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제대군인은 누구나 직업군인으로 살아왔던 군 생활을 마치면 모두 전역한다. 정년전역이든 계급정년이든 전역 하루 전까지 최선을 다했던 군 생활을 자랑스러워하며 전역한다.
이러한 제대군인이 명예스러운 전역을 한 후 어떻게 모범적으로 살아갈 것인가. 청춘을 바쳐 20~30년 넘게 군 생활만 했던 장기복무 제대군인의 경우 몸에 밴 군 생활의 습관, 행동, 태도들을 바꾸기 쉽지 않다.
개인의 판단보다는 명령에 익숙해진 행동은 언어에서도 나타난다. 가령 도움을 받기 위해 상담할 때도 명령조의 언어는 상담사도 당황스럽게 만든다.
전직기간 중 이거나 전역한 제대군인을 상담하시는 분들에게 직업군인의 티를 벗으려면 얼마나 걸리겠는가를 물어본 적이 있다. 또 전직기간 중에 자격증 취득을 위해 준비하고 계신 분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드렸었다.
대개는 3년 정도를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대다수였지만 전직기간 중에 있는 제대군인의 답변은 더 짧은 기간을 대답하시는 분도 있었다. 과연 완전한 사회인으로 변화하려면 얼마나 걸릴까.
혹자는 군 생활을 한 만큼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30년 넘게 직업군인으로 살아왔던 분들은 90살이 돼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바뀌지 않는다는 의미다. 20대 청년으로 군에 입대해 55세 전후 중년의 나이에 전역하는 제대군인은 청춘을 바쳐 경험한 모든 것이 군 생활이기 때문이다.
다만, 10년 미만의 중기복무 제대군인의 경우는 좀 더 빠르게 사회적응이 가능하지 않을까.
베테랑(veteran)이란 용어는 한국어 사전에 '한 분야의 일을 오랫동안 해 그 일에 관한 지식이나 기능이 뛰어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반면 영어 사전에는 '전쟁에 참전했던 재향군인'·'병역 경험이 있는 사람'을 지칭한다.
이렇게 베테랑이 존중받을 만한 사람이라면 제대군인도 존중받아야 하고 자격을 갖춘 사람으로 사회에 적응해야 하지 않을까. 제대군인이 전역한 이후에도 명예를 지키며 모범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생각해 봐야 할 화두를 몇 가지 제시해 본다.
먼저, 자기 자신을 성찰해야 한다.
오랜 군 생활로 경직된 사고와 군인의 티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취업 일선에 나서면 대
인관계에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좋은 직장에 입사했어도 상급자 또는 하급자와의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면 내가 사직하거나 직장에서 그만두라는 권고를 받게 된다.
따라서 좋은 직장을 구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대인관계 스킬(skill은 경험ㆍ연습을 통해 습득한, 어떤일을 잘 수행할 수 있는 능력-AI 브리핑)을 터득하려는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
자기 성찰의 기초는 가정에서 이뤄진다. 군 생활하면서 밤낮 훈련과 야근으로 가정에 소홀했기에 전역하면 잘 돌보겠다는 분들이 많다. 가족은 준군인으로서 삶을 함께 살았고, 자녀교육 대부분이 아내 몫이었다. 그래서 보상하려는 마음으로 함께 있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갈등 요인이 생긴다. 왜냐하면 아내도 자기 관리를 하면서 생활해 왔는데 남편으로 말미암아 패턴이 깨지기 때문이다. 소위, '남편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여기서 파생된 것이다.
자식들도 성인이 되면 통제하기 어렵다. 가정은 작은 사회다. 먼저 아내와 자식들에게 감동을 주는 연습을 해야 한다. 군인의 경직된 언어는 감동을 주지 못한다. '배려와 공감'이라는 따뜻한 위로의 말을 연습해 보자. 이렇게 대인관계 요령을 습득하면서 자신의 인생 진로를 고민해 보자.
군 생활의 국가관, 사생관으로 지배했던 이념적 공간을 인생관, 철학관으로 채워보자. 군인이 아닌 사회인으로서 여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고 '돈 많이 버는 좋은 직장'을 구하겠다는 것은 나답게 살지 못하고 노동하는 나로 살아가는 것이다.
칼릴 지브란(1883~1931)의 예언자라는 책에서 일에 대한 서사를 필자는 사랑으로 해석했다. 여기서 일을 제대군인의 직업으로 본다면 생계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사랑해야 하는 대상으로 보면 어떨까. 가정을 사랑하듯 직장도 사랑하며 인생 진로를 설계하면 어떨까.
인생 진로는 짧게 5년 후의 나, 10년, 20년 후의 나를 그려야 한다. 그때의 가정은 어떻고, 직업은 어떻게 될까? 설계 도면을 짜듯이 그려야 한다.
다음은 긍정심리의 안목을 가져보자.
대부분의 제대군인은 전직기간이나 실업기간을 통해 필요한 자격 조건을 갖추고 취업에 도전해서 성공한다. 그러나 일부는 반복된 좌절이 학습돼 무기력에 빠지기도 한다. 3일이 한 달이 되고, 3개월이 1년이 되는 경우가 그렇다. 상담을 통해 취업에 성공해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또 구직상담을 하는 사례가 있다. 장기간의 안정적 직업을 갖는 제대군인을 제외하고 단기적 임시직업을 갖는 분들이 자주 실업을 경험한다.
