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LG AI연구원이 범용 인공지능(AI) 모델의 성능 경쟁을 넘어 산업 현장의 복잡한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전문가 AI’에 승부를 건다. 제조 현장에서 AI 모델을 다시 적용하는 데 필요한 대응 시간을 기존보다 85% 줄이는 등 실제 성과를 앞세워 차별화하고, 앞으로는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틱 AI와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까지 영역을 넓힌다.
임우형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은 14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 AI 토크 콘서트 2026’에서 “좋은 AI 모델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랫동안 산업 현장에서 풀지 못했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LG AI연구원의 미션”이라고 말했다.
LG AI연구원은 이날 제조·금융·과학 분야에 특화한 전문가 AI 연구 성과와 사업 적용 사례를 공개했다. 2020년 12월 설립 이후 배터리 수명·용량 예측, 불량 제품 선별, 생산·자재 관리 최적화, 신약 후보물질 발굴 등 100건이 넘는 산업 난제를 해결했다.
LG가 정의하는 전문가 AI는 단순히 특정 분야의 데이터를 학습한 모델에 그치지 않는다. 산업별 업무 흐름과 현장의 변수까지 이해하고 전문가 수준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AI를 뜻한다. 이를 위해 사업 현장에서 축적한 전문성을 파운데이션 모델에 반영하고 실제 전문가들의 피드백을 다시 학습시키는 구조를 구축했다.
임 원장은 “산업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수많은 변수와 단 1%의 예외까지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AI가 필요하다”며 “실질적인 성과를 증명할 수 있어야 산업 현장에서 AI가 가치를 증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제조 현장에서 증명…AI 대응시간 85% 단축
전문가 AI의 성과는 제조 현장에서 구체적인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LG AI연구원은 공정 조건과 품질 데이터를 분석·예측하는 ‘엑사원 태뷸러’와 제품이나 공정 외관이 달라져도 재학습 없이 검사할 수 있는 ‘엑사원 옴니 인스펙트’를 제조 특화 AI 파운데이션 모델로 개발했다.
유정선 LG이노텍 AX담당은 이날 엑사원 태뷸러 적용 사례를 소개하며 기존 방식에서는 제조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모델을 다시 학습하는 데 14일, 약 300시간 분량의 생산공정 데이터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엑사원 태뷸러를 적용하면 소량의 현장 데이터만으로 새로운 공정 환경에 대응할 수 있다. 실제 필요한 데이터는 최소 50시간 수준까지 줄었고 모델 대응에 걸리는 시간도 기존보다 약 85% 단축됐다.
유 담당은 “현장에서는 모델 성능도 중요하지만 실제 데이터를 어떻게 사용할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리드타임 감소 폭이 크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순영 LG AI연구원 데이터인텔리전스랩장은 “모델을 만들 때 평가하는 벤치마크는 깔끔하지만 현장은 그렇지 않다”며 “제품이나 공정이 바뀌면 모든 조건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LG AI연구원은 엑사원 태뷸러에 예측값뿐 아니라 예측의 신뢰도와 위험도까지 제공하는 기능을 넣어 향후 에이전트 시스템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현장 활용 기능을 강화하고 내년에는 모델 규모를 키우는 동시에 텍스트 등 다양한 입력을 처리하는 멀티모달 구조로 고도화할 계획이다.

◇ 다음은 ‘스스로 행동하는 AI’…자율공장까지 겨냥
LG AI연구원은 산업 데이터를 이해하고 예측하는 단계에서 한발 더 나아가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틱 AI로 기술을 확장한다.
임 원장은 “파운데이션 모델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산업 현장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가 스스로 행동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에이전틱 AI로 확장할 것”이라며 “판단의 시간을 앞당기고 스스로 제어하는 AI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현실 세계에서 직접 행동하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까지 연결한다. 로봇이 주변 환경을 이해하고 상황을 판단한 뒤 스스로 행동할 수 있도록 ‘로봇의 뇌’를 만드는 기술이다.
LG AI연구원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로봇 작동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사전에 차단하는 독자 알고리즘도 개발하고 있다. 개별 로봇을 자동화하는 수준을 넘어 공장 전체가 하나의 지능처럼 움직이는 자율형 공장 구축까지 바라보고 있다.
임 원장은 “LG는 지난 6년 동안 AI가 산업의 문제를 이해하도록 해왔고 이제 그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가 전문가 AI를 강조하는 배경에는 글로벌 빅테크와 동일한 범용 AI 성능 경쟁만으로는 차별화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이날 이홍락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과 대담한 조지 카메론 아티피셜 애널리시스 공동창업자는 한국 AI 모델에 대해 “한국의 AI 생태계는 매우 빠르게 발전했고 글로벌에서도 손색없는 수준”이라면서도 “모델 지능만 놓고 보면 미국과 중국 모델과 비교해 한국이 다소 뒤처져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한국 AI가 비용 측면에서는 경쟁력이 있다며 제조와 과학 등 특정 산업에서 신뢰할 수 있는 AI와 에이전트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LG AI연구원 역시 범용 AI 연구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전문가 AI의 기반 역시 충분한 수준의 범용 지능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엑사원의 성능 개선을 지속하면서 산업 특화 기술을 동시에 고도화한다는 전략이다.
임 원장은 질의응답에서 “글로벌 빅테크도 현장과 AI를 접목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LG AI연구원과 LG그룹이 긴밀하게 협업해 실제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실질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의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이홍락 공동 연구원장도 “도메인과 전문지식에 특화한 전문가 AI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를 위해서도 충분히 똑똑한 모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엔터프라이즈 레벨에서는 결국 실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AI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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