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준호 칼럼니스트] 추석 연휴가 지나기 무섭게 골프 팬들의 시선이 일본으로 향한다. 9월 30일,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골프가 막을 올리기 때문이다. 가을은 원래 채를 들고 필드로 나가는 계절이지만, 이번 주만큼은 소파에 앉아 보는 골프가 더 뜨겁다.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이 나라를 걸고 나흘을 치른다.
[30초 브리핑 — 아시안게임 골프, 이것만 알면 된다]
· 일정: 9월 30일(수)~10월 3일(토), 나흘
· 장소: 일본 아이치현 가스가이 컨트리클럽
· 방식: 4일 72홀 스트로크플레이, 컷 없음
· 금메달: 남녀 개인·단체 4개
· 한국: 남자 프로 3명(문도엽·김주형·김성현), 여자 아마추어 3명(김규빈·박서진·양윤서)
· 관전 포인트: 금메달엔 병역이 걸려 있고, 남자 단체전은 2연패에 도전
사실 골프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라는 것조차 낯선 이들이 적지 않다. 축구나 야구 같은 인기 구기에 가려 눈에 덜 띌 뿐, 골프에도 엄연히 금메달이 걸려 있다. 게다가 우리가 늘 보던 프로 대회와는 규칙도 조금 다르다. 우선 이 무대에는 프로와 아마추어가 함께 선다.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프로 출전이 열려 있어, 한국은 남자는 투어에서 뛰는 프로 세 명, 여자는 국가대표 아마추어 세 명으로 팀을 꾸렸다. 평소 상금을 놓고 겨루던 프로들이, 이번엔 상금 한 푼 없는 국가대항전에 나서는 셈이다.
그런데도 분위기가 사뭇 진지한 데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 금메달에 병역이라는 무게가 함께 달려 있어서다. 현행 규정상 아시안게임에서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돼 병역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금메달리스트뿐이다. 은메달과 동메달에는 그 혜택이 없다. 이번 남자 대표팀에서는 김주형과 김성현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다. 문도엽은 이미 군 복무를 마쳤다. 마지막 날 단 한 타 차이가 누군가에게는 성적표 이상의 의미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대한골프협회가 내건 포상금(금메달 2000만 원)과 경기력 성과포상금(흔히 말하는 메달 연금) 점수까지 더해지니, 선수들이 왜 이를 악무는지 짐작이 간다.
경기 방식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최근 끝난 프레지던츠컵이 편을 갈라 맞붙는 매치플레이였다면, 아시안게임은 정반대다. 포섬도 포볼도 없이, 나흘 내내 자기 타수만 더해 가는 스트로크플레이로만 치른다. 여기에 독특한 장치가 하나 숨어 있다. 개인전과 단체전이 따로 열리는 게 아니라, 같은 72홀에서 동시에 매겨진다. 한 선수의 매 라운드 타수가 개인 성적이면서 곧 팀 성적이 된다. 단체전은 라운드마다 팀 내 상위 성적을 합산해 순위를 가린다. 이번 한국은 남녀 각각 세 명씩 나선다. 그래서 짧은 파 퍼트 하나를 놓치면, 그 아픔이 개인과 단체 두 곳에서 동시에 밀려온다. 게다가 컷 없이 나흘을 끝까지 치르니, 하루가 무너져도 달아날 곳이 없다.
[골프 경기 방식, 한 줄 정리]
· 스트로크플레이: 모든 홀의 타수를 합산해 최소 타수가 승리. 아시안게임과 대부분의 프로 대회 방식.
· 매치플레이: 홀별로 승패를 가려 더 많은 홀을 이긴 쪽이 승리. 프레지던츠컵·라이더컵 방식.
· 포섬: 두 명이 한 팀을 이뤄 공 하나를 번갈아 타격하는 교대 방식.
· 포볼: 두 명이 각자 플레이해 둘 중 더 좋은 스코어를 팀 성적으로 채택.
이번 대회 최대 관전 포인트는 남자 단체전 2연패다. 한국 남자골프는 직전 항저우 대회에서 13년 만에 단체전 금메달을 되찾았고, 그 기세를 나고야에서 이어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합류 과정부터 이미 드라마다. 김주형은 미국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을 마치자마자 일본으로 건너와 대표팀에 합류하고, 김성현도 현지에서 팀에 힘을 보탠다. 특히 김주형은 그 대회에서 4승 1패로 인터내셔널팀에서 가장 많은 4점을 따내며 절정의 감각을 보여 줬다. 팀은 마지막 날 미국의 뒷심에 13-17로 아쉽게 무릎을 꿇었지만, 그 아쉬움을 씻어낼 기회가 곧바로 찾아온다. 지구를 가로지른 시차까지 짊어지고 필드에 서는 셈이다.
여자부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김규빈, 박서진, 양윤서 세 명은 모두 국가대표 아마추어다. 이들에게는 병역 같은 조건이 걸려 있지 않지만, 대신 아시안게임 메달이 프로 무대로 나아가는 든든한 발판이 된다. 대표팀의 젊은 선수들이 큰 경기에서 어떻게 담력을 키우는지 지켜보는 것도 또 다른 볼거리다.
무대가 일본이라는 점도 우리에겐 나쁘지 않다. 시차가 없고 거리도 가까워, 원정이라기보다 이웃에서 치르는 국가대항전에 가깝다. 게다가 한국 남자골프는 2010년 광저우와 직전 항저우 대회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따낸 이 종목의 전통 강국이다. 이번에도 기대를 걸어 볼 이유가 충분하다.
그렇다고 금메달을 예약해 둔 것은 아니다. 개최국 일본은 홈코스의 이점을 등에 업었고, 전통의 강호 태국을 비롯해 대만과 필리핀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지난 대회 여자부에서는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모두 태국이 가져갔다. 김형태 대표팀 감독도 전력이 밀리지는 않지만 방심할 수 없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특히 여자부는 일본·태국·대만과의 정면 승부가 예상된다.
코스 자체도 만만치 않은 변수다. 대회가 열리는 가스가이 컨트리클럽 히가시(東)코스는 이번 대회 파70으로 세팅됐으며, 2024년 리노베이션을 거친 구릉지의 전략형 코스다. 평지에서 벌이는 장타 대결이 아니라, 그린의 굴곡을 읽어 내는 정교한 아이언샷과 퍼팅이 승부를 가른다는 것이 대표팀의 사전 답사 평가다. 한 방의 호쾌함보다 나흘간의 꾸준함을 요구하는 세팅이다.
그러니 이번 주는 결과를 점치기보다 편한 마음으로 경기를 즐겨 보자. 누가 금메달을 목에 거는지, 그 한 타를 지키려 선수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나흘이 짧게 느껴질 것이다. 가을의 초입, 태극마크를 단 여섯 명에게 보내는 응원 한마디로 주말을 열어 보길 권한다.

이준호 스윙다인 아카데미 대표/KPGA PRO(Class A)
※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참고 :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골프 일정·종목·장소(대회 조직위 일정 및 종목 자료), 한국 대표팀 구성·출국 관련 보도(2026년 9월), 직전 항저우 대회 남자 단체전 금메달·개인전 성적 관련 보도(2023년), 아시안게임 병역 예술체육요원 편입 기준과 경기력 성과포상금 제도, 대한골프협회 포상금 책정 관련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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