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 만난 과학자들③] 강력한 빛으로 여는 실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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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택 기초과학연구원(IBS) 상대론적 레이저과학 연구단장은 빛과 물질의 비밀을 밝히고자 하는 과학자다. 이를 위해서 온도와 습도, 진동을 관리하고 장비를 점검하며 원하는 실험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에게 레이저 시설을 갖추는 일은 다음 실험을 준비하는 출발점이다. / 시사위크 취재팀
김경택 기초과학연구원(IBS) 상대론적 레이저과학 연구단장은 빛과 물질의 비밀을 밝히고자 하는 과학자다. 이를 위해서 온도와 습도, 진동을 관리하고 장비를 점검하며 원하는 실험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에게 레이저 시설을 갖추는 일은 다음 실험을 준비하는 출발점이다. / 시사위크 취재팀

시사위크|광주=김두완·박설민 기자  “빛은 무엇일까.” 김경택 기초과학연구원(IBS) 상대론적 레이저과학 연구단장이 레이저 연구를 시작한 계기다. 궁금증을 따라 연구해 온 그는 이제 광주에서 초강력 레이저로 일상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을 확인하려 한다. 준비는 길다. 온도와 습도, 진동을 관리하고 장비를 점검하며 원하는 실험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에게 레이저 시설을 갖추는 일은 다음 실험을 준비하는 출발점이다.

◇ 익숙한 빛으로 확인하는 자연 법칙

레이저는 빛의 파장과 진행 방향 등을 정밀하게 맞춰 만든 빛을 말한다. 좁은 곳에 집중시킬 수 있어 피부과에서 점을 빼거나 공장에서 금속을 자르는 데 쓰인다. 광주에서는 이 빛을 훨씬 강하게 집중시켜 자연 법칙을 확인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시사위크’는 지난 15일 광주과학기술원(GIST)에서 김경택 기초과학연구원(IBS) 상대론적 레이저과학 연구단장을 만났다. 빛으로 무엇을 알아내려는지, 실험에는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물었다.

김경택 단장은 자연에 대해 지금까지 쌓아온 지식에서 더 나아가려면 아직 실험으로 검증하지 못한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시사위크 취재팀
김경택 단장은 자연에 대해 지금까지 쌓아온 지식에서 더 나아가려면 아직 실험으로 검증하지 못한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시사위크 취재팀

연구단이 활용하는 시설 중 하나는 4페타와트(PW) 레이저다. 순간 출력이 4,000조와트에 이른다는 뜻이다. 100와트짜리 전구 40조개를 동시에 켰을 때와 맞먹는 출력이다. 다만 전구처럼 계속 빛나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 플래시처럼 극히 짧은 순간에 빛을 내보낸다. 김 단장은 이 강력한 빛을 한곳에 집중시키면 물질 속 입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조건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다루기 때문에 연구단 이름에도 ‘상대론적’이라는 말이 붙었다.

연구자들은 왜 이런 조건을 만들까. 일상에서 관찰하기 어려운 현상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다. 김 단장은 자연에 대해 지금까지 쌓아온 지식에서 더 나아가려면 아직 실험으로 검증하지 못한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봤다. 연구단은 아주 강한 빛과 빠르게 움직이는 입자가 만났을 때 이론에서 예상한 변화가 실제로 나타나는지 확인하려 한다. 실험 결과가 예상과 다르다면 그 이유를 찾아 자연 법칙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는 것이다.

연구단이 활용하는 시설 중 하나는 4페타와트(PW) 레이저다. 순간 출력이 4,000조와트에 이른다는 뜻이다. 100와트짜리 전구 40조개를 동시에 켰을 때와 맞먹는 출력이다. 사진은 실제 초강력 레이저 시설에서 실험을 진행하는 모습. / IBS 제공
연구단이 활용하는 시설 중 하나는 4페타와트(PW) 레이저다. 순간 출력이 4,000조와트에 이른다는 뜻이다. 100와트짜리 전구 40조개를 동시에 켰을 때와 맞먹는 출력이다. 사진은 실제 초강력 레이저 시설에서 실험을 진행하는 모습. / IBS 제공

