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기아(000270)가 대형 전동화 PBV '더 기아 PV7(The Kia PV7, 이하 PV7)'을 공개하면서 PBV 사업 전략의 윤곽을 한층 구체화했다. 지난해 PV5를 내놓은 데 이어 두 번째 전용 PBV를 추가했지만 이번 공개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차체 크기보다 확장 방식이다.
PV7은 하나의 전용 플랫폼과 차체 구조를 바탕으로 승객 수송부터 화물 운송, 특장까지 다양한 용도로 확장되도록 설계됐다. 기아는 2027년 하반기 국내와 유럽에 패신저 롱과 카고 롱을 출시한 뒤 글로벌 시장에 총 23종의 파생·컨버전 모델을 순차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기아는 14일(현지시간)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IAA 트랜스포테이션 2026(IAA Transportation 2026)'에서 PV7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S(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 for Service)를 기반으로 전장 5.3m급 차체와 800V 충전 시스템, 대용량 배터리를 적용했다.
여기에 차체 제원을 유연하게 바꿀 수 있는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Flexible Body System)'을 적용했다. 기아가 PV7을 다양한 목적의 차량을 만들어내는 기반으로 활용하려는 구상이다.
◆'크기'보다 확장성…차체 하나로 23종
PV7 롱 모델의 차체는 △전장 5350㎜ △전폭 1995㎜ △전고 1990㎜ △축거 3500㎜다. 기아 PBV 라인업 가운데 대형급에 해당하지만 향후 PV7의 확장 범위는 이 제원에 고정되지 않는다.

기아는 사이드아우터와 루프 패널 등 주요 차체에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을 적용해 축간거리와 전장·전고, 실내 구성을 달리할 수 있도록 했다. 카고 콤팩트와 롱, 하이루프를 비롯해 패신저 콤팩트와 롱, 특장차 개발을 위한 섀시캡까지 같은 기반에서 전개한다.
파생·컨버전 모델은 글로벌 시장 기준 23종까지 확대한다. 승객을 얼마나 태울지, 어떤 화물을 실을지, 어떤 업무에 투입할지에 따라 차체와 실내를 바꾸는 방식이다.
기존 승용차가 차급과 사양을 중심으로 상품을 세분화했다면 PBV에서는 사용 목적이 제품 구성을 결정한다. 물류와 배송, 서비스업, 다인승 수송 등 고객의 업무 환경에 따라 요구하는 차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PV7 카고만 해도 2인승과 3인승, 2열 좌석을 갖춘 다인승 모델로 나뉜다. 패신저는 7인승·9인승·11인승으로 운영된다. 7인승에는 후석 좌석을 이동하거나 탈착할 수 있는 '롱레일 이지 리무브 시트 시스템'을 적용한다.
기아가 23종이라는 숫자를 제시한 것도 이런 PBV 특성과 맞닿아 있다. PV7의 사업 확장성은 판매량과 함께 하나의 플랫폼에서 고객별 용도를 얼마나 세밀하게 구현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460㎞보다 중요한 가동률…충전·적재에 초점
상용 목적이 강한 PV7에서는 전기차 성능도 업무 효율과 연결된다. PV7은 71.5㎾h와 96.2㎾h NCM 고전압 배터리를 사용하는 스탠다드와 롱레인지 모델로 운영된다. 롱레인지 카고 롱은 자체 측정 기준 유럽 WLTP에서 460㎞ 이상의 주행거리를 목표로 한다.

800V 충전 시스템과 최대 350㎾급 초급속 충전도 적용했다.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걸리는 시간은 20분대 중반이다. 전면에는 급속·완속 충전구를 두고, 후측면에도 완속 충전구를 배치해 주차 위치에 따른 충전 제약도 줄였다.
숫자 자체보다 중요한 부분은 차량이 멈춰 있는 시간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다. 업무용 차량은 충전이나 정비로 운행하지 못하는 시간이 곧 운영 효율과 연결된다.
적재 구조에도 같은 방향이 반영됐다. PV7 카고의 적재고는 550㎜다. 롱 모델은 VDA 기준 6.1㎥, 하이루프는 8.0㎥의 적재공간을 제공하며 1200×800㎜ 규격 유로 팔레트를 최대 3개까지 실을 수 있다.

