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21일 사의를 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가 장기화하는 등 국정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변화의 불씨를 스스로 댕긴 것이다. ‘2기 개각’과 관련해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까지 낙마한 것도 이번 사의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강 실장의 사의가 청와대 인사 체계 전반의 변화로 이어질 것인지 관심이 집중된다.
강 실장은 21일 오전 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다.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국정 운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에 종합적인 책임을 지는 차원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지난 18일 이 대통령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가라앉은 국정 분위기에 고개를 숙인 것과도 무관치 않다. 결과적으로 이 대통령의 국정 쇄신 의지에 핵심 참모로서 책임을 통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 실장은 이재명 정부 초대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후 1년 3개월 동안 대통령을 보좌했다. 그는 기존의 비서실장과 달리 다방면에서 적극적 행보를 이어갔다. 미국과 관세 협상 과정에서 미국 대통령 비서실장과 핫라인을 구축했고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방산 수출을 지원했다. 미국-이란 전쟁 당시에는 직접 대통령 특사로 중동에 파견돼 원유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월 자신의 SNS에 강 실장의 UAE 특사 활동을 언급하며 “위험해서 걱정됐는데 잘하셨다. 성과도 기대 이상이다”라며 신뢰를 보냈다.
하지만 최근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그 역시도 책임을 피해 갈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대통령이 직접 기자회견에 나서는 등 차갑게 가라앉은 국정 분위기를 반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참모로서 이러한 노력에 힘을 실을 수밖에 없지 않았겠냐는 해석이다. 지난 1일 김용범 전 정책실장이 물러나자 정치권에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포함한 ‘3실장 교체설’이 언급돼 온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 ‘인사 논란’은 여전
특히 인사를 총괄하는 ‘인사위원장’으로 이번 ‘2기 개각’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 아울러 두 명의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점은 강 실장으로서도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인사를 둘러싼 공방은 곧 청와대 인사 시스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결국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청와대 인사 시스템에 대한 재점검을 약속하기도 했다.
관심은 이 대통령이 강 실장의 사의를 수용할 것인지에 집중된다. 다만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강 실장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 “비서실장께서 오늘 드디어 졸업을 한번 해보시겠다고 하신 것 같다”며 “아직은 제가 어떻게 할지는 결정을 못 하겠다”고 말했다. 당장 국정 연속성과 쇄신이라는 두 갈래 길에서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UN 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과 멕시코 순방길에 오르는데, 이 기간 여러 가능성을 고민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정 부담 최소화 측면에서 강 실장이 사의를 결정했다고 하지만, 실질적인 효과로 나타날 것인지도 지켜볼 문제다. 그간 청와대의 인사 시스템과 관련해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을 비롯한 ‘성남 라인’ 실세설이 새어 나오고 있는 만큼, 강 실장의 사의가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지가 의문이기 때문이다.
야권이 비판도 이 지점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정말로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은 청와대를 좌지우지한다는 ‘경기성남 라인’ 아닌가”라며 “역시 ‘훈식이 형’보다 ‘현지 누나’가 더 센 건가”라고 직격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국정감사에 김 실장과 국정감사에 출석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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