전직기간 중인 제대군인에게 '왜 사느냐'라고 물어보면 당황해한다. 한 번도 그런 질문을 받아 보질 못했다. 전역 후 좋은 직장을 구해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라고 답하는 분이 있었다. 여기서 좋은 직장이란 군에서 30년 복무한 것과 마찬가지로 장기적으로 소속될 직장을 말한다.
대부분의 제대군인은 모두 이런 좋은 직장을 구하고자 할 것이다. 그러면 필요한 자격조건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필수다. 그러나 도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노력이 동반되지 않은 결실을 바랄 수 있을까. 또 전역 전에 각종 국가자격증을 취득하고도 어떻게 활용할지 몰라 3~5년의 군내 직위에 취업하신 분들도 많다. 노력은 하였으나 장롱자격증이 된 셈이다.
김00대령이 두 곳에 면접본 후 모두 출근하라고 요청이 왔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교육 중인 분들에게 물어보면 각각 대답이 다르다.
사회에서 허용된 제도나 시간의 가능성, 여건 등을 고려해 우리는 유연한 대처가 필요할 때가 있다. 필자가 아는 학원 원장도 4개의 근무지에 소속돼 있다.
전역 후의 직업이 필요한 요인 중에 하나는 건강보험의 해결이다. 지역보험이 많다 보니 연금으로 충당하기는 부족하다. 따라서 4대보험이 들어가는 메인잡(main job)을 요구하게 된다.
그러면 서버잡(server job)은 또 무엇인가.
긍정심리학은 마틴 셀리그만(1942~)박사가 '학습된 무기력'을 연구하면서 발전시켜 왔다. 행복의 세 가지 측면 중 좋은 삶(good life)에서 중요한 것은 몰입인데 좋은 직업을 가지고 몰입할 수 있으면 만족한 삶을 충족하는 것은 아닐까.
제대군인의 이상적인 진로는 전역 전에 충분한 자격 조건을 만들어 취업을 확정 짓고, 전직기간에는 유희(遊戲)하면서 3막인생을 준비하면 좋겠다. 또 동반되는 즐거운 삶(pleasant life)이나 의미있는 삶(meaningful life)을 만족스럽게 충족한다면 모범적으로 살아 갈 수 있지 않을까.
끝으로 안목을 넓히기 위한 세계여행의 권장이다.
현역 복무 중이거나 전직기간에 해외여행은 쉽지 않다. 그래서 해외 여행지를 물어보면 가까운 중국, 일본이나 동남아 정도고 유럽 또는 미국여행은 몇 사람 안 된다. 대부분은 패키지 가족여행으로 관광목적이기에 특별히 느낀 것은 없는 듯하다.
해외여행을 단순히 즐거운 삶(pleasant life)의 일부로만 느끼지 말고 대한민국과 비교해 어디쯤 있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유럽여행에서 그 민족들이 가지고 있는 자부심과 품위, 미국여행에서의 광활함과 정교함, 심지어 한국 도움으로 성장하는 동남아시아 젊은 연령대들의 역동성, 우리가 국내라는 울타리에 있으면 세계가 어떻게 변화되는지 둔감할 수 밖에 없다.
최근 필자가 중국 시안을 여행하면서 그들이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를 봤다. 10년 전에 중국을 방문했을 때와 지금은 많은 발전이 있음을 알았다.
특히, 획일적 계획도시의 설계와 그렇게 인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보다 더 젊은 세대의 확인, 또 발전되고 있는 현실이었다.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정보화 시대에 격변하는 세계의 질서다. 국내 정치 뉴스에 몰두하기보다는 미래 대한민국의 비젼을 보며 제대군인들이 삶의 지표를 그려보는 것을 권장한다.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이곳은 우리만의 것이 아니라 자손들에게 자랑스럽게 물려 줘야 할 사명감도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제대군인들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담보로 헌신해 왔다.
전역 후에도 그 명예는 지켜지리라 확신한다. 나이 70이 넘은 노병에게 물어도 국가가 위기에 처하고 전쟁이 일어나면 싸울 것이냐는 질문에 단호하게 그렇게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다.
'나 태어난 이 강산에 군인이 돼' 우리가 알고 있는 - 늙은 군인의 노래 - 첫 구절이다.
비록 30년이 넘게 군인으로서 잔뼈가 굵었지만 늙은 것은 아니다. 55세 전ㆍ후 전역해 사회에 첫발을 디디면 새내기일 뿐이다. 전역 전 군에 있을 때만 가장 어른이었지 사회 나오면 이제 시작하는 초년생이다. 그러므로 먼저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자세로 책임 있는 가장으로서 사회를 배우자. 다음은 긍정심리의 안목을 가지고 사랑하기에 충분한 직업에 몰입해 보자.
끝으로 국내에만 머물지 말고 안목을 넓혀 세계 속에서 대한민국을 들여다 보자. 그러면 자자손손 우리가 지켜왔고 후세대가 지켜야 할 조국 대한민국이 자랑스럽지 않겠는가.
허흥무 휴먼서비스교육협의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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