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자율주행 로봇의 성능은 자유로운 움직임과 직결된다. 이는 로봇 하드웨어 자체 성능도 중요하지만 에너지 공급이 얼마나 잘 되는가와 직결된다. 즉, 사람의 도움 없이도 로봇 스스로 충전할 수 있어야 한다.
안정적 자가 충전기술은 가정용 로봇청소기부터 공장과 물류창고의 자율주행 로봇 모두의 필수 요소다. 문제는 충전 장소의 위치가 바뀌었을 때다. 로봇이 기존에 기억한 장소에서 충전기를 찾지 못하면 정상적인 충전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새로운 충전 기술 특허를 공개했다. 로봇이 주변을 탐색하고 충전기의 형태와 방향을 파악해 스스로 찾아가는 기술이다. 로봇청소기는 물론 공장과 물류창고에서 사용하는 자율주행 로봇에도 활용할 수 있어 주목된다.
◇ 충전기 위치 바뀌어도 스스로 탐색…3차원 형태 분석해 자동 도킹
3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출원한 ‘전자장치 및 그 제어방법(Electronic Device and Control Method Thereof)’ 특허가 최근 세계지식재산기구(WIPO)를 통해 국제 공개됐다. 국제출원일은 지난 2월 13일, 공개일은 지난달 29일이다.
이번 기술의 핵심은 충전기 위치가 변경되더라도 로봇이 이를 직접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로봇이 센서로 주변 사물의 입체적인 형태를 파악한 후, 미리 저장된 충전기 정보와 비교해 위치와 방향을 식별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가 제시한 기술은 로봇이 충전 장소에 가까워질수록 이동 속도를 줄이고 주변을 확인한다. 충전기가 원래 위치에 없으면 로봇이 회전하며 센서로 주변을 탐색한다. 이 과정에서 벽이나 장애물이 적은 방향을 우선적으로 살펴보도록 경로를 재설계하기도 한다. 충전기와 비슷한 사물이 발견되면 사전에 저장된 충전기 정보와 비교해 실제 충전기인지 판별한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3차원 형태 분석 기술’이다. 로봇은 깊이 감지 카메라 등을 이용해 주변 사물의 모습을 수많은 점으로 표현한다. 이렇게 얻은 입체 정보를 기존에 저장된 충전기 형태와 비교해 일치 여부를 판단한다.
충전기를 발견한 이후에는 놓인 방향을 계산한다. 그 다음, 로봇이 충전에 적합한 위치로 이동하도록 한다. 특허에는 충전기 앞으로 접근한 뒤 방향을 돌려 후진하면서 도킹한다고 명시돼 있다.
충전기를 다른 물체와 혼동하지 않도록 하는 기술도 적용됐다. 로봇은 주변을 촬영할 때 물체 전체가 화면에 들어온 경우에만 충전기 후보로 분류한다. 일부만 보이는 물체는 후보에서 제외한다. 이후 벽이나 기둥 등 불필요한 정보를 걸러낸다. 이를 통해 물체의 중심 위치와 방향을 분석·결정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충전기의 3차원 설계도(CAD)를 활용해 실제 충전기 형태를 미리 저장하는 방식도 제시했다. 핵심은 ‘ICP(반복 최근접점) 알고리즘’이다. 이는 두 물체를 구성하는 수많은 점을 서로 겹쳐보면서 얼마나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기술이다.
로봇은 분석 결과가 미리 정해진 기준 이상일 때 해당 물체를 충전기로 판단한다. 이후 충전기 방향에 맞춰 도킹을 시도한다. 실제 충전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감지되면 주행 제어를 종료하도록 설계했다.
◇ 공장·물류창고까지 활용 기대…자율충전 시장 2032년 2조8,000억원 전망
이번 기술은 가정용 로봇청소기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특허에서도 “무인운반차(AGV), 자율이동로봇(AMR), 소셜 로봇 등 다양한 이동형 로봇을 적용 대상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실제 적용된다면 가정뿐 아니라 공장과 물류창고 등에서 충전기 위치 변경에 따른 로봇 운영상의 불편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기대되는 적용 분야는 산업 현장이다. 공장과 물류창고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라인과 물류시설은 작업에 따라 실시간으로 로봇의 이동 동선이 달라진다. 때문에 로봇이 충전시설까지 이동할 때 경로 재설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다면 해당 문제를 크게 감소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기술 필요성에 관련 기술 시장은 매년 급격히 성장 중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인포리서치(Global Info Research)’에 따르면 전 세계 자율이동로봇 충전 시장 규모는 지난해 4억6,100만달러(약 6,182억원)로 추산된다. 오는 2032년에는 20억8,200만달러(약 2조8,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24.3%다.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해외 연구기관, 경쟁사들 역시 로봇 자율충전 기술 개발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로봇기업 ‘콰시 로보틱스(Quasi Robotics)’가 있다. 지난달 27일 자율이동로봇용 무선 충전 시스템을 공개했다. 로봇이 배터리 잔량이나 작업 일정에 따라 충전소로 이동해 자동으로 충전하는 기술이다.
콰시 로보틱스에 따르면 해당 충전 시스템은 최대 300W의 무선충전을 지원한다. 충전이 완료되면 다시 작업에 로봇이 복귀할 수 있다. 삼성전자 기술이 위치가 바뀐 충전기를 찾아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콰시 로보틱스는 충전 과정의 무인화와 무선 전력 공급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과학계 연구로는 캐나다 왕립군사대학교의 연구를 주목할 만하다. 연구진은 2022년 국제학술지 ‘IEEE 액세스(IEEE Access)’에 충전기 위치가 고정되지 않은 환경에서 로봇이 자동으로 충전기를 찾아가는 기술을 발표했다. 충전기에 부착된 반사 테이프에서 되돌아오는 레이저 빛을 분석해 다른 사물과 구별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가 이번 특허 기술을 적용한 시제품을 제작했는지, 실제 제품에 적용할 계획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지난 7월 ‘RX 사업추진실’을 신설하는 등 로봇 사업 투자가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관련 기술 상용화도 근시일 내 이뤄질 전망이다. RX 사업추진실은 삼성전자 노태문 사장 직속의 로봇 기술 개발 전담 조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특허가 공개된 시점에서 상용화 확정이라던가 기술 적용을 말하긴 어려운 시점”이라면서도 “RX 사업추진실에서 로봇 사업을 담당하고 있기에 해당 부서에서 추후 만들어지는 로봇들에 적용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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