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호 감독 해명에도 재반박…최승호 PD "'암살자(들), 시사프로보다 훨씬 더 나갔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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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호 감독 / 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김하영 기자] 최승호 전 MBC 사장(뉴스타파 PD)이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과 허진호 감독의 해명에 대해 "창작의 자유가 비판받지 않을 자유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 전 PD는 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장문의 글을 올리고 "영화의 설정이 관객으로 하여금 박정희 대통령이 사건의 배후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며 최근 JTBC '뉴스룸'에 출연한 허진호 감독의 해명과 자신의 생각을 비교했다.

먼저 그는 허 감독이 영화 제작 과정에서 참고했다고 밝힌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와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언급했다.

최 전 PD는 두 프로그램 모두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 수사의 허점을 지적했지만, 문세광의 총탄에 의해 육 여사가 피격됐을 가능성 자체를 완전히 부정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사 프로그램의 내용은 사건 30여 년 뒤의 취재로 얻은 것이다. 사실관계를 확정하려면 더 엄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그런데 '암살자(들)'은 시사 프로그램의 내용에서 훨씬 더 나갔다"라고 주장했다.

허 감독은 최근 JTBC '뉴스룸' 인터뷰에서 영화 속 '중정 윗선'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처음부터 분리해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최 전 PD 역시 "저는 감독이 배후설을 믿고 영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동의했다. 다만 "문제는 감독이 무엇을 믿었느냐가 아니라, 영화가 화면에 무엇을 보여줬느냐"라며 영화에 구현된 설정을 문제 삼았다.

최 전 PD는 영화가 청와대 경호실과 중앙정보부가 함께 사건을 만들고 은폐하는 것처럼 묘사됐다고 봤다. 그는 "감독의 가설이 '중정 내부의 암투'라면, 대통령 최측근 조직인 경호실이 함께 움직일 이유가 없다"라며 "당시 경호실과 중정은 서로 경쟁하는 관계였다는 평가가 많다. 그런데 영화는 두 기관을 한 몸처럼 그렸다"고 밝혔다.

허 감독이 언급한 '소동극' 가설에 대해서도 "미리 연단을 방탄으로 바꾸고, 출입을 막는 형사를 폭력으로 누르고, 공범이 수사를 감시하며 협박하는 것은 우연이 겹친 소동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획된 작전의 모습"이라며 "감독은 박정희와 분리해서 생각했다고 했지만, 그 분리는 화면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 전 PD는 영화 속 자유언론실천선언 설정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고, 두 사건을 영화적으로 연결한 것을 두고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문세광 사건 때문에 자유언론실천선언이 나왔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래도 괜찮은 걸까"라고 반문했다.

㈜다만 이 같은 작품 비판과 정치권의 압박은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최 전 PD는 "저는 이런 공격에 반대한다. 정치권력이 특정 영화의 투자와 제작 과정을 문제 삼고 감독을 국회로 불러 세우는 것은 비평이 아니라 압박"이라며 "작품에 동의하지 않는 것과 작품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저도 그런 자기검열이 창작자에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권의 압박에 반대한다. 그러나 창작의 자유가 비판받지 않을 자유는 아니다"고 밝혔다.

최 전 PD는 허 감독의 전작 '덕혜옹주'도 실제 역사와 영화적 허구의 경계를 둘러싸고 논란이 됐던 사례로 언급했다. 그는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영화화할 때 허구를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지 이번 기회를 통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비판이 과거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비판적으로 보도했던 행보와 모순된다는 지적에도 답했다. 최 전 PD는 노무현 정부 당시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조작 의혹을 보도했던 사례를 함께 들며 "언론인이 어떨 때는 보수를 비판하고 다른 때는 진보를 비판하는 것을 왜 이상하게 봐야 할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언론인의 기준은 진영이 아니라 사실과 공익이어야 한다. 4대강을 비판한 것도, 황우석 교수의 조작을 밝힌 것도, 지금 이 영화의 설정을 따지는 것도 모두 같은 원칙에서 나온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허진호 감독이 연출한 '암살자(들)'은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지난달 23일 개봉 이후 극 중 일부 설정을 두고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논쟁은 정치권과 영화계로까지 번졌다.

최 전 PD 역시 앞서 '암살자(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건 배후 가능성을 암시하는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번 글에서는 기존 비판을 재차 이어가면서도 정치권의 압박과 출연 배우 등 개인을 겨냥한 공격에는 명확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이하 최승호 PD SNS 전문.

