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그날 팀장의 면담은 한 시간을 넘겼다. 지각이 잦고 콜 수가 처지며 고객과 자주 부딪치는 상담사를 달래고, 코칭하고, 마지막엔 사정까지 하느라 그랬다. 진이 다 빠진 채로 자리에 돌아왔을 때 책상 위에 봉투가 하나 놓여 있었다. 3년 동안 까다로운 클레임을 말없이 받아내던 상담사의 사직서였다. 면담을 신청한 적도, 힘들다고 말한 적도 없는 사람이었다.
센터를 방문할 때마다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리더의 시간은 한정돼 있고, 그 시간은 언제나 소리가 나는 쪽으로 흘러간다. 그러나 냉정하게 물어야 한다. 그 관리 비용과 온정주의를 쏟아붓는 사이, 진짜 팀을 떠받치는 이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부진자가 던져놓은 미결 건과 까다로운 클레임은 제자리를 지키던 상담사들의 몫으로 떠넘겨진다. 팀의 에이스는 과로와 박탈감으로 탈진해 조용히 짐을 싼다.
떠나지 않은 에이스는 더 조용한 선택을 한다. 굳이 더 하지 않는 쪽으로 서서히 내려앉는다. 열심히 해봐야 일만 더 떠안는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부진자 한 명을 살리겠다고 매달리다 조직 전체가 아래로 수렴하는 일, 지금 컨택센터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장면이다.
사람들은 질 것 같은 팀을 응원한다. '언더독 효과'라고 한다. 언더독 프리미엄은 질 것 같은 팀이 이기려고 애쓰는 모습을 볼 때 일어난다.
그런데 컨택센터는 뛰지 않는 쪽을 감싼다. 미덕이 아니라 가짜 약자에게 퍼주는 프리미엄이다. 사실 컨택센터의 진짜 언더독은 따로 있다. 소리 없이 자리를 지키며 센터의 목표치를 묵묵히 채워내는 성실한 허리(B급)와, 남들이 기피하는 까다로운 회색 지대 콜을 해결해 내는 에이스(A급)들이다.
그동안 이들은 늘 그 자리에 있다는 이유로 방치되거나 오히려 역차별을 받아왔다. 이제 프리미엄의 방향을 돌려야 한다.
모범이 되는 A급과 허리를 지키는 B급에게 몇 만 원의 인센티브를 쥐여주고 할 일을 다 했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 돈이 다가 아니다. 다양한 혜택과 섬세한 마음이 담겨야 한다.
난이도 높은 콜을 배분하는 권한, 신입의 자리를 배정하는 의견권, 현실과 어긋난 스크립트를 고치는 개정 참여, 외부 교육 우선 배정, 휴가 우선권 등 주려고 찾으면 많다. 리더에게는 예산만 쥐고 있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줄지는 짐작으로 정하면 안 된다. 누구에게나 좋은 보상은 없다. 쉬는 날이 늘어나는 것이 가장 반가운 사람이 있고, 어려운 콜을 맡겨줄 때 눈이 살아나는 사람이 있다. 그러니 관찰하고 물어야 한다.
그런데 물어도 답이 잘 안 나온다. 본인도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안정이 중요한 사람인지, 성취가 중요한 사람인지, 통제력이 중요한 사람인지, 관계가 중요한 사람인지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다.
매일 콜을 받고 지표를 맞추느라 그럴 틈이 없었다. 리더가 그 질문을 대신 던져 줘야 한다. 함께 찾고 같이 실현시켜야 한다. 모두에게 똑같이 나눠주는 것은 배려가 아니다.
그리고 줄 때는 조직 전체가 보게 줘야 한다. 몰래 뒤에서 챙겨주면 아무 신호도 남지 않는다. 일 잘하는 사람이 판을 바꾸는 자리에 앉는다는 것을 모두가 볼 때 비로소 건강한 긴장감이 돈다.
우리 센터는 어떤 비율인가. 성장을 주도하는 A급 30%, 중심을 잡는 B급 60%, 나머지가 10% 정도면 조직이 스스로 굴러간다. 문제는 그 나머지가 20%를 넘을 때다.
이들은 열심히 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열심히 하지 않아도 봐준다는 언더독 프리미엄의 단맛을 본 사람들이다. 그 단맛을 쥐여준 사람은 리더다. 내보내면 채울 사람이 없다는 딜레마에 붙들려 노심초사해온 리더가 많다. 그 계산에는 에이스가 나갈 확률이 빠져 있다.
그러나 내보낼 필요는 없다. 리더가 단호해져서 밀어내는 게 아니다. 이들에게 쏟던 에너지를 거둬 좋은 콜과 좋은 자리, 발언권과 우선권을 성과 있는 쪽으로 옮기면 남아 있을 자리는 저절로 줄어든다.
우리 센터의 진짜 언더독은 면담을 신청하지 않는다. 그날 면담실에서 한 시간을 쓰는 동안, 봉투는 이미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다음 봉투를 받지 않으려면 이번 주 그 한 시간을 누구에게 쓸 것인가.
지윤정 (윌토피아 대표/ 성신여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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