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블로 밀어낸 투컷…에픽하이, 유쾌한 '내분' [MD포커스]

마이데일리
그룹 에픽하이./아워즈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그룹 에픽하이에 때아닌 '내분'이 벌어졌다. 23년간 리더 자리를 지켜온 타블로가 밀려나고 투컷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새 리더의 '권력 남용'에 불만이 쏟아지고 있지만, 분위기는 심각하기보다 유쾌하다.

에픽하이는 오는 17일 오후 6시 신곡 '에픽이즘(EPIKISM)'을 발매한다. '에픽이즘'은 투컷의 솔로곡 '투컷적 사고(TUKUTZISM)'를 세 멤버가 함께하는 완전체 곡으로 새롭게 만든 노래다.

에픽하이는 최근 공식 유튜브 채널 '에픽카세'(EPIKASE)를 통해 '에픽카세 가요제'를 진행했다. 타블로와 미쓰라, 투컷이 각자의 솔로곡으로 맞붙어 음원 성적과 전문가 심사, 팬 투표 등을 종합해 순위를 가렸다. 우승자에게는 6개월간 에픽하이의 리더 자리가 주어졌다.

세 사람은 지난 4일 투컷의 '투컷적 사고', 타블로의 '애니메(anime)', 미쓰라의 '윌 아이 비 오케이(Will I Be Okay)'를 나란히 발매했다. 세 곡 모두 멜론 '핫100' 차트에 진입했고, 앨범 소개에는 아예 "투컷이 에픽하이 리더되는 세계관"이라는 문구까지 등장했다.

결과는 투컷의 승리였다. 전문가 심사와 대국민 투표, 라이브 클립 조회수 등 3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투컷이 타블로를 단 4점 차로 제치면서 데뷔 23년 만에 에픽하이의 리더가 바뀌었다.

에픽하이 유튜브 채널 '에픽카세'./유튜브 채널 '에픽카세'

리더가 되자마자 투컷은 자신의 곡 '투컷적 사고'를 타블로, 미쓰라와 함께하는 단체곡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타블로와 미쓰라는 "좀 미리미리 얘기해 주든가. 가사 쓸 시간은 줘야 될 거 아니냐"며 투덜댔지만, 투컷은 세 사람이 살아오며 형성한 각자의 사고방식을 한 곡에 담겠다며 밀어붙였다.

리더 자리와 함께 '형'이라는 호칭도 따라왔다. 우승자를 나이와 관계없이 '형'으로 부르기로 한 공약에 따라 1981년생 투컷은 한 살 많은 1980년생 타블로에게도 '형'이 됐다.

여기에 투컷은 새로운 규칙까지 만들었다. 타블로는 "여러분이 원했던 세상이 이런 세상인가요?"라며 이를 공개했다. 해외 매체 인터뷰는 타블로가 전담하고, 미쓰라는 스케줄마다 투컷의 도시락을 싸와야 한다. 두 사람은 교대로 모닝콜을 하고, 식사 메뉴는 투컷이 정한다. 타블로의 팟캐스트 '헤이타블로'에서 자신을 칭찬하라는 요구도 있었다.

새 리더의 요구사항이 늘어나는 사이 타블로도 할 말이 많아졌다. 투컷이 리더가 된 뒤 한 일로 "늦잠, 월요일 아침 업무 문자 전부 답장 없음"을 꼽았고, 멤버들의 프로필까지 바꾼 것을 두고는 "자기 것만 바꾼 게 아니라 우리 것도 이렇게 바꾸는 건 좀 너무하지 않나요, 형. 투컷시대 최악(sucks)"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타블로는 급기야 23년 만의 리더 교체를 다룬 기사까지 직접 소환했다. 침울한 표정으로 해당 기사 제목을 머리 위에 띄운 영상을 게재했다. 영상에는 "김정식의 시대가 왔다", "투컷의 시대다" 등의 문구를 더했고, 말미에는 "에픽하이의 리더"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과거 모습까지 등장했다.

물론 진짜 내분은 아니다. 당장 리더 자리를 내준 타블로가 오히려 누구보다 열심히 '투컷 시대'를 알리고 있다. 23년을 함께한 세 사람이기에 리더 자리를 놓고 서로 마음껏 놀리고 투덜댈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콘텐츠에만 가두지 않고 실제 음악으로 이어갔다.

앞으로 6개월은 정말 '투컷 시대'다. 타블로와 미쓰라는 부지런히 투덜대며 호응하고 있고, 투컷은 기다렸다는 듯 리더 역할을 즐기고 있다. 23년 만에 차지한 리더 자리로 또 무슨 일을 벌일지도 모른다. 세 사람 모두 꽤 즐기고 있는 유쾌한 내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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