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리다임 중복상장 논란 확산…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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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미국 손자회사인 솔리다임을 둘러싼 중복상장 논란이 점점 더 확산하고 있다. / 솔리다임
SK하이닉스의 미국 손자회사인 솔리다임을 둘러싼 중복상장 논란이 점점 더 확산하고 있다. / 솔리다임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SK하이닉스의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을 둘러싼 중복상장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상장 추진 움직임이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의 거센 우려 및 질타에 이어 금융당국 차원에서도 부정적인 입장이 나온 것이다. 여러 상황과 이해관계, 찬반 논쟁이 복잡하게 뒤엉켜있는 만큼 더욱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미운오리’에서 ‘백조’로 거듭난 솔리다임… ‘뜨거운 감자’ 부상

솔리다임은 미국의 반도체 기업인 인텔에 뿌리를 두고 있다. SK하이닉스가 2020년 인텔의 낸드사업부를 인수해 출범시킨 기업이다. 10조원 규모의 이러한 ‘빅딜’은 양사의 이해관계에 맞아 떨어지며 성사됐다. 당시 인텔은 가격 하락 및 경쟁 심화 문제를 겪고 있던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정리해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했다. SK하이닉스는 주력으로 삼고 있던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다소 약한 부문이었던 낸드 사업을 크게 강화하고자 했다.

SK하이닉스 품에 안겨 새롭게 출범한 뒤 솔리다임은 한동안 ‘미운오리’ 신세를 면치 못했다. 불황과 국제정세 악화 등의 악재를 마주하며 대규모 적자를 면치 못한 것이다. 그런데 이후 큰 반전이 찾아왔다. AI 시대로의 전환이 가속화 하면서 성장가도가 펼쳐지기 시작한 것이다. 솔리다임은 AI 데이터센터 구축의 필수요소인 기업용SSD(eSSD)를 주력으로 생산할 뿐 아니라 이 분야에서 앞선 기술력도 지니고 있다.

이처럼 ‘백조’가 돼 날개를 펼친 솔리다임은 최근 또 다른 이유로 ‘뜨거운 감자’가 됐다. 중복상장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SK하이닉스에 인수된 이후 이따금씩 거론됐던 솔리다임의 나스닥 상장 추진은 최근 그 움직임이 점차 더 뚜렷해졌다. 주관사 선정 소식이 전해졌을 뿐 아니라 상장 추진과 관련된 것으로 해석되는 채용과 대관 총괄 임원 영입 소식도 뒤따랐다.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구체적으로 확정된 건 없다”고 밝혔지만 나스닥 상장 추진은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솔리다임은 AI 전환 가속화 흐름 속에 성장가도가 펼쳐졌을 뿐 아니라 미래 전망 또한 밝은 상황이다. / 솔리다임
솔리다임은 AI 전환 가속화 흐름 속에 성장가도가 펼쳐졌을 뿐 아니라 미래 전망 또한 밝은 상황이다. / 솔리다임

◇ 미국 생산거점 마련 등 대규모 투자 필요… 관건은 자금 조달 방식

문제는 솔리다임의 나스닥 상장 추진을 둘러싸고 여러 상황과 이해관계, 찬반 논쟁이 복잡하게 뒤엉켜있다는 점이다.

우선, 솔리다임의 투자금 확보 필요성은 분명하다. 기본적으로 증가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설비 확대가 필요할 뿐 아니라 특히 미국 내 생산거점 확보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밀집해있는 데다, 미국의 대 중국 규제 부담까지 존재하기 때문이다. 솔리다임은 중국 다롄에 단일 생산거점을 두고 있으며, 미국엔 본사와 연구개발 센터만 있다. 여기에 경쟁력 유지 및 강화를 위한 기술 개발을 위해서도 대규모 투자가 요구된다.

최대 쟁점은 자금 조달 방식이다. 솔리다임의 자금 조달 방안으로는 크게 세 가지가 꼽힌다. SK하이닉스가 직접 지원하는 것과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 지원하는 것, 그리고 솔리다임의 직접 상장이다.

