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2인자’ 측근들 구속… 태광그룹 두 남자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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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유 전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의장의 부당대출 혐의와 관련된 측근 2명이 구속됐다. / 태광그룹
김기유 전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의장의 부당대출 혐의와 관련된 측근 2명이 구속됐다. / 태광그룹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전 유력 임원과의 갈등 및 각종 비리 의혹으로 뒤숭숭한 태광그룹이 중대 변곡점을 맞게 됐다. ‘2인자’라는 평가를 받던 김기유 전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의장과 관련된 측근들이 구속된 것이다. 이들의 혐의가 김기유 전 의장과 밀접하게 얽혀있는 만큼, 그를 향한 검찰 수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김기유 전 의장의 고발로 또 다시 사법리스크에 직면했다가 구속영장 기각으로 한숨을 돌린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경영복귀 등 향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이호진 전 회장은 구속영장 기각… 김기유 전 의장 관련 수사는 ‘박차’

법조계 및 재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신한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달 27일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A 예가람·고려저축은행 전 대표와 부동산개발 시행사 B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로써 지난해부터 전 유력 임원과의 갈등 양상 속에 각종 비리 의혹이 불거졌던 태광그룹은 또 하나의 중대 변곡점을 맞게 됐다.

태광그룹의 뒤숭숭한 기류는 이호진 전 회장과 김기유 전 경영협의회 의장(전 티시스 대표)을 중심으로 이어져오고 있다. 시발점은 지난해 8월이다. 당시 이호진 전 회장은 대통령의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됐고, 태광그룹은 이를 기해 강도 높은 내부감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김기유 전 의장을 비롯해 일부 주요 계열사 인사들이 해임 등의 처분을 받았다. 김기유 전 의장의 경우 공사비 부풀리기를 통한 비자금 조성이 해임 사유로 알려졌다.

김기유 전 의장은 태광그룹에서 ‘실세’이자 ‘2인자’로 불려온 인물이다. 특히 이호진 전 회장이 10여년에 걸친 사법리스크와 이어진 취업제한으로 오랜 세월 경영 일선을 떠나있는 동안 그의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했다. 특히 과거 태광그룹을 둘러싸고 제기됐던 ‘김치·와인 강매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이호진 전 회장이 아닌 김기유 전 의장을 최고 윗선으로 파악해 기소하기도 했다.

이처럼 탄탄했던 그룹 내 입지와 위상이 무색하게 해임 처분을 받은 김기유 전 의장은 이후 태광그룹 및 이호진 전 회장과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호진 전 회장의 비자금 의혹을 경찰에 제보했고, 자진 출석해 ‘김치·와인 강매 사건’에 대해 과거와는 다른 진술을 하기도 했다. 또한 김기유 전 의장은 올해 초 이례적으로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나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에 맞서 태광그룹은 이호진 전 회장의 향해 제기된 의혹과 혐의가 전임 경영진, 즉 김기유 전 의장 등에 의해 자행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감사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이어 지난해 11월엔 태광그룹 감사에 참여한 법무법인이 김기유 전 의장 추가 혐의를 포착해 고발하고 나섰다. 

태광그룹 감사를 맡은 법무법인이 고발한 혐의는 이번 A 전 대표 및 B대표의 구속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추가 대출이 불가한 상태였던 B대표에 대해 A 전 대표가 여신심사위원들을 압박해 150억원 규모의 대출을 실행하도록 했는데, 그 연결고리로 김기유 전 의장이 지목된다. B대표로부터 청탁을 받아 A 전 대표에게 대출 실행을 지시한 혐의다.

이에 따라 김기유 전 의장에 대한 수사는 한층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기유 전 의장은 부당대출 관련 혐의 외에 태광그룹 내부감사에서 드러났던 배임 혐의로도 검찰의 수사를 받아왔다.

이와 달리 김기유 전 의장과 갈등 양상을 보여 왔던 이호진 전 회장은 지난달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기각돼 한숨을 돌린 상태다. 이에 따라 앞서도 제기됐던 이호진 전 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설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기도 하다.

서로 완전히 등을 돌린 채 비리 혐의에 휩싸인 이호진 전 회장과 김기유 전 의장이 각각 어떠한 행보를 이어가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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