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IBK기업은행 본사를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국가 경제에 미치는 순손실이 향후 10년간 40조9900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업은행 자체적으로도 이전비용과 운영비용 증가, 핵심인력 이탈 등에 따라 최대 2조4000억원의 재무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
◇ 기업은행 하나 옮기는데…“10년간 40.99조 순손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사단법인 한국정책분석평가학회는 지난 8월 ‘IBK기업은행 본사 지방이전 파급효과 종합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한국은행의 2023년 산업연관표를 토대로 기업은행 본사 지방이전에 따른 국가 경제적 파급효과를 분석했다. 이번 분석은 기업은행 노동조합이 의뢰한 학술연구용역 결과로, 연구진이 설정한 시나리오와 가정에 따른 추정치다.
기준 시나리오에서 연간 순효과는 마이너스(-) 5조8814억원으로 추정됐다. 이를 10년간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순손실 규모는 40조9900억원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기업은행의 여신 축소 등에 따른 생산유발효과 감소가 연간 6조2475억원에 달하는 반면, 본사 이전지역에 자금과 지출이 유입되면서 발생하는 편익은 3661억원으로 추정됐다. 보고서는 보수적 시나리오에서도 10년 누적 현재가치 손실을 20조2820억원으로 추정했다.
◇ “손실 93.2% 중소기업 금융에서 발생”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손실의 대부분이 기업은행 자체 비용이 아니라 중소기업 금융을 통해 발생한다고 분석한 점이다.

보고서는 전체 국가 경제 손실의 93.2%가 중소기업 금융과 관련된 변화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기업은행 본점과 영업점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면 현장의 기업 정보가 본점으로 전달되는 과정이 길어지고, 이에 따라 여신 심사와 정책·긴급자금 집행이 지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기업은행의 본점 이전이 단순한 사옥 이전에 그치지 않고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과 투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보고서의 핵심 주장이다.
특히 도소매·상품중개서비스, 연구개발, 자동차, 음식점·숙박서비스 등 기업은행과 금융거래가 많은 산업에서 생산유발효과 감소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것으로 추정했다.

◇ 기업은행 자체 손실도 최대 2.4조…‘기회손실’이 가장 커
기업은행 자체적으로 발생할 재무적 손실은 향후 10년간 1조7000억~2조4000억원으로 추정됐다.
신사옥 건립과 IT 인프라 이전, 주거지원 등에 따른 이전비용이 5000억~6000억원, 인력 재배치와 업무구조 개편 등에 따른 운영비용 증가가 2000억~3000억원으로 예상됐다.
가장 큰 규모로 추정된 것은 핵심인력 이탈과 영업 기회손실이다. 보고서는 이를 1조~1조5000억원으로 산정했다.
기업은행의 수익 감소는 배당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보고서는 배당성향 32.9%를 적용할 경우 10년 누적 배당 감소액이 최대 7896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했다. 다만 이는 기업은행 자체 손실에 추가되는 금액이 아니라 기존 손실을 배당 관점에서 환산한 수치다.
◇ 9·4 총파업까지…기은 조합원 절반가량 참여
본사 지방이전을 둘러싼 노동계의 반발도 상당한 수준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 4일 주 4.5일제 도입과 실질임금 인상, 금융기관 지방이전 저지 등을 요구하며 1차 총파업에 돌입했다.
당시 기업은행에서는 전체 조합원 약 9000명 가운데 절반 수준이 집회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됐다. 산업은행에서는 약 2000명, 수출입은행에서는 약 800명이 참여했다.
금융노조는 금융기관 본사 이전이 금융산업의 집적효과와 정책금융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공공기관의 구체적인 이전 여부를 아직 확정하지 않았으며, 올해 4분기 이전 대상 기관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류장희 기업은행 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방이전의 긍정적 효과는 추상적인 데 비해 부정적 효과는 매우 구체적이다”며 “금융산업의 특성, 국책은행의 특성, 기업은행의 특수성을 감안해 지방이전의 부작용을 철저히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대선 때 민주당이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을 수립하기 전에 1차 지방이전의 효과를 검증하겠다고 금융노조에 약속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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