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워치] ‘4F² 쇼크’ CXMT의 실체…중국 D램 기술력일까? 마케팅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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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XMT 홈페이지 캡처

[마이데일리 = 윤진웅 기자] 중국 최대 D램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4F²’ 구조를 적용한 서버용 D램 출시를 예고하며 글로벌 메모리 시장을 흔들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경제성 문제로 출시 시기를 재고 있는 차세대 셀 구조를 중국 업체가 먼저 꺼내 들었다는 소식에 양사 주가가 하루 만에 7~10% 급락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CXMT의 이번 발표를 곧바로 ‘기술 추월’로 해석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한다. 제품의 속도와 용량, 수율은 물론 실제 양산 규모조차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이 범용 D램의 저가 공세를 넘어 차세대 서버용 제품과 고대역폭메모리(HBM)까지 넘보고 있다는 점은 경계할 대목이다.

CXMT의 진짜 위협은 특정 기술 하나가 아니라 빠르게 늘어나는 생산능력과 중국 내수시장, 정부 지원을 발판으로 기술 격차를 좁히는 속도에 있다. 과거 한국 기업이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일본 메모리 업체를 추월했던 것과 닮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 6F²보다 셀 면적 33% 축소…‘4F²’가 뭐길래

1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CXMT는 연말까지 4F² 셀 구조를 적용한 서버용 DDR5 RDIMM을 출시할 계획이다. RDIMM은 데이터센터와 서버에서 주로 사용하는 고용량·고신뢰성 메모리 모듈을 말한다.

4F²는 D램 셀 하나가 차지하는 면적을 나타내는 설계 개념이다. 현재 주류인 6F² 구조 대비 셀 면적을 33.3%가량 줄일 수 있어 이론적으로 동일한 웨이퍼 면적에서 집적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CXMT는 트랜지스터를 수직으로 세운 ‘VSG’ 구조를 활용해 셀 면적을 줄이는 방식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평면 트랜지스터의 미세화 한계를 보완하고 누설전류를 억제하면서 집적도를 높이는 기술이다. 업계가 장기적으로 추진하는 3차원 D램으로 넘어가기 위한 중간 단계로도 평가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일찍부터 4F² 구조를 연구하며 시술을 확보해 둔 상태다. 그럼에도 양사가 상용 제품을 출시하지 않은 것은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경제성 때문이다.

실제 트랜지스터 구조를 바꾸면 공정 단계가 늘고 제조 난도도 높아진다. 셀 면적을 줄이더라도 수율이 떨어지면 웨이퍼 한 장에서 확보하는 정상 제품이 감소해 생산원가가 오히려 상승할 수 있다. 신뢰성이 중요한 서버용 제품은 고객 인증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핵심은 4F² 구조의 구현 여부가 아니라 이를 얼마나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지 여부다.

◇ ‘출시’와 ‘양산’ 사이…아직 공개되지 않은 숫자들

CXMT 발표에는 기술력을 판단할 핵심 정보가 빠져 있다. 제품 용량과 작동 속도, 소비전력, 공정 수율, 고객 인증 여부와 생산 규모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연내 제품을 출시하겠다는 계획도 시제품 공개인지, 고객사 샘플 공급인지, 본격적인 양산인지 명확하지 않다. ‘세계 최초 적용’이라는 상징성을 노린 기술 마케팅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증권업계에서는 CXMT가 12나노급 공정에 4F² 구조를 부분적으로 적용하는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10나노급 미만 공정에서 완전한 4F² 구조 도입을 준비하는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1.5~2세대 정도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다.

CXMT는 미국 수출 규제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약점도 안고 있다. 미세공정을 심화하려면 심자외선(DUV) 장비로 여러 차례 패턴을 새기는 멀티패터닝을 활용해야 하는데, 공정 횟수와 비용이 늘고 결함 발생 가능성도 커진다.

실제 CXMT는 최근 11.95나노 수준의 5세대 공정 양산을 발표하면서 EUV 대신 쿼드러플 패터닝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기술적 우회에는 성공했지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같은 원가와 수율을 확보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4F² 제품이 예정대로 나온다고 해도 곧바로 국내 기업의 최첨단 제품과 대등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제품 발표, 양산 진입, 수율 안정화, 고객사 인증은 각각 다른 단계다.

