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현대모비스가 개발 중인 차량용 반도체의 양산 시점을 2029년으로 제시했다. 또 국내 반도체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시스템반도체와 전력반도체의 국산화을 추진하는 한편 미래 자동차 부품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도 이어갈 예정이다.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은 21일 경기 성남시 더블트리 바이 힐튼 서울 판교에서 열린 제2회 차량용 반도체 포럼 ‘오토 세미콘 코리아(ASK)’ 미디어 간담회에서 차량용 반도체 양산 계획과 관련해 “차량 적용을 기준으로 가장 빠른 양산 시점은 2029년 정도로 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사장은 “차량용 반도체 개발이 끝나고 해당 반도체를 차량에 적용해 양산차로 나오기까지는 보통 2년 반에서 3년 반 정도 걸린다”며 “반도체 개발 이후 차량 개발 초기 단계부터 적용을 검토해야 하는 만큼 전체적으로 4~5년 정도가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양산 시점을 2029년으로 잡은 것은 사실상 내년부터 신차 개발 단계에 국산 반도체를 투입하겠다는 의미다.
2029년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자율주행 사업 주기와도 맞닿아있는 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2028년부터 엔비디아 기반 자율주행 레벨2 플러스 기술을 첫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양산 모델에 적용하고, 2029년에는 자율주행 시스템 ‘아트리아 인공지능(AI)’을 적용한 레벨2++ 차량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이 사장은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자율주행차에 곧바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향후에는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차량에 적용이 되겠지만, 초기 단계에서 빠르게 출시되는 차량에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차랑용 반도체가 단기 수익성보다 미래 자동차 산업의 핵심 부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국내 반도체 생태계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투자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차량용 반도체는 단가가 낮아 내년이나 가까운 미래에 재무적으로 기여하는 부분은 상당히 적을 것”이라면서도 “이러한 노력을 투자하지 않으면 향후 부품 사업을 하는 현대모비스나 현대차·기아 같은 완성차 업체에도 큰 어려움이 생길 수 있어 중장기 산업 미래를 위한 투자 개념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사장은 “일반 반도체는 경기 순환을 타는 아이템이지만, 차량용 반도체는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대신 상당히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다”며 “경기 순환에 따른 산업 사이클에 덜 민감하다는 점에서 매력도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차량용 반도체는 일반적인 반도체와 비교해 개발 기간이 통상 4년 정도로 길지만, 일단 차량에 적용되면 장기간 공급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 이 사장은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전력반도체 분야는 추가적인 기술 개발과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시스템반도체는 국내에도 좋은 기업들이 있다”며 “이들이 보유한 설계와 사업 경험을 잘 육성하고 협업한다면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협업 모델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반도체에 대해서는 “아직 국내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이 적고 설계 기술도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연구개발(R&D) 팹을 구축해 국내 팹리스들의 개발 비용 부담을 줄여준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모비스가 국내 차량용 반도체 산업의 협력 구심점 역할을 맡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이 사장은 “현대모비스는 부품사이면서 반도체 개발 역량도 갖춘 기업”이라며 “자동차의 중장기 기술 트렌드에 맞춰 필요한 반도체 수요를 정의하고 국내 팹리스 및 파운드리와 협업 모델을 만들어 선진국을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수요기업의 중장기 요구사항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보유한 기술을 실제 차량에 적용할 수 있도록 개발 방향을 제시한다는 구상이다. 이 사장은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은 이미 기반이 마련돼 있다”며 “모바일이나 가전용 반도체에 집중됐던 관심을 차량용 반도체로 확대하고 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포럼의 역할”이라고 마무리했다.

현대모비스는 이날 제2회 차량용 반도체 포럼(ASK)을 열고 국내 자동차·반도체 업계의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해 처음 출범한 ASK는 완성차와 부품사, 팹리스, 파운드리 등 업계 관계자들이 참여해 국내 차량용 반도체 경쟁력과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협력 플랫폼이다.
올해 포럼에는 삼성전자와 SK키파운드리, LX세미콘, 어보브반도체 등 기존 참여 기업을 비롯해 반도체 설계자산(IP), 시험평가, 기능안전 분야 관계자들이 합류했다. 참여 기업·기관은 지난해 27곳에서 올해 53곳으로 늘었다. 현대모비스는 산업통상자원부, 현대차, LG전자 등과 함께 ‘차량용 반도체 원팀 태스크포스(TF)’ 발대식도 진행했다.
지난 1년간의 협업 성과도 공개됐다. 현대모비스는 국내 기업들과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총 19건의 협업 과제를 발굴했으며, 이 가운데 13종은 실제 개발에 착수했다. 개발에 들어간 13종 중 9종은 적용을 목표로 하는 차종까지 선정했다. 전력반도체 분야에서도 개발 역량과 품질·양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공동 검토를 시작했다.
협력 범위도 기존 팹리스·파운드리 중심에서 소프트웨어(SW), IP, 패키징, 시험평가, 기능안전 등으로 확대한다. 차량용 반도체는 주행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성능뿐 아니라 신뢰성과 품질, 기능안전 등 다양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설계와 제조 역량만으로는 완성차 적용과 양산까지 이어가기 어려운 만큼 개발 초기부터 수요기업과 반도체 업체, 검증기관 간 협업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차량용 마이크로컨트롤러(MCU)와 통신·전원 반도체 등의 국산화를 추진한다. 전력반도체 분야에서는 실리콘카바이드(SiC)와 절연게이트양극성트랜지스터(IGBT) 등 차세대 반도체의 개발 및 양산 경쟁력 확보에 나선다.
현대모비스는 2020년 현대오트론의 반도체 사업을 인수한 이후 시스템반도체와 전력반도체를 양대 축으로 연구개발을 확대해 왔다. 현재 자체 개발한 시스템반도체 16종을 외부 파운드리를 통해 연간 2000만개 규모로 양산하고 있다. 향후 전동화와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 변화에 맞춰 필요한 반도체 사양을 선제적으로 정의하고 국내 기업들과 공동개발을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와의 협력도 병행한다. 지난해 포럼에서 제기된 차량용 반도체 시험평가 인프라 부족 문제를 바탕으로 정부는 한국자동차연구원 관리 아래 충남 천안에 차량용 반도체 종합지원센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센터는 차량용 반도체의 신뢰성과 품질을 검증하는 시험평가 설비를 갖출 예정으로, 내년 6월 완공을 목표로 한다.
현대모비스는 포럼에서 발굴한 협업 과제를 정부 R&D 사업과 연계하는 방안도 모색한다. 단순한 정보 교류를 넘어 수요 발굴부터 과제 선정, 개발, 검증, 양산까지 이어지는 실행 중심의 협력 플랫폼으로 ASK를 발전시킨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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