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면접] 아쉽지만, 불합격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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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최종면접’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 NEW
영화 ‘최종면접’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 NEW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5,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글로벌 IT 기업 ‘스피라 링크스’의 최종면접에 오른 문혜인(조이현 분)·한진우(김재원 분)·백승빈(신승호 분)·이희찬(강유석 분)·전요한(곽동연 분)·차주원(배강희 분). 한 달 동안 팀 토론을 준비하며 가까워진 여섯 사람은 전원 합격을 기대하며 마지막 관문에 들어선다.

하지만 최종면접 당일 예상하지 못한 과제가 주어진다. 제한시간 2시간 동안 단 한 명의 합격자를 직접 뽑아야 한다는 것. 지원자인 동시에 평가자가 된 이들은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하지만, 각자의 이름이 적힌 의문의 봉투가 발견되면서 상황은 급변한다. 봉투가 하나씩 열릴 때마다 이력서에는 없는 비밀이 드러나고 서로를 향한 믿음은 의심으로 뒤바뀐다.

영화 ‘최종면접’은 아사쿠라 아키나리의 소설 ‘여섯 명의 거짓말쟁이 대학생’을 원작으로 한 미스터리 서스펜스로, 최종면접장에 모인 6인의 지원자들이 각자의 폭로가 담긴 의문의 봉투를 발견하면서 서로를 의심하고 혼란에 빠뜨리는 이야기를 그린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 초청작으로, ‘해적: 도깨비 깃발’ ‘탐정: 더 비기닝’ ‘쩨쩨한 로맨스’ 등을 연출한 김정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아쉬운 결과물이다. 한정된 면접장에서 벌어지는 심리전은 꽤 흥미롭지만, 반전이 거듭되고 이야기가 확장될수록 오히려 힘이 빠진다. 끝난 줄 알았던 이야기가 다시 이어지는 후반부는 피로도를 높이고, 앞서 만들어낸 긴장감마저 희석된다. 

영화가 품고 있는 메시지 자체는 흥미롭다. 우리가 보고 믿는 것이 과연 진실의 전부인지, 같은 사실도 어떤 맥락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충분히 곱씹어볼 만하다.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타인을 판단하고 그것을 진실이라 믿는 지금 우리의 모습과도 맞닿아 있다.

면접장에서 벌어지는 심리전도 볼만하다. 누군가의 비밀이 공개될 때마다 여섯 사람의 관계가 흔들리고, 한 사람을 향했던 의심이 또 다른 사람에게 옮겨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취업이라는 절박한 목표를 앞에 둔 이들이 상대의 약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판단을 어떻게 합리화하는지 지켜보는 재미도 있다.

‘최종면접’이 관객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 NEW
‘최종면접’이 관객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 NEW

다만 같은 방식이 거듭되면서 긴장감과 재미가 떨어진다. 한 사람의 비밀이 드러나면 그를 의심하고, 또 다른 사실이 밝혀지면 의심의 대상이 바뀌는 과정이 반복된다. 초반에는 다음 봉투에서 무엇이 나올지 궁금하게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패턴이 읽히고 계속되는 반전도 더 이상 놀라움을 주지 못한다.

후반부가 가장 아쉽다. 한 차례 큰 진실이 드러나며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듯하지만 영화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야기가 다시 시작되고 또 다른 진실이 더해지는데, 새로운 긴장감이나 재미를 만들어내지 못한 채 사족처럼 느껴진다. 길고 긴 기다림 끝에 마주한 진실도 싱겁다. 예상 밖의 인물을 택한 반전은 의외성을 주지만, 정작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인물로서의 존재감은 흐릿하다.

인물의 감정과 관계를 쌓아가는 과정도 부족하다. 특히 두 주인공의 로맨스는 이후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만, 감정의 축적이 충분히 그려지지 않아 설득력이 떨어진다. 후반부에 더해지는 특정 설정도 마찬가지다. 인물의 삶과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지점이지만, 이를 납득시킬 만한 과정이 없어 뜬금없게 느껴진다. 원작의 설정을 그대로 가져왔다면 영화 안에서 그에 따른 설득력을 확보했어야 했고, 그렇지 못했다면 과감한 각색이 필요했다.

조이현과 김재원도 아쉽다. 여섯 인물 중에서도 중심에 서서 극을 이끌어야 하는 역할이지만, 두 배우 모두 장악하는 힘이 부족하다. 과하게 힘이 들어간 연기와 다소 오그라드는 대사 톤으로 몰입을 방해한다. 특히 조이현은 특유의 앳된 발성과 말투가 캐릭터마저 지나치게 어려 보이게 만들면서 중심인물로서의 무게감을 떨어뜨린다. 

눈에 띄는 건 곽동연과 배강희다. 곽동연은 사람들과 쉽게 섞이지 못하고 어딘가 한 끗씩 어긋나는 전요한의 독특한 면모를 제대로 살린다. 미묘하게 엇나가는 호흡과 리듬으로 캐릭터의 개성을 배가한다. 상대적으로 낯선 얼굴인 배강희도 안정적인 연기로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준다. 러닝타임 107분, 오는 11월 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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