이 중 SK하이닉스의 직접 지원은 현재 넉넉한 현금 보유 상황 및 실적 고공행진에도 불구하고 적잖은 부담 또한 존재한다. 특히 다른 투자 및 주주환원 확대 필요성을 고려하면, SK하이닉스 입장에선 가급적 직접 자금을 투입하기보단 외부에서 조달하는 게 낫다는 평가에 무게가 실린다. 솔리다임이 자금 조달 역량을 충분히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솔리다임은 그룹 지주사인 SK(주)부터 SK스퀘어, SK하이닉스, AI컴퍼니를 거치는 지배구조 하에 놓여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솔리다임은 그룹 지주사인 SK(주)부터 SK스퀘어, SK하이닉스, AI컴퍼니를 거치는 지배구조 하에 놓여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그런데 남은 두 카드인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과 솔리다임의 직접 상장은 또 다른 이해관계 상충과 얽혀있다.

우선, 솔리다임 지배구조부터 살펴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SK(주)→SK스퀘어→SK하이닉스→AI컴퍼니→솔리다임’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구조에서 SK하이닉스의 유상증자는 그룹 지배구조상 지배력 약화가 동반된다. 특히 중간지주사인 SK스퀘어가 보유 중인 SK하이닉스 지분은 법적 의무 보유 기준인 20%에 맞닿아있는 상태다. 즉,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서 지배구조도 유지하기 위해선 SK스퀘어가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대며 참여해야 한다.

반면, 솔리다임의 직접 상장은 자금을 조달하면서 그룹 지배구조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다. AI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 흐름 속에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아 더 수월한 자금 조달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기존 주주들의 가치가 제고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솔리다임 직접 상장은 주주들의 손해로 이어질 소지가 있는 이른바 ‘중복상장’ 논란으로 이어지는 측면이 더욱 크다. 기존에 SK스퀘어나 SK하이닉스에 반영돼있던 솔리다임의 가치가 희석되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초유의 ‘5단 중복상장’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솔리다임까지 상장할 경우 5단계에 걸친 지배구조 중 상장사가 4곳에 이르게 된다. 올해 초 솔리다임 분할을 통해 지배구조에 추가된 미국 AI 투자회사 AI컴퍼니를 통해 그룹 계열사들이 상장 과정에서 막대한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솔리다임의 자금 조달 방안은 SK그룹 지배구조
솔리다임의 자금 조달 방안은 SK그룹 지배구조 등과 얽혀 복잡한 이해관계 상충으로 이어지고 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 이찬진 금감원장 “중복상장 저촉 판단”

복잡하게 얽힌 상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출범 이후 ‘자본시장 체질개선’에 박차를 가해온 이재명 정부는 특히 국내 주식시장의 ‘고질병’으로 꼽혔던 중복상장에 대해서도 단호한 입장을 취하며 개선책을 마련해왔다. 이러한 기조를 고려하면 이번 사안에 대해서도 엄정한 대처가 예상된다. 다만, 솔리다임의 나스닥 상장의 경우 특정 사업부문을 떼어 내 상장하는 구조는 아니다. 미국에서 인수한 사업부문을 미국에 상장하는 것으로, 기존의 중복상장 논란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또한 우리 정부 차원에서 이를 제한 또는 제재할 방안이 있을지 여부도 명확하지 않다.

SK하이닉스가 정부의 역점 사업인 호남권 반도체 메가프로젝트의 중추 역할을 맡고 있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솔리다임의 자금 조달 방안이 SK하이닉스의 호남권 반도체 메가프로젝트 투자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데다, 자칫 정부와 기업 간 엇박자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런 가운데, 지난 19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국감장에서 밝힌 입장은 긴장을 더욱 고조시킨다. 이찬진 원장은 이날 솔리다임 나스닥 상장 추진 관련 질의에 “중복상장에 저촉된다는 판단은 금융위원회도 하고 저희도 하는 부분이 있다”며 주주에게 미칠 영향 등을 세밀하게 검토해 가능한 조치를 최대한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의 향후 행보 및 정부 차원의 대응 움직임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한편, 논란 또한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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