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석유화학 업황 부진 장기화에 대응해 해외 자산 매각과 친환경 신사업 속도 조절 등 선제적인 재무구조 개선(리밸런싱)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핵심 자산을 선제 정리해 재무 부담을 덜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산업 생존을 위한 울산 석유화학단지 내 나프타분해설비(NCC) 감축 논의가 기업 간 복잡한 이해관계에 가로막히면서 SK이노베이션의 선제적 자구책마저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석유화학 자회사 SK지오센트릭은 해외 비핵심 자산을 연이어 정리하며 재무건전성을 다지고 있다. 올해 1월 중국 닝보SK합성고무 지분 80%를 중국 던그룹에 매각 완료한 데 이어, 중국 시노펙과 합작 설립한 ‘중한석화’ 보유 지분(35%) 매각 방안 역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리밸런싱 카드로 지속 검토·추진 중이다. 석유화학 업황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수익성이 낮거나 전략적 중요도가 떨어지는 자산을 정리해 재무 부담을 줄이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중한석화 지분 매각과 관련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리밸런싱 방안 중 하나로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미 및 유럽 소재 해외 자회사 정리도 연내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지난해 말 미국 SK프리마코아메리카와 스페인 SK프리마코유럽, 프랑스 SK펑셔널폴리머의 매각계획을 승인했으며, 현재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친환경 신사업에 대한 투자 전략도 지난해부터 조정하고 있다. 글로벌 친환경 투자 환경이 위축된 데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까지 겹치면서 기존 사업의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전략이다. SK지오센트릭은 지난해 캐나다 화학적 재활용 기술기업 루프인더스트리 보유 지분 417만2706주를 전량 매각했다. 이 가운데 393만5367주는 루프 창업자인 다니엘 솔리미타에게 매각했고, 나머지 23만7339주는 장내 매도했다. 총 매각 대금은 약 60억원이다.
앞서 SK지오센트릭은 2021년 약 660억원을 투자해 루프 지분을 확보하고 울산 재활용 플라스틱 클러스터(ARC) 내 해중합 공장 건설을 추진했다. 그러나 지난해 초 합작 제휴를 종료한 데 이어 잔여 지분까지 모두 처분하면서 양사 간 협력 관계를 정리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석유화학 사업의 실적 부진과 맞물려 있다. SK이노베이션 화학사업의 영업이익은 2023년 5165억원에서 2024년 1253억원으로 75.7%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0조7442억원에서 10조3517억원으로 3.7% 줄었다. 지난해에는 매출이 8조9203억원으로 감소하고 영업손실 2365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1분기에는 재고 효과와 아로마틱 제품 스프레드 개선에 힘입어 실적이 반등했다. SK지오센트릭의 1분기 영업이익은 1275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2분기에는 PX와 납사 간 스프레드 축소와 판매량 감소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437억원에 그쳤다. 전 분기보다 838억원 줄어든 수준이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총 1712억원이다.
회사는 3분기 화학사업 실적이 2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PX 수요 회복은 지연되고 있지만 벤젠 등 아로마틱 제품의 스프레드 개선이 실적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최근 실적 반등에도 업황 자체의 회복 여부는 불확실해 자산 효율화와 비용 관리의 필요성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SK이노베이션의 필사적인 자구책과 별개로 국내 석유화학단지의 구조조정이 이해관계 조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울산 지역은 여수·대산 등 다른 주요 석유화학단지보다 사업재편 논의가 더디게 진행되는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은 에쓰오일, 대한유화 등과 NCC 감축 및 통합 운영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연내 사업재편 방안을 마련한다는 목표지만, 감축 규모와 대상 설비 등을 둘러싼 기업 간 합의가 과제로 남아 있다. 울산은 주요 석유화학 기업 3곳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단일한 구조조정 방안을 도출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울산은 다른 지역과 달리 이해관계가 다른 3개 기업이 상존해 논의 진척이 다소 더딘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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