출력만 높이면 실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김 단장은 레이저가 온도와 습도, 진동, 장치 상태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는 복잡한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원하는 조건으로 빛을 내보내고 실험을 반복했을 때 결과를 재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는 연구단의 역할에 대해 시설을 구축하는 단계에서 나아가 레이저를 실제 연구에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그 결과를 과학적 이해로 연결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김 단장은 이 시설을 “특정 지역만을 위한 시설이라기보다 국가의 연구 기반”이라고 표현했다. 광주에 자리하고 있지만 전국의 기업과 연구기관이 시설과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소통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가 강조한 것은 장비와 인력에 축적된 역량을 충분히 활용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설을 갖춘 이후에도 실험을 이어갈 안정적인 운영 여건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봤다.

김경택 단장은 이 시설을 “특정 지역만을 위한 시설이라기보다 국가의 연구 기반”이라고 표현했다. 광주에 자리하고 있지만 전국의 기업과 연구기관이 시설과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소통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 시사위크 취재팀
김경택 단장은 이 시설을 “특정 지역만을 위한 시설이라기보다 국가의 연구 기반”이라고 표현했다. 광주에 자리하고 있지만 전국의 기업과 연구기관이 시설과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소통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 시사위크 취재팀

◇ 수년 뒤 장비를 지금 계획… 연구 변화 반영할 방법은

김 단장이 우선 과제로 꼽은 것은 예측 가능한 예산이다. 한정된 예산이라도 장기적으로 어느 정도를 쓸 수 있는지 알아야 그 안에서 효율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10년 내지 20년, 30년 플랜을 가지고” 주어진 예산을 어떻게 최적화해 쓸지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원 규모뿐 아니라 운전과 유지·보수, 전문인력 확보에 필요한 비용을 장기 계획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장비 도입은 예산을 미리 계획해야 하는 행정과 실험 결과에 따라 방향을 바꾸는 연구가 만나는 지점이다. 김 단장은 취재 당시 작성하던 운영계획서에 2028년에 사용할 장비를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년 뒤 필요한 장비를 지금 계획하는 셈이다. 하지만 그사이 새로운 결과가 나오면 후속 실험에 필요한 장비가 달라질 수 있다. 기존 장비가 갑자기 고장 나는 상황도 생긴다. 그는 장비 수요를 미리 정하는 과정에서 이런 변화를 예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 단장도 사전 검토의 필요성은 인정했다. 필요한지 충분히 살피지 않고 장비를 구입하거나, 사놓은 장비를 쓰지 않는 일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계획에 없던 수요를 검토하는 상시심의 절차도 있다고 했다. 다만 현장에서는 그 절차가 복잡하게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예산을 계획적으로 집행하면서도 새로 생긴 연구 수요에 대응하려면 어떤 절차가 적절할지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기존 절차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연구자들이 어디에 어려움을 겪는지 살피는 것도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강력한 레이저는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방사선 유출 등의 문제 때문이다. 이에 연구시설 내부는 마치 원자력발전소처럼 강력한 차폐시설이 적용돼 있었다. 사진은 관련 안전장치를 설명하는 김경택 단장. / 시사위크 취재팀
강력한 레이저는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방사선 유출 등의 문제 때문이다. 이에 연구시설 내부는 마치 원자력발전소처럼 강력한 차폐시설이 적용돼 있었다. 사진은 관련 안전장치를 설명하는 김경택 단장. / 시사위크 취재팀

안전관리에서도 규정과 현장 지원이 함께 가야 한다고 봤다. 김 단장은 적절한 기준을 마련하는 일과 함께 그 기준이 연구자와 시설 운영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규정과 감독 체계만 늘어나면 현장의 부담이 커지고 관리 효율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다. 그는 “현장의 특성을 이해하고 필요한 교육과 지원을 제공하는 적극적인 안전관리 체계”를 주문했다. 안전기준을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할 수 있도록 교육과 운용 여건을 함께 갖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단장은 “우선 시급한 과제는 초대형 연구시설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장기 투자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기 계획을 세우되 실험 과정에서 생기는 변화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해진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려는 행정과 새로운 결과를 따라 실험을 이어가려는 연구 현장이 계획을 조정하고 협의할 여지를 어떻게 마련할지가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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