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방금숙 기자] 최근 라면과 과자, 음료 등 주요 식품 가격이 잇따라 오른 가운데 삼양식품과 오리온, 동아오츠카는 가격을 유지하거나 일부 제품의 출고가를 낮추며 대조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해외 사업 확대와 생산 효율화로 원가 부담을 흡수하며 수익성을 방어하는 모습이다.
1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심·오뚜기·팔도 등 주요 라면업체는 최근 용기면 출고가를 평균 5~6%대 인상했다. 음료업계에서도 롯데칠성음료와 코카콜라음료가 주요 제품 가격을 올렸다. 원·달러 환율 상승과 나프타·알루미늄 등 포장재 원료 가격 상승으로 주요 식음료 기업의 원가 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농심·대상·동원F&B·롯데웰푸드·롯데칠성음료·삼립·삼양식품·빙그레·오리온·오뚜기·풀무원·CJ제일제당 등 주요 식음료 기업 12곳의 올해 상반기 평균 매출원가율은 72.7%로 집계됐다. 2022년 상반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농심은 지난달 1일부터 육개장사발면과 신라면컵 등 용기면 18개 브랜드의 출고가를 평균 6% 인상했다. 스낵 23개 브랜드와 음료 2개 브랜드도 각각 평균 5.5%, 7.7% 올렸다. 라면 가격 조정은 지난해 3월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오뚜기는 이달 7일부터 진라면·열라면·참깨라면·컵누들 등 컵라면 11개 브랜드, 29개 품목의 출고가를 평균 6.7% 인상했다. 만두 3개 브랜드, 16개 품목도 평균 7.7% 올렸다.
팔도는 이달 1일부터 왕뚜껑·도시락·팔도비빔면컵 등 용기면 12종의 출고가를 평균 5.5% 인상했다. 비락식혜 캔 등을 포함한 음료 9종도 평균 5.8% 올렸다. 팔도는 지난 4월 팔도비빔면 등 라면 19종의 출고가를 평균 4.8% 인하했지만, 5개월 만에 일부 용기면 가격을 다시 조정했다.

◇ 삼양식품, 가격 동결 넘어 일부 제품 출고가 인하
반면 삼양식품은 가격 동결을 넘어 일부 제품의 출고가를 낮췄다. 삼양식품의 국내 라면 가격 인상은 2022년 11월이 마지막이다.
최근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정품 삼양라면 120g 40개입의 국내 출고가는 지난해 2만6400원에서 올해 상반기 2만2000원으로 16.7% 낮아졌다. 큰컵삼양라면 110g 16개입도 1만6016원에서 1만4256원으로 11% 내렸다. 불닭볶음면·큰컵불닭볶음면·짱구·사또밥·별뽀빠이 등 주요 제품은 기존 가격을 유지했다.
상반기 누적 매출은 1조4847억원, 영업이익은 3533억원으로 각각 37.2%, 39.0%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6개 분기 연속 20%대를 기록했다. 해외 매출의 고성장이 국내 원가 부담을 흡수하는 버팀목이 된 것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현재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며 “해외 매출 비중을 확대하고 생산 효율성과 채널 믹스를 개선해 수익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 오리온 1년 9개월째 동결…해외 사업이 버팀목
오리온은 2024년 11월 제품 가격을 올린 이후 추가 인상 없이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2022년 9월 초코파이·포카칩 등 16개 제품 가격을 평균 15.8% 올렸고, 2024년 11월에도 초코송이·비쵸비·촉촉한초코칩 등 13개 제품 가격을 평균 10.6% 인상했다.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에는 해외 사업의 성장세가 있다. 오리온의 올해 상반기 해외 법인 매출 비중은 약 68%다. 한국 법인의 수출 물량까지 포함하면 해외 사업 비중은 70%를 웃돈다.
오리온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1조8239억원, 영업이익은 298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15.5%, 17.9% 증가했다. 한국 법인은 상반기 영업이익이 897억원으로 5.4% 감소했지만, 중국·베트남·러시아 등 해외 생산기지의 두 자릿수 성장에 힘입어 전체 영업이익은 17.9% 늘었다.
중국에서는 5개 생산법인을 운영하며 파이·스낵 제품의 현지 판매를 확대하고, 베트남에서도 2개 생산공장을 통해 내수 판매와 인근 국가 수출을 늘리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2022년 트베르 신공장을 준공한 뒤 젤리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했고, 인도에서는 생산라인을 1개에서 4개로 늘렸다.
오리온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이 큰 상황이나 내부적으로 감내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 포카리스웨트도 가격 유지…시장 점유율로 방어
음료업계에서는 롯데칠성음료와 코카콜라음료가 잇따라 가격을 올렸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6월 26일부터 칠성사이다·펩시콜라·밀키스·칸타타·핫식스 등 12개 브랜드, 44개 품목의 출고가를 평균 5.3% 인상했다. 코카콜라음료도 8월 1일부터 코카콜라·스프라이트·환타 등 52개 품목의 출고가를 평균 7.2% 올렸다.
반면 이온음료 시장 1위 브랜드 포카리스웨트는 기존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동아오츠카는 지난해 1월 포카리스웨트·나랑드사이다·오란씨·데미소다·오로나민C 등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6.3% 인상한 뒤 추가 가격 조정을 하지 않았다.
동아오츠카는 포카리스웨트의 브랜드 경쟁력과 유통망, 생산 효율화 등을 통해 비용 상승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3824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했지만 영업이익은 283억원, 당기순이익은 226억원으로 각각 1.1%, 2.8% 증가했다. 매출원가는 약 2223억원으로 매출원가율은 58.1%였다.
식품업체들의 원가 부담은 여전히 높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포장재 원료인 나프타 가격은 1년 전 t당 565달러에서 788달러로 39.5% 올랐고, 알루미늄 가격도 2611달러에서 3327달러로 27.4%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재료 조달 비용 부담도 커졌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가 절감 노력만으로 포장재와 물류비 인상분을 더 이상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해외 매출 비중이 큰 기업은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지만, 원자재·포장재 가격 상승에 고환율까지 겹치면서 전반적인 가격 인상 압박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가격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 같은 기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원부자재와 물류비 부담이 누적되고 있는 만큼 추가 가격 조정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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