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칼이 곧 매출”… 아모레·LG생건·애경, ‘두피·헤어케어’ 선점 총력전

마이데일리
한국콜마 연구원이 두피 전용 자외선 차단제를 테스트하는 모습. /한국콜마

[마이데일리 = 방금숙 기자] K-뷰티의 전선이 얼굴을 넘어 두피와 헤어로 확산되고 있다. K-뷰티 열풍을 타고 샴푸 수출이 증가한 가운데 주요 기업은 샴푸·트리트먼트를 넘어 두피·탈모·손상모 등 고기능성 제품을 앞세워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14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애경산업 등 국내 뷰티 3사는 헤어케어를 글로벌 성장축으로 삼고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전담 조직을 신설하거나 해외 유통망 확대 등 헤어사업을 전면에 배치했다.

가장 공격적인 곳은 아모레퍼시픽이다. 김승환 아모레퍼시픽 대표는 최근 ‘2026 인베스터 데이’에서 “프리미엄 헤어케어와 두피 케어를 더마뷰티와 함께 축으로 삼아 2030년 헤어케어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승환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가 2026년 인베스터 데이에서 중장기 글로벌 성장 전략과 경영 목표를 밝히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은 미국·중국·일본·브라질을 거점으로, 기존 샴푸·트리트먼트 제품군에 두피 케어와 탈모 관리 등 기능성을 더해 영업이익률을 14~15%, 글로벌 매출 비중을 6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증권가도 헤어케어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기에 들어섰다고 보고 있다.

박종대 하나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년 동안 인베스터 데이에서 제시했던 목표를 대부분 달성했다”며 “재고와 유통, 리셀러 등 수익성 저해 요인의 90%가량을 구조조정하면서 국내외 균형 잡힌 사업구조와 멀티 브랜드 성장 기반을 갖췄다”고 분석했다.

LG생활건강 ‘닥터그루트’ 미국 뉴욕 팝업 트럭. /LG생활건강

◇ LG생건, 북미 유통 확대…애경, 헤어케어 조직 신설

경쟁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LG생활건강은 북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두피 케어 브랜드 ‘닥터그루트’는 지난 3월 세포라 공식 온라인몰에 입점한 데 이어, 8월 미국 전역 세포라 424개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북미 코스트코 600여개 매장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닥터그루트의 지난해 북미 매출은 전년 대비 800% 증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헤어케어 사업의 약진은 북미 사업 성장으로 이어졌다. 올해 2분기 북미 매출은 20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3% 증가해 중국 매출 1760억원을 처음 넘어섰다.

1967년 한국 최초의 크림 샴푸를 선보인 이후 헤어케어 연구를 이어온 LG생활건강은 연구개발(R&D) 역량을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현재 138명의 전담 연구진과 누적 등록 특허 528건, 임상시험 148건, 6만명 규모의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전현정 애경산업 헤어케어사업부문장(왼쪽)과 성수에서 진행 중인 블랙포레 팝업. /애경산업

애경산업은 지난 4월 헤어케어사업부를 전격 신설하고 탈모·두피 관리 제품 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전현정 애경산업 헤어케어사업부문장은 지난 4일 탈모 관리 브랜드 ‘블랙포레’ 간담회에서 “전체 매출에서 헤어케어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20%에서 내년 25%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지난 8월까지 애경산업의 모발 관리 제품 누적 매출의 절반 이상이 미주·유럽·러시아·독립국가연합(CIS) 등 해외에서 발생했다. 블랙포레의 대만·홍콩 왓슨스와 미국 코스트코 입점을 검토 중이며, 내년에는 두피 트리트먼트 신제품을 출시하고 아마존 담당 인력을 확충해 미주 시장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미국 아마존 내 그래비티 샴푸 완판 화면 캡처. /폴리페놀팩토리

◇ 인디 브랜드도 가… “두피도 피부처럼 관리”

대기업뿐 아니라 인디 브랜드들도 성과를 내고 있다. 폴리페놀팩토리의 헤어케어 브랜드 ‘그래비티’는 출시 2년 만에 누적 판매량 185만병을 돌파했으며, 국내 샴푸 브랜드 최초로 프랑스 쁘렝땅 백화점에 입점했다.

아로마티카는 ‘로즈마리 루트 인핸서’를 앞세워 미국과 유럽에서 두피 케어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이 제품은 미국 아마존 프라임데이 기간 스칼프 트리트먼트 부문 1위에 올랐다.

닥터포헤어와 어노브를 운영하는 와이어트의 매출은 2024년 954억원에서 지난해 1200억원을 넘어섰다. 어노브는 미국 세포라와 유럽 22개국 등으로 유통망을 넓혔으며, 지난해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41% 증가한 415억원을 기록했다.

K-헤어케어의 흥행 비결은 ‘스킨케어화(化)’에 있다. 샴푸 하나로 끝내던 기존 루틴에서 벗어나 두피 스케일러, 토닉, 앰플 등으로 세분화한 한국식 관리법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최근 두피 전용 자외선 차단제인 ‘스칼프 선에센스’를 개발해 해외 진출을 앞두고 있다.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브로드웨이 전광판에 걸린 미쟝센의 '퍼펙트 세럼' 광고. /아모레퍼시픽

◇ K-스킨케어가 걸어온 길 잇는 헤어케어

수출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국산 샴푸 수출액은 2년 연속 증가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 1억949만달러(147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수출액의 60%를 넘어선 규모다.

특히 중국은 잠재력이 가장 큰 시장으로 꼽힌다. 탈모 방지 제품 소비자의 80%가 35세 이하일 정도로 젊은 층의 두피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코트라 상하이무역관에 따르면 중국 헤어케어 시장은 지난해 13조4000억원에서 2029년 15조9000억원 규모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다만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탈모 방지 등 특수화장품에 대해 인체 효능 시험을 포함한 등록 심사를 요구하고 있어, 제품 출시 9~12개월 전부터 인증 절차를 준비해야 하는 등 진입 장벽도 만만치 않다.

업계에서는 K-뷰티가 헤어케어로 영역을 넓히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헤어 시장이 과거 단순한 손상모 케어에서 최근 두피 건강과 모발의 생애주기까지 관리하는 ‘헤어 롱제비티’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의 세분화된 두피 관리 솔루션과 R&D 역량이 결합하면서 K-헤어케어가 글로벌 뷰티 시장의 새로운 주류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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