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방금숙 기자] 이랜드그룹이 30여년간 모은 여행 가방 7816점과 북엔드 4674점으로 기네스 세계기록 2개 부문에 공식 등재됐다. 1995년 시작된 수집 활동이 ‘세계 최대 규모의 여행 가방 컬렉션’과 ‘세계 최대 규모의 북엔드 컬렉션’이라는 세계 기록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28일 오전 서울 강서구 마곡동 이랜드글로벌R&D센터 지하 수장고가 취재진에 처음 공개됐다. 이곳에는 이랜드그룹이 30여년간 수집한 패션·영화·음악·스포츠·예술 분야 소장품 100만점 이상이 보관돼 있다.
◇ 여행 가방 ‘시대상을 담은 작은 집’
수장고에 들어서자 1700년대 마차 여행에 사용된 가방부터 시대별 여행 가방이 눈길을 끌었다. 1830년대 여성들이 이동할 때 사용한 카펫백, 자동차 여행이 확산한 1920년대 가방, 항공 여행이 대중화한 1950년대 가방까지 한 공간에 전시돼 있었다.

서영희 이랜드뮤지엄 총괄디렉터는 “여행 가방은 단순한 소지품이 아니라 시대상을 담은 작은 집”이라며 “이동수단이 마차와 증기선에서 기차·자동차·비행기로 바뀌면서 가방의 크기와 소재, 디자인도 함께 변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뒤편에 짐을 싣던 초기 트렁크와 빈티지 주유통 등 자동차의 역사를 보여주는 물품도 함께 놓여 있었다.

◇ 북엔드, 책을 받치는 소품에서 문화유산으로
다른 공간에는 동물과 새, 인물, 꽃 등 다양한 형태의 북엔드가 한쪽을 채웠다. 책이 쓰러지지 않도록 받쳐주는 기능에 충실했던 북엔드는 시대가 흐르며 조형적이고 개성 있는 오브제로 진화했다.
북엔드 옆에는 1910년대 제품을 포함한 타자기 약 2000점이 빼곡히 줄지어 있었다. 이랜드는 북엔드와 타자기를 책·출판·문서 문화의 변화를 보여주는 수집품으로 보고 있다. 타자기 컬렉션도 여행 가방과 북엔드에 이어 다음 기네스 인증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다.

◇ 30만점 패션 아카이브, 아이디어의 보고
패션연구소에는 약 2000평 규모의 공간에 의류 샘플 30만점이 보관돼 있었다. 밀리터리 의류부터 아우터, 그래픽 티셔츠, 넥타이까지 종류가 다양했고, 패턴과 디자인 자료도 별도로 소장돼 있었다.
정혜림 패션연구소장은 “디자이너들은 처음부터 디자인하지 않고, 레퍼런스를 모아 시즌을 기획한다”며 “디자이너들이 샘플을 빌려 신제품과 시즌 기획에 활용한다”고 말했다. 대여 내역은 시스템에 기록된다.
이랜드글로벌R&D센터 곳곳에는 마르탱 마르지엘라, 장 폴 고티에, 티에리 뮈글러 등 세계적 디자이너의 의상도 전시돼 있었다. 지방시와 이브 생로랑 등의 패션 스케치와 제작 과정에서 작성한 지시 사항도 확인할 수 있었다.

◇ 수장고를 넘어 전시와 사업에 활용
소장품은 보관에 그치지 않고 전시와 디자인 연구, 계열사 사업에도 활용되고 있다. 이랜드뮤지엄은 최근 3년간 20차례 넘게 전시를 열었고, 누적 관람객은 110만명을 넘겼다.
2024년 5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세계적 디자이너 21인의 의상을 선보였고, 같은 해 7월과 9~12월에는 서울과 전북 익산에서 영국 왕실 소장품을 전시했다. 올해 4월에는 서울 마곡에서 세계적 디자이너 20인의 의상을 소개하는 ‘상상력 옷장’ 전을 열었다.

해외 협업도 이어졌다. 이랜드는 영국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뮤지엄과 미국 아카데미 영화박물관에 영화 관련 소장품을 대여했다. 2017년 루이비통 전시에서는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소유했던 여행 가방 등을 선보였다.
소장품은 이랜드의 호텔과 외식 사업에도 활용되고 있다. 켄싱턴호텔 평창에는 김연아 선수의 스케이트 등 올림픽 관련 소장품 약 200점이 전시돼 있고, 켄싱턴호텔 설악에는 비틀즈 멤버들의 무대 의상과 악기가 전시돼 있다. 애슐리퀸즈 팝업스토어에서는 케네디 부부의 웨딩 접시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 이랜드그룹 “소장품 100만점, 미래를 여는 자산”
이랜드그룹이 수집에 나선 배경에는 세계 문화유산을 국내에서도 접할 수 있게 하겠다는 창업주의 ‘문화보국’ 비전과 패션 연구·디자인 영감의 원천을 직접 확보하려는 목표가 있었다.
서영희 총괄디렉터는 “30년 전 시작한 작은 수집이 오늘 세계 기록이 됐고, 이제 100만점의 아카이브가 미래를 여는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랜드는 이랜드글로벌R&D센터를 방대한 소장품을 활용하는 패션 연구개발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과거의 문화유산을 전시와 사업, 디자인 연구로 연결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한우석 이랜드뮤지엄 대표는 “이번 인증을 시작으로 소장품을 순차적으로 공개하며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혀갈 것”이라며 “타자기 컬렉션 등을 포함해 최대 30개 부문의 기네스 세계기록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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