적재 중량은 유럽 기준 롱 모델 1165㎏, 콤팩트 모델 1200㎏ 수준이다. 고중량 화물을 실었을 때 구동 성능을 조절하는 '고중량 주행 모드'도 적용했다. 풀오픈 트윈 스윙 테일게이트와 로드스루 격벽 등도 반복적인 상·하차 시간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장비다.
PV7이 내세우는 전동화 상품성은 결국 긴 주행거리와 빠른 충전, 낮은 적재고, 적재 공간을 한 차량에 묶어 업무 차량의 가동 시간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모인다.
◆판매 이후까지…플레오스로 운영 효율 연결
PV7에서 기아가 확대하려는 범위는 차체 파생 모델에 그치지 않는다. 차량을 판매한 이후 운영 단계까지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서비스를 붙이는 구조도 함께 제시했다.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Pleos Connect)'는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운영체제(AAOS)를 기반으로 개방형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마켓을 지원한다. 고객은 업무 환경에 필요한 앱을 내려받아 차량에서 사용할 수 있다.
생성형 AI 에이전트 '글레오 AI(Gleo AI)'도 적용한다. 대형 언어 모델(LLM)을 바탕으로 연속 대화를 이해하고 차량 제어와 정보 제공을 수행하도록 개발됐다.
법인·사업자 고객에게 보다 직접적인 기능은 플릿 관리 시스템 '플레오스 플릿(Pleos Fleet)'이다. 차량 상태와 운행 데이터를 관리하고 커넥티드 데이터 API를 통해 고객사의 업무 시스템과 차량 데이터를 연결할 수 있도록 했다.

기아가 함께 제시한 업타임(Uptime) 관리 서비스도 같은 흐름이다. 차량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이상 징후를 사전에 감지해 운휴 시간을 줄이는 방식이다.
PBV에서 차량 판매 가격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가 운영비용과 가동률인 만큼 기아도 자동차와 소프트웨어를 하나의 운영 체계로 묶는 방향을 택했다. PV7에 적용된 소프트웨어 기능들도 운전자 편의보다 사업자의 차량 운영 효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구조가 자리 잡으면 기아 입장에서도 PBV 사업 범위가 차량 판매에서 플릿 운영과 데이터 서비스까지 넓어진다. 고객 역시 차량 구매 이후 운행과 차량 상태 관리까지 같은 생태계 안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내년부터 23종 순차 전개…관건은 '맞춤형' 사업화
PV7의 첫 양산 모델은 2027년 하반기 국내와 유럽에 투입될 패신저 롱과 카고 롱이다. 이후 콤팩트와 하이루프, 섀시캡을 포함한 파생·컨버전 모델을 글로벌 시장에 차례로 내놓는다.

특장 생태계도 함께 확대한다. 기아는 IAA 트랜스포테이션 기간 국내외 31개 특장업체를 초청해 '2026 글로벌 PBV 컨버전 파트너스 데이'를 열고 PV7 관련 정보를 공유한다.
컨버전 업체와의 협력은 PV7의 확장 전략에서 중요하다. 기아가 국내외 31개 특장업체와 별도 파트너스 데이를 진행하는 만큼 PV7의 확장 전략에는 외부 컨버전 생태계와의 협업도 포함된다.
결국 PV7에서 확인되는 기아 PBV 전략의 핵심은 대형 전기 밴 한 대의 상품성보다 하나의 플랫폼과 차체를 얼마나 다양한 비즈니스 용도로 확장할 수 있느냐에 있다.

460㎞ 이상의 주행거리와 20분대 중반의 급속 충전 성능은 그 기반을 이루고,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은 차체를 여러 형태로 나누는 역할을 맡는다. 여기에 플레오스 커넥트와 플릿 관리 서비스를 붙여 차량 운용 단계까지 사업 영역을 넓힌다.
PV5가 기아 전용 PBV의 첫 양산 모델이었다면 PV7에서는 기아가 구상한 PBV 사업 방식이 보다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2027년 이후 전개할 23종의 파생·컨버전 모델을 실제 고객 수요와 연결하고 차량·소프트웨어·특장 생태계를 함께 운영할 수 있느냐가 PV7 이후 기아 PBV 사업의 확장 속도를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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