암살자(들)〉허진호 감독의 말 & "4대강보도를 한 사람이 왜 그러냐"는 비판에 대해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을 보면서 우려스러운 마음이 큽니다.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상영 중단을 요구하고 제작진을 고발했습니다. 감독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국책은행의 투자 과정을 파헤치겠다고 합니다. 일부 극우 성향 단체와 네티즌들은 출연 배우들까지 공격하며 광고 계약을 끊으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공격에 반대합니다. 정치권력이 특정 영화의 투자와 제작 과정을 문제 삼고 감독을 국회로 불러 세우는 것은 비평이 아니라 압박입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앞으로 어떤 창작자도 민감한 역사를 다루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작품에 동의하지 않는 것과 작품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영화의 설정이 관객으로 하여금 박정희 대통령이 사건의 배후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마침 허진호 감독이 JTBC 뉴스룸에 직접 나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의 생각을 좀 더 분명히 알 수 있게 된 만큼, 감독의 말과 제 생각을 비교해 보려고 합니다. 이 다음 부분은 앞으로 영화를 보실 분들은 건너뛰시기 바랍니다.

■ 방송사 시사 프로그램이 말한 것

허진호 감독은 한 유튜브 인터뷰에서 "솔직히 이 영화를 제가 시작하게 된 것은 〈이제는 말할 수 있다〉를 보고 나서였다", "많은 부분을 가지고 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프로그램이 실제로 무엇을 말했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문세광 사건은 1974년, 유신 선포 2년 뒤 긴급조치가 시행되던 시기에 일어났습니다. 수사와 재판은 빠르게 진행돼 사건 127일 만에 사형이 집행됐습니다. 언론은 철저히 통제됐기 때문에 독자적인 취재로 사건을 객관적으로 보도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사건일수록 의혹은 남게 마련입니다. 2005년,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와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이 사건을 다뤘습니다.

두 프로그램 모두 수사의 허점을 지적했습니다. 육 여사를 관통한 탄환은 감정되지 않았고, 현장의 탄두가 먼저 수거됐다는 증언이 나왔으며, 총성의 수와 탄흔이 맞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육 여사가 문세광의 총탄에 맞았을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문세광이 저격범일 가능성이 "100%가 아니라 50%"라고 했습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다른 사람이 쐈다는 주장들을 사격 실험과 영상 분석, 수술 집도의 증언으로 검증한 뒤, 문세광의 총탄일 가능성이 높다고 정리했습니다. 시사 프로그램의 내용은 사건 30여 년 뒤의 취재로 얻은 것입니다. 사실관계를 확정하려면 더 엄밀한 조사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암살자(들)〉은 시사 프로그램의 내용에서 훨씬 더 나갔습니다.

■ 감독의 말 ① "박정희와는 애초부터 분리해서 생각했다"

허진호 감독은 인터뷰에서 영화 속 '중정 윗선'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분리해서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만약 이것이 지시였다면 자기 목숨을 걸고 그런 지시를 낼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당연히 자기 아내를 죽게 한다는 건 저도 상상하고 싶지도 않은 일"이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말에 동의합니다. 저 역시 같은 이유로 박정희 배후설은 성립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이 사건에서 가장 확실한 것은 문세광이 박정희 대통령을 향해 총을 쐈다는 사실입니다. 그의 총알은 대통령이 서 있던 연단을 맞혔습니다. 객석에서 달려 나오며 쏘는 총알이 어디로 갈지는 누구도 통제할 수 없습니다. 절대 권력자가 자기 목숨을 담보로 그런 음모를 꾸민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습니다. 저는 감독이 배후설을 믿고 영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감독이 무엇을 믿었느냐가 아니라, 영화가 화면에 무엇을 보여줬느냐입니다.

■ 감독의 말 ② "중정 내부의 암투, 혹은 소동극일 수도"

감독은 자신이 생각한 가능성으로 세 가지를 들었습니다. 중정 내부의 암투, 김대중 납치 사건으로 위기에 몰린 중정이 자체적으로 벌인 일, 그리고 "아주 잘 짜인 계획이 아니라 이렇게 커질지 모르는 소동극"입니다.

그런데 영화는 이 가설들과 다르게 만들어졌습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청와대 경호실과 중앙정보부가 함께 사건을 만들고 은폐하는 것으로 그립니다.

문세광을 기념식장에 들여보내는 사람은 경호실 계장입니다. 비표가 없어 안 된다는 형사반장(유해진 분)에게 경호계장이 폭력까지 행사하며 문세광을 들여보냅니다. 나중에 형사반장이 청와대로 경호계장을 찾아가 따져 묻자, 계장은 폭력을 휘두른 뒤 총을 들이대며 위협합니다. 유해진이 맞고 나오는 장면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지고 경호실 직원들이 일제히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합니다. 국가 시스템 전체가 한 몸이 되어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관객에게 확고히 심어주는 장면입니다.

형사반장이 추적한 공범은 반장에게 총을 들이대며 더 이상 파헤치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그 순간 공범의 무전기에서 교신 소리가 납니다. 공범이 기관원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장면입니다. 영화는 문세광이 아니라 이 공범이 실제로 육 여사를 저격한 인물일 수 있다고 그립니다.

