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올 들어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잇따랐던 HD현대그룹에서 또 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안전을 특히 강조했던 정기선 회장의 취임 1주년마저 사망사고로 얼룩지게 된 모습이다.
HD현대그룹 계열사인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 20일 ‘중대재해 발생’ 공시를 통해 자회사 HD현대플라스포에서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했다고 알렸다. 지난 19일 HD현대일렉트릭 울산 변압기 공장 증축 공사현장에서 40대 근로자가 추락해 사망한 사고다.
이로써 HD현대그룹은 중대재해 사망사고 잔혹사를 이어가게 됐다. 올해 HD현대그룹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사망사고는 이번이 6번째다. HD현대중공업에서만 자회사 HD현대엠엔에스를 포함해 4건의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했으며, 이 중 2건은 일주일 새 발생한 같은 유형의 사망사고였다. HD현대삼호에서도 1건의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있었다. 이밖에도 중대재해로 분류되지 않은 2건의 사망사고까지 더해진 바 있다.
이 같은 행보는 정기선 회장이 지난해 10월 회장 자리에 오른 뒤 안전을 특히 강조했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정기선 회장은 지난해 12월 개최한 ‘HD현대 세이프티 포럼(Safety Forum)’을 통해 “안전은 사회적 약속이나 규범의 차원이 아닌,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하며 ‘모두가 안전한 작업장, 안전이 브랜드가 되는 회사’를 새 안전 비전으로 발표했다. 아울러 시스템·문화·기술을 세 가지 핵심 전략 축으로 하는 중점 추진 방안도 제시했다. 이를 두고 당시 행사에 참석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번 포럼을 계기로 HD현대가 안전의 모범사례로서 산업현장에 큰 울림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사실상의 회장 취임 원년인 올해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잇따르면서 정기선 회장이 내세운 ‘안전 청사진’은 출발부터 크게 흔들리고 말았다. 특히 취임 1주년을 맞아 여러 성과에 대한 평가와 함께 안전 강화가 과제로 지목되고 있는 시점에 또 다시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정기선 회장이 내건 ‘안전이 브랜드가 되는 회사’라는 비전이 더욱 무색해지게 됐다.
뿐만 아니라 이는 정부 차원의 중대재해 근절 노력 및 성과를 역행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중대재해 근절을 강조해왔으며,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직을 걸겠다”며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집계된 통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산업재해 사망자는 전년 동기 대비 19.9% 줄어들며 2022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0일 국무회의를 통해 김영훈 장관을 향해 “정말 큰일을 하신 것”이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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