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삼성전자가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 반도체 사업 최전성기를 맞고 있다. 30일 KB증권은 향후 삼성전자의 2년간 영업이익이 93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1969년 창립 이후 누적 영업이익인 620조원을 51% 상회하는 수치다. 문자 그대로, 2년 동안 ‘반세기’의 이익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역대 최대 규모의 반도체 호황에 가려진 ‘가전사업’ 부진은 삼성전자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특히 국내 최대 경쟁사인 LG전자가 생활가전 사업에서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는 것과 달리, 삼성전자의 관련 사업 매출은 수년째 정체된 모습이다. 이는 삼성전자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 삼성전자 생활가전 매출 4년간 4% 감소… LG전자는 성장세 지속
삼성전자와 LG전자 생활가전 사업은 최근 실적 성장세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는 3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드러난다.
먼저 29일 삼성전자의 3분기 경영실적 발표에 따르면 ‘영상디스플레이·생활가전(VD·DA) 사업’ 부문 매출은 13조9,000억원, 영업손실 2,0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와 거의 같은 수준이었으나 영업손실은 같은 기간 1,000억원 확대됐다.
삼성전자는 “국내 마케팅 강화와 가전구독, 기업간거래(B2B) 사업 확대 등에 힘입어 생활가전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면서도 “원자재 및 물류비용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영업손실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반면 LG전자의 생활가전 사업은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8일 LG전자 3분기 경영실적 발표에서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S사업본부’의 매출은 7조4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7.0%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592억원을 기록했다. LG전자 역시 원자재, 물류비용 상승 등으로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9% 줄었다. 다만 영업손실이 이어지는 삼성전자와 비교해선 양호한 편이다.
이 같은 가전사업 실적 차이는 단순히 올해 3분기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최근 4년간 양사 생활 가전사업 매출을 분석한 결과, 뚜렷한 흐름 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LG전자는 꾸준히 사업 규모를 확대해 온 것이다.
특히 TV를 제외한 세탁기, 건조기 등 일반 생활가전 중심 사업서 차이가 크게 두드려졌다. 삼성전자는 생활가전 사업 매출을 별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VD·DA 사업 전체 매출서 VD매출을 제외하면 생활가전 중심 사업의 매출 추이를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세부적으로 삼성전자의 생활가전 중심 매출 추정치는 3분기 기준 △20조9,300억원(2022년) △20조1,800억원(2023년) △19조6,900억원(2024년)으로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2025년 20조4,000억원으로 회복했으나 올해 다시 20조1,000억원으로 줄었다. 4년 전과 비교하면 동 기간 약 4% 감소한 규모다. 최근 3년간 실적에선 20조원 안팎에 정체된 모습이다.
반면 LG전자는 2024년 12월 조직개편을 통해 생활가전 중심의 HS사업본부를 신설한 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조직개편 후 기준 2024년 HS사업본부의 3분기 누적 매출은 18조8,276억원이다. 이후 2025년 약 19조8,716억원, 2026년 약 21조632억원으로 증가했다. 2024년과 비교하면 2년 만에 약 11.9% 성장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생활가전 중심 사업 차감 매출은 2024년 19조6,900억원에서 2025년 20조4,000억원, 2026년 20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 대비 증가율은 약 2.1%에 그쳤다. 특히 올해는 LG전자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6% 증가한 반면, 삼성전자는 약 1.5% 감소하며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TV사업을 포함해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사업 성장세 흐름 차는 여전하다. 지난 2년간 VD·DA사업의 누적 매출은 △42조400억원(2024년) △42조5,000억원(2025년) △42조7,000억원(2026년)으로 증가했다. 2년간 매출 증가율은 약 1.6%이다.
LG전자 매출은 동 기간 △34조1,040억원(2024년) △33조8,767억원(2025년) △36조3,687억원(2026년)으로 증가, 전년 동기 대비 6.6% 성장했다. 양사의 사업부 구성과 포함 사업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만큼 동일 제품군 간 직접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다만 LG전자 가전사업 성장 흐름이 삼성전자보다 높다는 것은 간접적으로 확인 가능하다.
◇ 가전구독 선점한 LG전자…삼성전자, 4분기 적자 확대 전망
그렇다면 삼성전자 가전사업이 주춤한 와중에 LG전자는 불안정한 대외환경에도 불구,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배경은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판매시장 다변화, 구독사업 확대 등을 원인으로 거론한다. 실제로 ‘신한투자증권’은 이미 지난해 ‘가전도 옥석가리기’ 보고서에서 LG전자의 가전구독 확대와 가격대별 제품군 확장을 성장 요인으로 분석했다.
LG전자의 가전구독 서비스는 2009년 정수기 렌탈사업으로 최초 시작했다. 이후 2022년 냉장고 등 대형 생활가전 구독을 본격화했다. 이후 2023년 가전구독사업 확장을 대규모 재편, 2024년부터 세탁기, 건조기, TV 등 핵심 제품군으로 범위를 넓혔다. 실제 매출 성과로도 이어졌다. LG전자의 2025~2026년 실적 공시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제품·서비스 구독사업 매출은 약 2조5,000억원으로 전년(2024년) 대비 29% 증가했다.
올해도 성장세가 지속됐다. 각 분기별 구독사업 매출은 △1분기(6,400억원) △2분기(6,600억원) △3분기(7,600억원)이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5%, 5%, 8.6% 증가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구독사업 매출은 2조600억원에 달한다. 구독사업이 LG전자의 주요 성장동력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물론 가전구독 증가 자체가 직접적인 LG전자 가전의 ‘제품 판매 매출’은 아니다. 하지만 LG전자 가전에 대한 고객 충성도 및 신뢰 증가 등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 실제 제품 판매 매출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높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Euromonitor International)’는 “LG전자가 2022년 대형가전 구독을 시작한 이후 2023년 구독사업 성장률이 약 30%에 달했다”며 “제품 판매에 유지관리 서비스를 결합하는 사업모델이 반복적인 매출을 확보하고 고객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경우 가전구독사업에 있어 LG전자보다 한발 늦은 모양새다. 2024년 12월 1일 ‘AI 구독클럽’을 출시했다. ‘비스포크 AI’ 등 인공지능(AI) 가전 제품군을 앞세워 고객 확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다만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무버(First Mover)’ 전략을 강조해 온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경쟁사보다 뒤늦게 시장에 진입했다는 점이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한편 삼성전자의 가전사업 실적 부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IBK투자증권은 3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4분기 삼성전자 VD·DA사업부 영업손실이 5,77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3분기 대비 영업손실이 3,290억원 증가, 적자 규모가 약 132.7% 확대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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