영화에는 경호실이 사건 당일 대통령이 연설할 연단을 방탄용으로 바꾸는 장면도 있습니다. 실제 연단은 원래부터 방탄이었고, 그날 특별히 교체했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감독의 가설이 '중정 내부의 암투'라면, 대통령 최측근 조직인 경호실이 함께 움직일 이유가 없습니다. 당시 경호실과 중정은 서로 경쟁하는 관계였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두 기관을 한 몸처럼 그렸습니다. 경호실과 중앙정보부를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밖에 없다는 것은 당시 상황을 잘 모르는 관객도 충분히 떠올릴 수 있습니다.

'소동극' 가설과도 맞지 않습니다. 미리 연단을 방탄으로 바꾸고, 출입을 막는 형사를 폭력으로 누르고, 공범이 수사를 감시하며 협박하는 것은 우연이 겹친 소동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획된 작전의 모습입니다. 감독은 박정희와 분리해서 생각했다고 했지만, 그 분리는 화면에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 감독의 말 ③ "검열을 하게 되는 것이 창작자에게 좋은가"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번 영화를 만들고 나서 "어느 집단의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싫어할 것 같다, 사회 문제가 될 것 같다"는 검열을 하게 되는 것이 창작자에게 좋은 일인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저도 그런 자기검열이 창작자에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권의 압박에 반대합니다. 그러나 창작의 자유가 비판받지 않을 자유는 아닙니다.

저는 〈암살자(들)〉이 우리 사회에 던지려 했던 질문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일부에선 진실을 밝히려는 언론에 대한 이야기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영화의 주요 설정인 자유언론실천선언은 문세광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기관원들이 신문 편집에 간여한 것도, 진실을 전하려는 언론인들을 폭압적으로 탄압한 것도 사실이지만, 문세광 사건과는 관계가 없는 사안이었습니다. 두 사건을 엮어내는 것을 보고 '대단한 실력'이라고 생각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래도 되나?'라는 물음이 든 것도 사실입니다.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문세광 사건 때문에 자유언론실천선언이 나왔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래도 괜찮은 걸까요?

좋은 이야기라면 허구를 사실처럼 극화해도 괜찮은 것인지 의문입니다. 허 감독의 전작 〈덕혜옹주〉는 덕혜옹주를 독립운동에 나선 인물처럼 그렸습니다. 감독도 망명 작전과 연설 장면은 허구라고 인정했습니다. 실제 덕혜옹주는 일제에 의해 일본으로 보내져 정략결혼과 오랜 병고를 겪다 1962년에야 귀국한 비극적 인물이고, 독립운동에 관여한 기록은 없습니다. 당시에도 이런 비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영화계에서는 그런 비판들이 진지한 토론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비판을 받아야 할 영화들이 여럿 있었고, 이제 〈암살자(들)〉이 다시 같은 질문을 불러냅니다. 우리는 역사적 사건을 영화화할 때 어떤 기준을 가져야 하는가. 이번 기회에 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저의 비판이 4대강 보도와 모순이라는 분들께

제 글에 동의한다는 분들도 꽤 계셨지만 실망했다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비판한 제가 이런 글을 쓰는 것은 모순이라고 합니다. 특히 박정희 대통령을 과도 있지만 공도 있는 인물로 평가하는 것이 4대강 비판과 모순이라고 하네요.

4대강 사업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네 개의 강을 파헤치고 보로 막은 사업이었습니다. 저는 2010년 MBC 〈PD수첩〉에서 이를 보도했고, 대운하를 염두에 둔 설계였다는 점은 2013년과 2018년 감사원 감사에서 확인됐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는 〈PD수첩〉 책임프로듀서이자 진행자로서 여러 차례 정부를 비판하는 보도를 했습니다. 노무현 정부가 국가적으로 지원하던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조작을 보도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언론인이 어떨 때는 보수를 비판하고 다른 때는 진보를 비판하는 것을 왜 이상하게 봐야 할까요? 언론인의 기준은 진영이 아니라 사실과 공익이어야 합니다. 4대강을 비판한 것도, 황우석 교수의 조작을 밝힌 것도, 지금 이 영화의 설정을 따지는 것도 모두 같은 원칙에서 나온 것입니다.

사실이 어느 진영에 유리한지를 먼저 묻는 순간, 언론은 언론이기를 그칩니다. 언론인에게 그런 질문을 강요하는 것은 권력만이 아닙니다. 독자와 시청자가 언론인이나 언론사에 정치적 정체성을 부여하고 그 방향으로만 보도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같은 압력입니다. 그런 요구가 커질수록 언론은 더 깊이 진영으로 갈라지고, 사실은 그만큼 설 자리를 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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