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소은 기자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 원인으로 북한군 지뢰라는 잠정 결론이 나오자, 북한은 ‘자작극’이라며 무력 보복을 위협하고 나섰다. 여야는 북한의 적반하장식 태도를 일제히 규탄하면서도 정부의 대응 방식을 두고 시각차를 보였다.
국방부·합동참모본부(이하 합참)·유엔군사령부 모두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북한군 지뢰를 지목했다. 지난 29일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사고 현장에 북한군 지뢰 4개가 모여 있던 점을 들어 유실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했다.
다만 양진혁 합참 작전부장은 “북한군 지뢰인 것은 맞다”면서도 매설 지뢰인지 지형 변화 등에 따른 것인지에 대해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유엔군사령부도 30일 입장문을 내고 현장 조사 과정 중 군사분계선(MDL) 이남 대한민국 측 지역에서 북한 대인지뢰 1발을 발견했고 이를 정전협정 위반으로 판단하고 절차에 따른 조치에 나섰다고 전했다.
반면 북한은 담화를 통해 이를 전면 부인했다.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공개한 어제자 담화에서 ‘도발의 장본인들은 자작광대극의 대가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는 제목에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이번 사건은 도발 시기와 수법에 있어 10여 년 전 세상을 소란하게 했던 ‘목함지뢰 사건’을 그대로 방불케 하는 명백한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
2015년 목함지뢰 사건 역시 북한군이 MDL 남쪽에 매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뢰 폭발 사고다. 당시 한국군 부사관이 중상을 입어 거센 반발이 일었지만, 북한은 ‘날조’라며 부인했다. 이에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송출하자 북한이 포격 도발로 맞서며 갈등이 격화됐지만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 이후 북한이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김여정은 “이번에도 한국 무장 깡패들이 근거 없는 결과를 조작하고 ‘합당하고 상응한 조치 시행’을 공공연히 운운하며 우리에 대한 정치·군사적 도발을 ‘정당화할 명분’을 만들어내고 있다”이라고 주장했다. 출처 모를 지뢰가 터진 상황에서 무작정 정전협정 위반을 거론한다는 지적과 함께 “너절한 추태를 앉아서 구경만 할 수 없는 일 아니냐”고 했다.
특히 야권 일각에서 2015년처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송출하자는 의견이 나오자 김여정은 “사건의 책임을 남에게 씌우고 그를 증명하기 위한 ‘물적증거’를 꾸며대려는 한국 족속들의 행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우리 군이 경고사격을 넘어 실지 사격을 가해올 경우 국경부대가 즉시 보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DMZ 방향으로 전술적 반격 수단을 증강하는 대응 행동 지침이 이미 국경선 방어구분대들에 하달된 상태다.
김여정의 반박에 여야는 일제히 비판 목소리를 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작극 운운하며 부인하는 북한 당국의 태도를 비판하고 규탄한다”며 북한의 사과와 시정을 요구했다.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전면 부인하는 것은 정전협정 위반의 책임을 지지 않고 상대방한테 전가하려는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분석했다. 정치·심리적으로도 밀리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라는 설명이다.
반면 야권은 이러한 북한의 대응이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에서 비롯됐다며 이재명 대통령을 향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박충권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피해는 우리 장병이 입었는데 도리어 겁박하는 북한의 행태는 기가 찰 노릇”이라며 강력 대응을 촉구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SNS에 전날 이 대통령의 ‘음모론’ 자제 당부를 겨냥하며 “음모론을 들고나와 대한민국을 조롱하는 것은 북한”이라고 겨냥했다. 이어 그는 “도둑에게 뒷문 열어주고 변명까지 대신해 주니 이제는 안방까지 치고 들어와 호통을 치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이 대통령이 이 날까지도 침묵하는 것에 대해 “북한 지뢰 공격이 아니거나 북한 지뢰 공격임이 드러나지 않기를 바라는 듯한 소극적이고 수세적인 태도”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의 태도로 인해 북한 정권이 이 대통령의 약점을 잡은 듯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환경을 만들어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대북 기조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강대식 국민의힘은 지난 1월 이 대통령이 민간인 무인기 사건에서 “전쟁 개시 행위나 마찬가지”라고 밝힌 점과 같은 달 캄보디아 국민 대상 범죄에 대해 ‘패가망신’을 언급하며 강력 조치를 주문했던 사례를 꼬집었다. 북한에게 예외적인 기조를 적용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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