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광통신, 적외선 센싱, 양자기술, 국방에 이르기까지 차세대 첨단 산업을 이끄는 핵심 소재로 Ⅲ-Ⅴ족 화합물반도체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뛰어난 소자 설계 기술을 갖추고도 이를 구현할 고품질 '에피웨이퍼(Epiwafer)'를 국내에서 제때 조달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해외 공급망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은 국내 반도체 생태계의 고질적인 병목 현상으로 꼽힌다.

이 가운데 신재철 에피솔루션 대표는 해당 문제를 화합물반도체의 '국산화'로 풀고 있다. 학계에서 수십 년간 화합물반도체 구조 설계와 MOCVD(유기금속화학기상증착) 연구를 진행한 신 대표는 연구실의 성과를 산업 인프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 연구실 벽 넘어 현장으로…국내 공급망 부재 직접 해결
그가 창업을 결심한 배경에는 현장에서 겪은 뼈아픈 현실이 자리잡고 있다. 국내 소자 설계 및 응용 연구 역량은 빠르게 성장했으나, 이를 뒷받침할 에피웨이퍼 생산 기반이 취약했던 탓이다. 특히 반도체 분야는 인듐인(InP) 등 Ⅲ-Ⅴ 화합물반도체 두께와 조성, 도핑 농도를 나노미터 수준으로 정밀하게 제어해야 해 높은 수준의 공정 경험이 요구된다.
신 대표는 "국내에서는 연구개발부터 시제품 제작, 반복 생산까지 유연하게 대응해 줄 전문 에피 파운드리가 부족한 실정"이라며 "해외 업체의 표준 제품을 구매하거나 기약 없는 피드백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좋은 아이디어가 납기 지연이나 공급망 문제로 멈춰 서는 일이 없도록 연구실에서 축적한 기술을 산업 현장의 생산 인프라로 확장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회사는 이러한 문제를 '전주기 맞춤형 개발 체계'로 풀어냈다. 단순 웨이퍼 성장에 그치지 않고, 소자 설계 단계의 TCAD 시뮬레이션부터 MOCVD 성장, 소자 공정(Fab), 광학·전기적 분석(XRD, PL, SIMS)까지 긴밀하게 연계했다. 성장 후 얻은 정량적 데이터를 다시 공정 조건에 실시간 반영함으로써, 고객사가 요구하는 구조적 정밀도와 재현성을 안정적으로 구현하는 방식이다.
◆ '단 한 번의 성과' 아닌 '반복 생산'…광통신·국방 투 트랙
학술 연구와 비즈니스 현장의 가장 큰 차이에 대해 신 대표는 "단 한 번의 우수한 결과를 증명하는 연구실과 달리, 산업 현장은 동일한 사양을 오차 없이 구현하는 '재현성과 신뢰성'이 전부"라고 강조했다.
특히 에피웨이퍼는 미세한 편차도 최종 소자 수율에 직결되는 만큼, 에피솔루션은 고객사 제품과의 비교 분석 및 소자 공정 데이터 환류를 통해 웨이퍼 간 균일도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현재 에피솔루션의 사업화는 광통신·센싱과 국방이라는 두 축으로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상용화 속도가 가장 빠른 분야는 광통신 및 광센싱용 PIN-PD(포토다이오드)와 APD(애벌랜치 광다이오드) 에피웨이퍼다.
회사는 창업 초기부터 해외 시장을 두드려 미국, 일본, 캐나다, 프랑스 등의 연구기관 및 기업에 공급을 시작했다. 현재는 초기 성능 검증을 통과한 고객사들과는 후속 발주 및 물량 확대를 논의 중이다.
국방 분야에서는 중적외선 양자폭포레이저(QCL)의 국산화를 이끌 계획이다. QCL은 가스 분석이나 환경 감시뿐만 아니라 항공기 지향성 적외선 방해장비(DIRCM)의 핵심 광원으로 쓰이는 전략 물자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시장에서 에피솔루션은 InP 기반 다중양자우물 구조를 자체 설계·성장해 고객 맞춤형으로 공급하는 체계를 갖췄다. 국내에서 즉각적인 기술 대응과 설계 수정이 가능해져 해외 주문에 따른 긴 납기와 비용 부담을 덜어냈다는 평가다.
◆ 대체 불가능한 글로벌 파운드리 도약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본 투자업계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에피솔루션은 설립 이후 선보엔젤파트너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포스케일업투자조합 등으로부터 6억3000만원 규모의 초기 투자를 유치했다.
신 대표는 이에 대해 "기술 검증을 넘어 실제 양산 능력과 공정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확충하기 위한 성장 투자"라고 설명했다. 소량 개발용 공급에서 벗어나 검증이 끝난 에피웨이퍼를 대량으로 반복 생산할 수 있도록 MOCVD 장비를 추가 확보하고 공정 체계를 고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지난 7월에는 IBK기업은행(024110)의 창업 육성 플랫폼 IBK창공 마포 17기 졸업기업으로 선정, IBK창공 공동운영사인 신기술금융회사 시너지아이비투자의 육성도 지원받고 있다.
신 대표는 회사의 장기적인 지향점으로 '대체 불가능한 기술력'을 꼽았다. 그는 "단순히 덩치만 큰 회사가 되고 싶지 않다"며 "향후에는 전 세계 어디서든 Ⅲ-Ⅴ족 화합물반도체 기반의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개발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파트너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양자기술, 우주·항공 등 미래 첨단 산업 전반에서 화합물반도체의 쓰임새는 더욱 무궁무진해질 것"이라며 "축적된 공정 데이터와 고객 밀착형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시장을 무대로 활약하는 전문 에피 파운드리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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