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류한준 기자] "더 발전하려면 새로운 환경에서 뛰어아한다는 필요가 있다고 봤어요." 태국여자배구대표팀 출신 아웃사이드 히터 타나차 쑥솟(이하 타나차)은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2023년 한국도로공사(이하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고 V-리그에 데뷔한 그는 도로공사에서 보낸 시간을 “인생에서 손꼽을 만큼 좋은 기억”이라고 했다.
그래도 변화를 택했다. 익숙한 곳에 머무르기보다 새로운 환경에서 자신을 시험해보고 싶었다. 지난 12일 GS칼텍스 일본 전지훈련장에서 현장 취재진과 만난 타나차는 "배구 선수로서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환경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낯선 상황에 나를 던져놓는 것이 인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아시아쿼터 선수를 찾았던 GS칼텍스가 타나차에 러브콜을 보냈다. 그는 "다른 팀으로 이적을 고민하기 시작했을 때 GS칼텍스가 가장 먼저 연락을 해왔다"며 "내 가치를 높게 평가해준 팀에 가고 싶었다"고 이적 배경에 대해 밝혔다.
타나차에게 GS칼텍스는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상대팀으로 만났던 팀이다. 당시 네트 건너 편에서 바라본 GS칼텍스는 좀처럼 빈틈을 찾기 어려운 상대였다.
타나차는 "한번 분위기를 타면 그 흐름을 깨기가 정말 어려웠다. 특히 선수들 사이 '케미'가 굉장히 끈끈해 보였다"며 "선수들이 서로를 믿고 있다는 게 코트 안에서도 느껴졌다"고 챔피언결정전을 되돌아봤다. GS칼텍스는 도로공사에 시리즈 전적 3승을 거두고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GS칼텍스로 유니폼을 바꿔 입은 그가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이제는 '언니 라인'에 속했다는 점, 2000년생 타나차는 베테랑이 많았던 도로공사에서는 비교적 어린 선수에 들었지만 GS칼텍스에서는 다르다. 이제는 후배들을 이끌어야 하는 위치가 됐다.
타나차는 "도로공사에서는 훈련 때 언니 팀과 동생 팀으로 나누면 동생 팀의 맏언니 정도였는데, 여기서는 어린 티를 낼 수 없을 만큼 언니 쪽에 속한다"고 웃었다. 팀이 타나차에게 기대하는 역할 중 하나는 공격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지난 시즌 GS칼텍스의 공격을 이끌었던 지젤 실바(쿠바, 이하 실바)에게 집중됐던 부담을 나눠야 한다. 실바는 V-리그 역대 최초로 3시즌 연속 1000점을 넘길 정도로 팀 공격에서 비중이 크다.
하지만 타나차는 '실바를 도와야 한다'는 표현에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배구는 팀 스포츠"라며 "다른 선수들도 모두 함께 공격에 가담해야 더 쉽고 재미있는 배구를 할 수 있다. 실바 부담을 덜어줘야한다기 보다 선수 한 명 한 명이 자기 역할을 해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바도 새로운 동료를 반겼다. 실바는 타나차 합류 소식을 들었을 때 "수비도 열심히 하고 공격도 좋은 선수라 함께하면 재미있는 배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실바의 말을 전해주자 타나차가 "그렇게 말해줘서 정말 고맙다"며 "내겐 매우 의미 있는 말이다. 함께했을 때 좋은 선수가 되는 점이 내가 바라는 배구 선수의 모습"이라며 다시 한 번 웃었다.

타나차는 "배구를 하면서 언제나 잘할 수는 없다. 잘되는 날도 있고 기량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날도 있다. 그러나 좋은 동료가 되는 건 내가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나중에 내 배구 인생을 돌아보았을 때 '좋은 팀원이었다'고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경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을 때 타나차가 할 일은 분명해졌다. 동료들에게 먼저 다가가 '괜찮다. 다시 해보자'고 다독이는 것이다. 긍정적인 마인드에는 태국 배구 특유의 문화도 녹아있다. 타나차는 태국 배구 특징 중 하나로 '즐기는 배구'를 꼽았다.
그는 "태국 선수들은 실수를 해도 너무 깊게 생각하거나 자책하진 않는다"며 "서로 웃으면서 빨리 다음 플레이로 넘어가려고 한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분위기도 살아나고 경기력도 좋아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높이에서 밀리는 신체 조건 열세를 다양한 공격으로 극복하는 부분도 태국 배구 특징이라고 했다. 그는 "태국 선수들은 전체적으로 키가 큰 편이 아니기 때문에 콤비네이션을 많이 활용한다"며 "한 곳에서만 공격하는 게 아니라 안과 밖으로 움직이며 공격에 다양성을 주려고 하는데 이런 모습을 GS칼텍스에서도 자주 보이고 싶다"고 강조했다.
코트 밖에서도 타나차는 '좋은 팀'을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건 단순한 취미 때문이 아니다. 그에게는 동료들과 가까워지기 위한 일종의 '팀워크 훈련'이다.

타나차는 "쉬는 시간에 다 같이 휴대전화 화면만 보고 있으면 서로 얼굴을 보고 이야기할 시간이 없다. 보드게임을 하면 자연스럽게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게 되고, 그러다 보면 서로를 더 잘 알게 된다"며 "코트 밖에서 쌓은 친밀감과 신뢰가 결국 코트 안에서도 나타난다고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새 유니폼을 입고 새로운 출발선에 선 타나차의 올 시즌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도로공사 시절 정규리그 1위 기쁨은 맛봤지만 챔피언결정전 정상에는 오르지 못했다.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서 우승하고 싶다. 그 목표를 위해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우승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 속에서도 자신만의 색깔은 잃고 싶지 않다. 코트에서는 끝까지 공을 쫓고, 팀이 흔들릴 때면 먼저 웃으며 동료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타나차가 그리는 자신의 모습이다. 그는 "늘 좋은 에너지를 주는 팀원이고 싶다"며 "올 시즌 더 많이 웃어보겠다"고 덧붙였다.
류한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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