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전인 2022년 2월부터 미국-이란 전쟁 직후인 2026년 3월까지 약 4년 동안 국내 석유류 시장에서 가격 정보를 공유하고 담합을 벌인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심의대에 올랐다. 이번 행위로 영향을 받은 석유 제품 관련 매출액만 총 44조1000억원에 달한다.
7일 공정위 심사관은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의 휘발유·경유·등유 담합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와 조치 의견을 기재한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제출하고 피심인 측에 송부했다. 이로써 해당 사건에 대한 공정위 전원회의 심의 절차가 정식 개시됐다.
사후정산 관행 악용…입금가·확정가 정보 4년간 밀약
공정위 조사 결과 두 정유사는 지난 2022년 2월부터 2026년 3월까지 약 4년에 걸쳐 휘발유, 경유, 등유의 입금가, 확정가, 판매정책 등 핵심 가격 정보를 지속적으로 교환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석유류 시장은 정유사가 주유소나 도매업체에 제품을 우선 판매할 때 임시 가격인 '입금가'를 적용해 대금을 수령하고, 다음 달 초 최종 적용 가격인 '확정가'를 결정해 차액을 정산하는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 두 회사는 이 같은 사후정산 제도의 허점을 활용해 정산 기준 가격과 할인 정책을 사전에 공유했다. 특히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유가 변동성이 극심했던 지난 3월 초에는 두 차례에 걸쳐 공급 입금가를 직접 합의한 정황도 포착됐다.
이 행위의 영향을 받은 관련 매출액은 일평균 약 300억원씩 총 44조1000억원 규모다. 국내 휘발유·경유·등유 시장의 지난 2025년 기준 연간 매출액이 약 30조8000억원, 하루 평균 약 844억원 수준임을 고려할 때 대다수 거래에 영향을 미친 셈이다.
GS칼텍스·S-OIL은 증거 미확인 제외…과점 구조 속 제재
국내 경질류 제조·판매 시장은 SK에너지(28.1%), 현대오일뱅크(21.0%), GS칼텍스(23.3%), S-OIL(25.5%) 등 4개 정유사가 전체 시장의 약 98%를 점유하고 있는 과점 구조다. 이들 4개사는 지난 30년간 신규 사업자의 진입이나 이탈 없이 시장을 유지해 왔다.
공정위는 세 차례에 걸친 현장조사와 관련자 진술 조사를 진행했으나, GS칼텍스와 S-OIL 등 나머지 2개사에서는 법 위반 증거가 확인되지 않아 이번 심의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전했다. 또한 심사관은 별도의 고발 의견을 내지 않았는데, 검찰이 이미 관련 사건에 대해 피심인들을 기소했기 때문이다.
공정위 심사관은 두 회사의 가격 정보 교환 및 합의 행위가 공정거래법 제40조 제1항 제1호(가격담합)와 제9호(정보교환)를 명백히 위반한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시정조치와 함께 과징금 부과 의견을 위원회에 제시했다.
8주 내 의견 청취 후 최종 전원회의 개최
심사보고서를 전달받은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는 수령일로부터 8주 이내에 서면 의견서를 제출하고 관련 증거자료의 열람 및 복사를 신청할 수 있다.
공정위는 피심인들의 방어권 보장 절차가 완료되는 대로 신속하게 전원회의를 개최해 법 위반 여부를 최종 확정하고 제재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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