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 만난 과학자들①] AI 시대, 과학자 키우는 조건

시사위크
김유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양자변환 연구단장은 그 분자 알갱이 하나에서 에너지가 어떻게 전달되고 다른 형태로 바뀌는 양자현상을 연구한다.  ‘시사위크’는 지난 15일 광주과학기술원(GIST)에서 김유수 단장을 만나 분자 하나에서 무엇을 알아낼 수 있는지, 이를 연구하는 과학자는 어떤 고민을 하는지를 들었다. / 시사위크 취재팀
김유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양자변환 연구단장은 그 분자 알갱이 하나에서 에너지가 어떻게 전달되고 다른 형태로 바뀌는 양자현상을 연구한다.  ‘시사위크’는 지난 15일 광주과학기술원(GIST)에서 김유수 단장을 만나 분자 하나에서 무엇을 알아낼 수 있는지, 이를 연구하는 과학자는 어떤 고민을 하는지를 들었다. / 시사위크 취재팀

시사위크|광주=김두완·박설민 기자  전기를 넣었는데 빛이 나온다. 휴대전화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화면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화면 속 물질을 이루는 작은 알갱이인 분자가 전기 에너지를 받아 빛을 낸다. 김유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양자변환 연구단장은 그 분자 알갱이 하나에서 에너지가 어떻게 전달되고 다른 형태로 바뀌는지 살핀다. 사람에게 말을 걸어 반응을 살피듯 작은 알갱이에 자극을 주고 그 성질을 알아가는 것이 그의 연구다.

◇ 과학 분야서 논문을 직접 읽어야 하는 이유

분자는 물질을 이루는 작은 알갱이다. 물을 이루는 물 분자도, 화면에서 빛을 내는 분자도 눈으로는 볼 수 없을 만큼 작다. ‘시사위크’는 지난 15일 광주과학기술원(GIST)에서 이 작은 알갱이 하나를 연구하는 김유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양자변환 연구단장을 만났다. 분자 하나에서 무엇을 알아낼 수 있는지, 이를 연구하는 과학자는 어떤 고민을 하는지 듣기 위해서다.

김 단장이 이끄는 양자변환 연구단은 분자 하나가 받은 에너지가 어떻게 전달되고 다른 형태로 바뀌는지 연구한다. 미세한 변화를 측정할 수 있는 장비뿐 아니라, 관측한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는 자신의 연구를 “관측이자 관찰”, “보고 그걸 인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정확히 이해해야 그 현상을 조절하고 활용할 방법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자가 되는 과정에서도 직접 읽고 실험하며 이해하는 경험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다.

김유수 단장이 이끄는 양자변환 연구단은 분자 하나가 받은 에너지가 어떻게 전달되고 다른 형태로 바뀌는지 연구한다. 미세한 변화를 측정할 수 있는 장비뿐 아니라, 관측한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 시사위크 취재팀
김유수 단장이 이끄는 양자변환 연구단은 분자 하나가 받은 에너지가 어떻게 전달되고 다른 형태로 바뀌는지 연구한다. 미세한 변화를 측정할 수 있는 장비뿐 아니라, 관측한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 시사위크 취재팀

인공지능(AI)를 바라보는 생각도 여기서 출발한다. 김 단장은 일찍부터 AI를 연구와 업무에 활용했다. 일의 재미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도구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지금은 AI를 연구자의 능력을 확장하는 ‘증폭기’에 비유한다. 김 단장은 “스스로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해 본 경험이 풍부할수록 AI를 통해 더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지만, 그러한 경험이 부족하면 AI가 제시한 결과의 의미나 한계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 AI 활용 능력을 기르는 것만큼이나 스스로 생각하고 이해하는 기초 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I의 도움으로 보고서를 잘 써내더라도 내용을 자기 것으로 익혔는지는 다른 문제다. 그는 “리포트 성적은 잘 나오겠죠. 그런데 그거를 머릿속에 넣고 면접 때 얘기를 할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AI로 보고서를 완성하더라도 내용을 스스로 이해하고 설명하는 능력까지 갖춰지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그래서 그는 학생들에게 주문한다. 논문 10편만큼은 AI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직접 요약해보라는 것이다. 지도교수나 학과에서 찾아갈 수 있는 연구자의 논문을 골라 모르는 부분은 저자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한국말도 괜찮고 영어도 괜찮고, 요약만은 너희 손으로 해봐라. 그다음에는 AI 써도 괜찮으니까.” AI를 활용하기에 앞서 스스로 이해하고 설명하는 힘을 길러보라는 당부다.

