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윤혁 기자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경제 컨트롤타워’로서의 정책 역량과 자질·도덕성을 둘러싼 여야의 전방위 검증이 이뤄졌다. 비거주 1주택 논란부터 재정·세제·부동산 정책까지 송곳 질문이 쏟아졌지만, 이 후보자는 일부 논란에는 해명과 사과로 대응하면서도 구체적인 정책 구상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는 데 그쳤다.
◇ 실거주 목적인데 17년 보유, 4개월 거주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15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했다. 이 후보자는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차관보,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 등 주요 경제 요직을 두루 거친 ‘거시경제통’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청문회에서는 전문성보다는 과천 아파트 비거주 문제 등 도덕성 논란과 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을 이끌 경제수장으로서의 정책 구상이 주요 검증 대상이 됐다.
먼저 ‘비거주 1주택’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이 후보자는 2009년 청와대 근무를 계기로 과천의 한 아파트를 매입했지만, 이후 세종시 등으로 근무지를 옮기면서 실제 거주 기간은 4개월에 그쳤다. 이마저도 2012년 2개월, 2018년 2개월을 합친 기간이라는 점에서 주택 매입 목적에 의문이 제기됐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가 해당 아파트를 17년간 보유하면서 실제 거주한 기간이 4개월에 불과한 점을 꼬집으며 사실상 투기 목적의 ‘갭투자’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논란은 이재명 정부가 최근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투기성 비거주 1주택자의 대출을 차단하는 등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부각됐다. 정부는 실거주 중심의 주택 문화를 강조하며 부동산 투기 차단에 힘쓰고 있지만, 정작 경제수장을 맡을 이 후보자가 비거주 1주택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에서는 이 후보자가 향후 부동산 정책을 추진할 경우 국민적 신뢰를 확보할 수 있겠냐고 따져 물었다.
이 후보자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들의 눈높이에 미흡한 부분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자신의 과천 아파트 매입은 실거주 목적이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2009년 1월 청와대 근무 통보를 받은 뒤 출퇴근을 위해 같은 해 2월 과천에 전셋집을 구했고, 이후 세종 정부청사 인근에 주거지를 마련하기 위해 4월께 형편에 맞는 아파트를 매입했지만 이미 전셋집에 거주하고 있어 곧바로 입주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전셋집 갭투자 의혹에 대해서는 “당시 매매가가 4억 2,000만원 상당이고 전세가가 1억 1,000만원 정도였기 때문에 자금 구조상 갭투자로 보기는 애매하다”며 별도의 대출 없이 구입한 실거주용 주택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러한 해명만으로 장기간 비거주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다며, 국민들 역시 각자의 사정으로 주택에 거주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어떤 사유까지 비거주 사유로 인정할 것인지 따져 물었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투기성 비거주 1주택자를 겨냥한 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어떤 비거주를 투기로 보고 어떤 경우를 불가피한 사유로 인정할 것인지 기준부터 명확히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압박으로 해석된다. 정부가 비거주 주택 보유자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비거주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가 명확하지 않다면, 향후 부동산 정책의 형평성과 일관성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창의와 활력, 지속 가능한 성장”… 구체적 해법은 글쎄
경제수장으로서의 정책 기조도 검증 대상이 됐다. 이 후보자는 앞서 모두발언에서 “저의 경제 철학은 분명하다”며 △물가 안정을 통한 민생 회복과 양극화 해소 △거시경제 안정을 바탕으로 한 경기 회복과 신성장동력 육성 △글로벌 역량 제고를 세 가지 정책 과제로 제시했다. 또 ‘대통령 의사와 관계없이 반드시 지켜가겠다는 원칙’을 묻는 이춘석 무소속 의원의 질문에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고 답하며 사회 전반의 양극화 해소에 주안점을 뒀다.
다만 이날 이 후보자는 거시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했을 뿐, 국민들의 실제 삶과 맞닿아 있는 부동산·세제 등 구체적 현안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다. ‘지속 가능한 성장’, ‘민생 안정’, ‘시장경제의 창의와 활력’, ‘규제 혁신’ 등 선언적인 정책 구호만 제시했다. 정작 구체적인 정책과 대안으로 구현할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한 것이다.
부동산 정책에서도 이 후보자만의 돌파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관한 의견을 묻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의 질문에 이 후보자는 “공급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절차적 완성도나 법률적 미비점이 있다”고 형식적 답변을 내놨다. 비아파트 공급을 확대하고 전문 임대법인을 육성해 장기 임대주택 재고를 늘리겠다는 구상 역시 기존 정부 정책의 연장선에 머물렀다. 공급을 가로막는 규제를 어떻게 손볼지, 관련 세제와 정책을 어떻게 조정할지 등은 나오지 않았다.
162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둘러싼 질의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이 후보자는 기금의 취지에 대해 “예상치 못한 대규모 세수가 들어오면서 생긴 재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구체적인 운용 방안과 국회의 통제 장치 등에 대해서는 “취임하게 되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세제 정책에 대해서도 “이제 막 시작한 상황”이라며 구체적인 문제점을 언급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경제 정책을 총괄하게 될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비거주 1주택을 둘러싼 의문과 자료 제출 미비,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한 원론적인 답변으로 점철됐다. 물론 제한된 청문회 자리에서 모든 정책의 세부적 해법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경제수장에게는 우리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국민들의 기대와 신뢰를 확보하는 역할이 요구된다. 이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 구체적인 정책 구상을 얼마나 빠르게 마련하고, 이를 실행해 나갈지가 향후 ‘경제 컨트롤타워’로서의 숙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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