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여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
![]() |
심각하게 걱정이 된 나는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자 <마음 단련>의 저자 한덕현 교수님께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물었다. "저 혹시 알츠하이머성 치매 아닐까요?" "아니요. 그냥 일이 너무 많아서 그래요. 동시에 많은 일을 하다 보면 그럴 수 있어요."
정작 치매는 다른 사람에게 찾아왔다. 외할머니가 올해 초 치매 초기 진단을 받았다. 작년부터 할머니의 건강이 눈에 띄게 나빠졌는데, 인지 기능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처음 눈치챈 사람은 나였다. 가족 식사 중 눈앞의 나를 두고도 "선영이 밥을 먹여야 하는데"라고 자꾸 나직이 말씀하셨다. 대전의 한동네에 살면서 할머니를 거의 매일 보는 엄마의 형제들 눈에는 잘 띄지 않던 부분이, 가끔 만나는 내 눈에는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서울로 돌아오면서 나는 엄마에게 할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가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겠다고 했다. 이모들은 내 우려를 전해 듣고 "아직 엄마가 그 정도는 아니야"라고 했다. 그 가족 식사 자리는 할머니가 유독 몸이 쇠약했을 때였다. 며칠 후 할머니의 인지 기능은 아무 문제없어 보인다는 말이 들려왔다.
이후 할머니의 인지 기능은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했다. 혼자 사시는 할머니는 집안에서 물건이 사라졌다고 딸들에게 하루에도 수십 번씩 전화를 했다. 걸핏하면 화도 내셨다.
병원에서 치매 진단을 받은 이후 이모들은 하루 두 번, 약 먹을 시간에 맞춰 할머니 댁에 간다. 형제자매 중 유일하게 서울에 사는 엄마의 생활도 달라졌다. 역시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할머니에게서 온 전화를 받고, 일을 쉬는 날이면 대전에 계신 할머니를 찾아간다. 최근 할머니는 꿈과 현실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는 단계에 접어든 듯하지만, 할머니 자신은 병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내가 치매에 걸린다면? 나는 그 사실을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병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적극적인 치료나 관리가 가능함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암이나 다른 질병과 달리 수술로 고칠 수 없는 이 병을 나 역시 쉽게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다.
<치매에 걸린 뇌과학자>는 치매를 대하는 다른 태도를 보여준다. 신경과 의사인 저자 대니얼 깁스는 수많은 치매 환자를 진료해왔다. 그런 그에게 치매가 찾아왔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병 초기임에도 의사 경력을 내려놓고 차분히 삶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여기서 그친 것이 아니다. 자기 자신을 환자 케이스 스터디로 삼았다. "이 병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기존 알츠하이머 연구를 공부하고, 임상 약 실험에도 참여한다. 운동 직후 인지 테스트를 통해 운동과 인지 기능의 상관관계를 시험해보기도 한다.
그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를 조기에 발견한다면 병의 진행 속도를 유의미하게 늦출 수 있다. 식습관과 생활 습관 개선 등을 통해서 말이다. 의학 기술이 발달하여 검사를 통해 알츠하이머 발병 유전자가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는 상황이니 조기 발견과 이른 관리만 이루어진다면 희망이 있다.
깁스는 "초기 알츠하이머병에 관한 과학과 의학, 일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 책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기를 소망하며" 의학 저널리스트 터리사 H 바커와 함께 이 책을 공동 저술했다.
요즘 나는 건망증이 더 심해졌다. 언젠가 내게 치매가 찾아왔을 때 저자처럼 담담히 받아들이고 대처할 수 있길 소망한다.
![]() |
|정선영. 책을 들면 고양이에게 방해받고, 기타를 들면 고양이가 도망가는 삶을 살고 있다. 기타와 고양이, 책이 행복하게 공존하는 삶을 꿈꾼다. 지은 책으로 <기타를 못 쳐도 잘 치고 싶을 수 있잖아>가 있다. 인스타그램 도도서가
Copyright ⓒ 뉴스밸런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