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윤혁 기자 올해 국세수입이 당초 정부의 전망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정 운용을 둘러싼 여야의 시각차가 드러나고 있다. 국민의힘은 세수추계의 정확성을 문제 삼으며 초과세수를 국가채무 상환에 우선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미래대응기금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세수 부족에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국민의힘 “엉터리 세수추계 사과하고 빚부터 갚아야”
재정경제부는 30일 올해 국세수입을 재추계한 결과 478조6,000억원이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본예산 당시 전망보다 88조4,000억원, 지난 4월 추가경정(추경) 편성 당시 예상보다는 63조2,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정부는 예상보다 강한 반도체 호황과 증시 활성화 등이 세수 증가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세수 증가 자체보다 거듭된 세수 수정과 오차에 주목했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의 재정 운용을 비판하고 나섰다. 추경에서 세수 전망을 한차례 수정하고도 다시 큰 차이가 발생한 만큼, 세수가 늘었다는 결과와 별개로 추계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세수 추계가 흔들리면 예산, 국채, 지방재정까지 동시에 흔들린다”며 “가정의 가계부도 이렇게 대책 없지는 않다”고 꼬집었다. 추경에서 전망을 수정한 지 불과 몇 달 만에 예상 세수가 15.2% 가까이 늘어난 만큼, 당시 추계 근거는 무엇인지, 또 오차가 발생 원인이 무엇인지 등을 정부가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초과세수를 파악한 시점도 문제 삼았다. 반도체 기업의 실적과 법인세·증권거래세 등 세금 증가 추이 등을 통해 기존 전망과의 차이를 사전에 확인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정부가 언제부터 기존 전망이 틀렸다고 인지했고 당시 내부 재추계 금액은 얼마였는지를 공개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러면서 “이 정도 지표가 나왔는데도 예상하지 못했다면 추계 역량의 문제”라며 이재명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국회 차원의 재정청문회까지 거론했다.
공세는 초과세수의 사용처로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내년 국가채무가 1,519조8,000억원에 달하고 연간 이자 부담도 40조원을 넘는다며 세수가 많을 때 빚을 갚아 재정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위기 극복을 위해선 막대한 재정이 필요하다”며 세수가 늘면 지출을 확대하고 부족해지면 다시 빚을 내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미래대응기금에 대해서는 “162조 이재명 저수지”, “짝퉁 예비비”, “상시 추경”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가 재원을 쌓아두고 필요에 따라 입맛대로 지출을 확대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오는 국정감사에서 미래대응기금 전입 계획과 함께 세수추계 근거와 모형, 초과세수 인지 시점 등을 송곳 검증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와 달리 민주당은 초과세수를 미래 투자와 국가 재원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29일 서면브리핑에서 미래대응기금을 ‘재정 저수지’로 설명했다. 기금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향후 세수 부족 상황에 대비하는 한편, 경제성장의 성과를 모든 국민의 삶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같은 날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미래대응기금 조성에 힘을 실었다. 김민석 당대표는 “세수가 늘어난 상황에서 재원을 어떻게 활용해 국가의 중장기 투자 수요를 뒷받침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며 “미래대응기금의 필요성은 이미 충분히 공유된 바 있다”고 말했다. 한병도 원내대표 역시 “미래대응기금은 지방주도 성장 가속화와 대한민국 대도약을 견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기금 조성에 따른 지방정부의 우려는 여당이 풀어야 할 과제다. 지방교부세 축소와 지방재정의 자율성 약화 가능성 등을 두고 지역에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여러 우려를 듣고 있다며 “지역의 현안이 미래대응기금과 내년 예산안에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도 이러한 우려를 불식하는 데 나섰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교부액은 올해 본예산보다 11.3% 이상 늘어난 77조2,000억원, 내후년에는 101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했다. 국가채무에 대해서는 단순 부채 규모뿐 아니라 GDP 대비 비율과 우리 경제의 감당 능력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쟁점은 예상보다 늘어난 세수를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있다. 국민의힘은 채무 감축을, 민주당은 미래 투자와 기금 적립을 앞세우며 평행선을 달리는 모습이다. 재원 활용의 우선순위를 둘러싸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오는 국정감사와 내년도 예산 심사에서 여야 간 팽팽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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