김 단장은 도쿄대학에서 경험한 연구환경을 소개하며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실험 과정에서 고장 난 장치를 수리한 경험이 연구논문의 주제로 발전한 사례도 소개했다. 연구자의 역량은 이론적 지식뿐 아니라 실험 현장에서 마주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드러난다는 설명이다. 다만 “정량적인 연구성과가 강조되는 환경에서는 이러한 경험의 가치가 충분히 평가받기 어렵다”며 “학생들에게 도전과 시행착오를 권장하기 위해서는 그 과정에서 축적한 역량을 인정하는 평가체계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수 단장은 “정량적인 연구성과가 강조되는 환경에서는 이러한 경험의 가치가 충분히 평가받기 어렵다”며 “학생들에게 도전과 시행착오를 권장하기 위해서는 그 과정에서 축적한 역량을 인정하는 평가체계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 IBS  
김유수 단장은 “정량적인 연구성과가 강조되는 환경에서는 이러한 경험의 가치가 충분히 평가받기 어렵다”며 “학생들에게 도전과 시행착오를 권장하기 위해서는 그 과정에서 축적한 역량을 인정하는 평가체계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 IBS  

◇ 논문 수보다 독창성… 장비와 함께 사람에 투자해야

김 단장이 제시한 평가 기준은 연구의 독창성과 학문적 파급력이다. 논문 수나 단기적인 성과 지표에 앞서 어떤 새로운 문제에 도전했고 그 연구가 학문적으로 무엇을 밝혔는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양자과학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자연의 원리를 탐구하는 분야다. 새로운 발견이 언제, 어떤 형태로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는 “연구자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자율성을 보장하고,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연구를 지원하는 체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비를 쓰고 장비를 관리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연구단에서 사용하는 장비는 연구 목적에 맞게 직접 설계하거나 여러 기술을 결합해 구축하는 경우가 많다. 개발·보수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기면 필요한 작업과 지출도 달라질 수 있다. 김 단장은 “이런 연구의 특성을 획일적인 집행·관리 기준으로 다루기보다는, 연구의 진행 상황에 맞춰 예산을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특히 새로운 장비를 개발하거나 실험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기초연구에서는 사전에 모든 지출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본의 과학연구비조성사업(KAKENHI)은 참고할 만한 사례다. 일본학술진흥회(JSPS)의 2026년도 안내서에 따르면, 다년도 기금으로 지원되는 과제는 연구기간 내에서 남은 연구비를 별도의 사전 이월 절차 없이 다음 회계연도에 사용할 수 있으며 여러 회계연도에 걸친 물품 구매도 가능하다. 다만 이런 방식이 모든 과제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연구 진행 상황에 대한 평가와 결과 보고 등의 책임도 요구된다. 김 단장은 “연구 진행 상황에 따라 예산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한다”며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평가를 통해 연구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유수 단장이 제시한 평가 기준은 연구의 독창성과 학문적 파급력이다. 논문 수나 단기적인 성과 지표에 앞서 어떤 새로운 문제에 도전했고 그 연구가 학문적으로 무엇을 밝혔는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 IBS 
김유수 단장이 제시한 평가 기준은 연구의 독창성과 학문적 파급력이다. 논문 수나 단기적인 성과 지표에 앞서 어떤 새로운 문제에 도전했고 그 연구가 학문적으로 무엇을 밝혔는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 IBS 

일본에서 오랫동안 연구한 김 단장은 국내에 돌아온 뒤 정책과 예산 운용의 빠른 변화를 체감했다고 했다. 긴 호흡의 연구 지원에 익숙했던 그에게는 연구 지원 방향이 생기거나 바뀔 때마다 연구자들이 새로 제시되는 주제에 대응해야 하는 모습이 낯설었다. 다만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능력은 새로운 분야에서 기회를 잡는 장점이 될 수 있다고도 봤다. 그가 기대하는 것은 한 분야를 꾸준히 연구할 여건과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국내 연구자들의 강점을 함께 살리는 방식이다.

연구를 꾸준히 이어가려면 장비를 운용하고 개선할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첨단 장비의 성능은 엔지니어의 역량에 크게 좌우되지만 전문 기술인력을 장기적으로 확보하고 육성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김 단장은 “첨단 장비를 구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과 환경에 함께 투자해야 한다”며 “연구 인프라를 장기적인 국가 연구자산으로 보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구단의 목표 중 하나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차세대 과학자 양성”이라며 “첨단 장비와 안정적인 연구비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고 실패와 시행착오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연구자를 길러내는 것이 지속적인 과학발전의 토대”라고 전했다. 그는 “연구자가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문제에 도전하고 실패를 통해서도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을 때” 세계적인 연구 경쟁력이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광주서 만난 과학자들①] AI 시대, 과학자 키우는 조건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