◇ 점유율 9.5%까지 상승…무시하기 어려운 ‘규모의 속도’

그렇다고 CXMT의 발표를 단순한 허풍으로 치부하는 것도 위험하다. 기술 격차와 별개로 생산 규모와 시장 영향력이 이미 빠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에서 출범한 CXMT는 불과 10년 만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에 이은 세계 4위 D램 업체로 성장했다. 중국 정부와 지방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DDR4에서 DDR5와 LPDDR5X, 서버용 D램으로 제품군을 넓혔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CXMT의 글로벌 D램 매출 점유율은 올해 1분기 7.6%에서 2분기 9.5%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39.4%, SK하이닉스는 24.9%, 마이크론은 23.3%를 기록했다. 3강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지만 CXMT가 한 자릿수 초반의 주변 업체에서 시장의 가격과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자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생산능력 확대 속도는 더 위협적이다. 반도체 분석업체 세미애널리시스는 CXMT의 월간 웨이퍼 투입능력이 올해 말 약 35만장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신규 증설 규모만 월 8만5000장으로 예상돼 삼성전자 1만5000장, SK하이닉스 6만장, 마이크론 3만장을 웃돈다.

CXMT는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도 생산라인 증설과 공정 개선에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상장 투자계획 295억위안 가운데 약 70%에 해당하는 205억위안을 웨이퍼 생산라인과 기존 D램 공정 고도화에 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CXMT가 단기간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첨단 기술을 따라잡지 못하더라도 막대한 생산능력으로 범용 D램 공급을 늘리면 시장 가격을 압박할 수 있다. 공급량이 우선적으로 작용하는 범용 시장에서는 규모 자체가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어서다.

/각 사

◇ HBM 집중한 韓의 빈자리 파고든다

CXMT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인공지능발 메모리 초호황도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수익성이 높은 HBM 생산에 자원을 집중하면서 PC와 스마트폰 등에 사용하는 범용 D램 공급이 빠듯해졌다.

HBM은 일반 D램보다 웨이퍼 면적을 더 많이 사용한다. 기존 생산라인을 HBM으로 전환할수록 범용 제품 공급량은 줄어든다. 이 틈을 CXMT가 DDR4와 DDR5, LPDDR5X 등으로 파고든 것이다.

메모리 가격 상승도 CXMT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선두 업체보다 생산원가가 높더라도 D램 판매가격 자체가 오르면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확보한 이익을 다시 생산 확대와 연구개발에 투입하면 출하량 증가와 원가 절감이 맞물리는 선순환이 가능해진다.

CXMT는 범용 제품으로 물량과 현금을 확보한 뒤 서버용 D램과 HBM 등 고부가 시장에 진입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알리바바와 텐센트, 바이트댄스 등 대형 기술기업이 자국산 AI 반도체와 메모리의 잠재적인 수요처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중 부담으로 작용한다. HBM에서는 기술 우위를 지켜야 하고 범용 D램에서는 중국의 생산 확대에 따른 가격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 CXMT가 HBM에서 의미 있는 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범용 시장의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것만으로 국내 기업에 위협이 될 수 있다.

◇ HBM 격차는 여전…단기 공급 부족 해소도 어려워

고부가 메모리에서는 아직 격차가 뚜렷하다. HBM은 미세공정 D램뿐 아니라 실리콘관통전극과 적층, 패키징, 발열 제어, 고객사 인증 기술이 모두 필요하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AI 가속기 기업과 제품 개발 초기부터 협력하며 HBM 생태계를 구축해왔다. CXMT가 D램 칩을 생산하더라도 이를 안정적으로 쌓아 수율을 확보하고 주요 고객의 검증을 통과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미국의 첨단 장비와 기술 수출 규제도 CXMT의 공정 전환과 수율 개선을 제약한다. 이에 따라 CXMT가 단기간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술 수준에 도달하거나 현재의 글로벌 메모리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CXMT가 예고한 4F² 제품도 실제 양산성과 원가 경쟁력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기술 추월’보다 ‘기술 방향 제시’에 가깝다. 당장 한국 기업의 시장 지위를 뒤집을 만한 사건은 아니라는 얘기다.

◇ 멀리 있던 2등이 보이기 시작했다

CXMT의 실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추월한 기업’도, ‘국가 지원으로 연명하는 저가 업체’도 아니다. 첨단기술과 수율에서는 여전히 격차가 있지만 중국 내수시장과 정책 자금, 대규모 생산능력을 기반으로 그 차이를 빠르게 줄이는 추격자에 가깝다.

4F² 발표의 성패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중국이 메모리 산업에서 범용 제품 생산에 머물지 않고 차세대 셀 구조와 서버용 D램, HBM까지 기술개발의 범위를 넓혔다는 사실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중국의 기술 수준이 멀리 떨어져 있어 위치조차 체감하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뒤따라오는 모습이 보이는 단계”라며 “현재의 격차만 보고 안심하기보다 연구개발 속도와 전문인력 확보, 차세대 메모리의 조기 상용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국 메모리 산업의 진짜 시험대는 CXMT가 4F² 제품을 내놓는 순간이 아니라, 중국의 규모와 기술이 결합하기 전에 다음 격차를 얼마나 빠르게 만들어내느냐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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