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비하인드] 구교환은 어디에?… ‘실낙원’에 숨겨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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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낙원’에 특별출연으로 힘을 보탠 구교환. / CJ ENM
‘실낙원’에 특별출연으로 힘을 보탠 구교환. / CJ ENM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낯선 모습으로 돌아온 아들의 정체를 둘러싼 미스터리만큼이나 영화 곳곳에 숨겨진 제작 비하인드도 흥미롭다. 깜짝 카메오부터 현실과 가상을 오가며 완성한 공간까지, 알고 보면 더욱 재미있는 영화 ‘실낙원’(감독 연상호)의 뒷이야기를 살펴봤다. 

‘실낙원’은 9년 전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엄마 류소영(김현주 분)에게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 류선우(배현성 분)가 기적처럼 살아 돌아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심리 스릴러다. 연상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으로,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이어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주목받았다. 지난달 21일 개봉해 관객과 만나고 있다.

◇ 구교환이 나왔다고? 

‘실낙원’에는 반가운 얼굴이 숨어 있다. 바로 배우 구교환이다. 연상호 감독과 여러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그는 영화 ‘얼굴’에서는 사진으로 등장한 데 이어 이번에는 직접 의상까지 준비해 촬영에 참여했다. 연상호 감독은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출연하겠다고 해서 의상까지 직접 챙겨 엑스트라로 참여했다”며 “너무 순간적으로 지나가서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귀띔한 바 있다.

구교환은 극 중 카페에서 일하는 서빙남으로 등장한다. 해당 장면은 소영이 같은 사고로 아이를 잃은 부모와 만나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상대는 9년 만에 돌아온 선우에게 자신의 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는지 묻지만, 소영의 관심은 여전히 ‘낙원의 아이들’ 속 가상의 아들에게 향해 있다. 두 사람의 엇갈린 시선이 드러나는 중요한 장면이다. 

자칫 익숙한 배우의 등장으로 장면의 몰입을 깰 수도 있지만, 구교환은 마치 공간을 이루는 하나의 요소처럼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극에 힘을 보탰다. 

◇ 폐광에 숨겨진 비밀

영화에서 중요한 공간으로 등장하는 폐탄광은 실제 장소와 세트장을 결합해 완성했다. 제작진은 가상의 도시 무산시를 구현하기 위해 서울과 경기, 강원 등 여러 지역을 오가며 촬영했다. 그중 탄광 외부 장면은 강원 삼척의 도계광업소에서 촬영했다.

하지만 탄광 내부까지 실제 장소에서 촬영할 수는 없었다. 갱도가 좁고 위험해 촬영 장비와 인력이 들어가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제작진은 경기 파주에 별도의 내부 세트장을 만들었다.

세트장을 구현한 방식도 흥미롭다. 실제 암석의 질감을 그대로 재현하려면 상당한 제작비가 필요했다. 제작진은 대신 오래된 목재와 흙을 활용해 낡고 거친 갱도의 분위기를 살렸다. 여기에 탄광을 따라 이어지는 전구를 배치해 실제 장소와 세트장이 하나의 공간처럼 연결되도록 했다. 영화 속 하나의 공간이 서로 다른 장소와 제작진의 아이디어가 맞물려 탄생한 셈이다.

AI를 소재로 가장 인간적인 질문을 던진 ‘실낙원’. / CJ ENM
AI를 소재로 가장 인간적인 질문을 던진 ‘실낙원’. / CJ ENM

◇ 가짜 아들을 진짜처럼… AI를 구현한 의외의 방식

‘실낙원’에는 죽은 아이의 모습을 가상현실에서 만날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 ‘낙원의 아이들’이 등장한다. 첨단 기술을 다루는 설정이지만, 제작진이 선택한 표현 방식은 의외로 아날로그에 가까웠다.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헤드셋과 상자는 차갑고 금속성인 미래형 기기보다 오래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질감으로 디자인했다. 가상현실 속 공간 역시 알록달록한 장난감으로 채워 따뜻하고 친숙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대신 화면 곳곳에 미세한 오류 효과를 더해 현실과는 다른 세계라는 사실을 드러냈다.

소리에도 공을 들였다. AI 아이의 목소리에는 안경 뒤편의 골전도 스피커를 통해 들리는 듯한 음향 효과를 적용했다. 가상현실의 따뜻한 분위기와 대비되는 현실의 차가운 소리도 두 세계의 차이를 강조하는 장치로 활용했다.

AI 아이의 연기에도 특별한 연출 의도가 담겼다. 연상호 감독은 AI 아이를 연기하는 배우에게 기계처럼 행동하도록 주문하지 않았다. 오히려 질투하고 토라지고 슬퍼하는 등 실제 아이에게서 볼 수 있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도록 했다. 가상의 존재를 더 인간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9년 만에 돌아온 진짜 아들과의 대비를 만들어냈다.

◇ 연상호 감독이 상상한 ‘낙원’이란

‘낙원의 아이들’ 속 낙원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연상호 감독은 이 공간을 구상하면서 존 밀턴의 서사시 ‘실낙원’에서 영감을 얻었다. 

특히 서사시 속에 묘사된 풍요로운 낙원의 모습에 주목했다. 과실이 매일 풍성하게 열리고 부족한 것이 없는 세상이라면 어떨까. 연상호 감독은 인간이 그런 환경에 익숙해지면 결국 풍요로움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러한 고민 끝에 떠올린 것이 바로 ‘사색이 없는 세계’다. 아무런 의문이나 고민 없이 눈앞에 펼쳐진 풍요를 있는 그대로 즐기는 공간을 상상한 것이다.

연상호 감독은 “인간은 사색이 있는 세계에 살기 때문에 고통도 있고 행복도 있는 것”이라며 “마지막에 류소영이 도달하는 공간은 사색이 없는 세계를 형상화하는 디자인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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