혔다. 필요를 발견했다고 곧바로 공간이 생긴 것도 아니었다. 학생들의 설득과 설치 요구, 대토론회 등을 거쳐 2022년 3월에야 화장실이 문을 열었다. 사진은 성공회대 모두의 화장실 내부. / 김윤혁 기자

이후 구성된 ‘성중립 화장실 TF’의 논의가 이어지면서 기존 화장실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성소수자만은 아니라는 점도 드러났다. 장애와 돌봄의 필요까지 고민이 넓어지자 TF도 ‘모두의 화장실 TF’로 범위를 넓혔다. 필요를 발견했다고 곧바로 공간이 생긴 것도 아니었다. 학생들의 설득과 설치 요구, 대토론회 등을 거쳐 2022년 3월에야 화장실이 문을 열었다.

문을 연 뒤에도 논쟁은 이어졌다. 남녀 화장실을 구분하도록 한 공중화장실법을 위반했다며 폐쇄를 요구하는 민원이 제기됐다. 당시 박한희 변호사는 평등원칙과 대학의 자율성 등을 근거로 개선명령에 반대하는 법률의견을 냈고, 구로구청은 결국 존치를 결정했다. 모두의 필요를 담으려 한 공간이 법적 기준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할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 사례다.

우리 사회의 화장실의 기준은 이용자의 필요를 반영하며 달라져 왔다. 2010년 공중화장실법 개정안은 대통령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남성·여성 화장실 모두에 영유아용 기저귀 교환대를 설치하도록 했다. 여성화장실뿐 아니라 남성화장실에도 교환대를 마련해 육아에 참여하는 남성의 불편을 해소하려는 취지였다.

우리 사회의 화장실의 기준은 이용자의 필요를 반영하며 달라져 왔다. 2010년 공중화장실법 개정안은 대통령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남성·여성 화장실 모두에 영유아용 기저귀 교환대를 설치하도록 했다. 여성화장실뿐 아니라 남성화장실에도 교환대를 마련해 육아에 참여하는 남성의 불편을 해소하려는 취지였다. 사진은 성공회대 모두의화장실 내부에 있는 유아용 거치대와 기저귀 교환대 모습. / 사진=김윤혁 기자
우리 사회의 화장실의 기준은 이용자의 필요를 반영하며 달라져 왔다. 2010년 공중화장실법 개정안은 대통령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남성·여성 화장실 모두에 영유아용 기저귀 교환대를 설치하도록 했다. 여성화장실뿐 아니라 남성화장실에도 교환대를 마련해 육아에 참여하는 남성의 불편을 해소하려는 취지였다. 사진은 성공회대 모두의화장실 내부에 있는 유아용 거치대와 기저귀 교환대 모습. / 사진=김윤혁 기자

이 변화는 돌봄의 주체를 바라보는 시선과 맞닿아 있다. 여성화장실에만 교환대가 있다면 아이를 돌보는 남성은 필요해도 이용하기 어렵다. 남성 양육자도 아이의 기저귀를 편하게 갈 수 있어야 한다는 필요가 시설 기준에 반영된 것이다. 2021년에는 공중화장실법 시행규칙에 교환대의 규격과 안전장치 기준을 신설해, 설치를 넘어 안전하게 사용할 조건까지 구체화했다.

◇ 배려를 넘어 권리와 책임으로

사실 화장실을 편하게 이용하는 것은 배려에 앞서 권리의 문제다. 장애인등편의법 제4조는 장애인과 노인, 임산부 등 사회적 약자가 다른 사람들과 시설·설비를 동등하게 이용할 접근권을 명시하고 있다. 각자의 상황이 다르다는 이유로 일상적인 공간의 이용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이용할 권리를 보장하려면 설치 이후의 관리도 뒷받침돼야 한다. 같은 법 제9조는 시설을 설치하거나 주요 부분을 변경할 때, 시설을 기준에 맞게 설치하고 유지·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설비가 있다는 사실에서 나아가 필요한 사람이 언제든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일까지 의무로 명시한 것이다.

모두의 화장실이 던지는 화두는 모든 화장실을 같은 이름과 설비로 채우자는 것이 아니다. 내가 불편하지 않다는 사실만으로 누군가의 필요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자는 것이다. 남성 양육자를 고려해 기저귀 교환대의 설치 기준을 바꾼 것처럼 지금 당연하게 여기는 공간도 다른 사람의 사정에 귀를 기울이면 달라질 수 있다. 사진은 2024년 10월 1일 광주지역 인권단체인 광주인권지기 활짝이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앞에서 광주시가 여는 세계인권도시포럼 행사장 내 '모두를 위한 화장실' 설치를 촉구하는 모습. / 뉴시스
모두의 화장실이 던지는 화두는 모든 화장실을 같은 이름과 설비로 채우자는 것이 아니다. 내가 불편하지 않다는 사실만으로 누군가의 필요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자는 것이다. 남성 양육자를 고려해 기저귀 교환대의 설치 기준을 바꾼 것처럼 지금 당연하게 여기는 공간도 다른 사람의 사정에 귀를 기울이면 달라질 수 있다. 사진은 2024년 10월 1일 광주지역 인권단체인 광주인권지기 활짝이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앞에서 광주시가 여는 세계인권도시포럼 행사장 내 '모두를 위한 화장실' 설치를 촉구하는 모습. / 뉴시스

성공회대 인권위원회도 지속적인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권위는 모두의 화장실이 당면한 과제를 묻는 ‘시사위크’의 질문에 “현재 지어놓은 한 칸을 우선 잘 유지하는 것부터 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를 위해 팸플릿 배포와 집담회 등으로 모두의 화장실 설치 취지를 알리고, 매달 불법 촬영 탐지와 시설 이상 여부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식의 장벽도 문제로 남아 있다고 한다. 인권위는 모두의 화장실을 성소수자만을 위한 공간으로 여기는 편견 탓에 부정적인 시선을 우려해 이용을 망설이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취지를 알리는 일 역시 시설을 갖추는 것만큼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모두의 화장실이 던지는 화두는 모든 화장실을 같은 이름과 설비로 채우자는 것이 아니다. 내가 불편하지 않다는 사실만으로 누군가의 필요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자는 것이다. 남성 양육자를 고려해 기저귀 교환대의 설치 기준을 바꾼 것처럼 지금 당연하게 여기는 공간도 다른 사람의 사정에 귀를 기울이면 달라질 수 있다.

그 고민은 화장실 밖으로도 이어진다. 한 사람의 불편에서 출발한 논의가 장애와 돌봄의 필요로 넓어졌듯 작은 질문 하나가 사회의 기준을 넓힐 수 있다. ‘작은 관심이 큰 변화를 만든다’는 너무나 익숙한 문장을 내가 겪지 않는 일상의 불편 앞에서 실천해보면 어떨까. 모두의 사회로 나아가는 길은 바로 그곳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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