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기업들이 올해 2분기 공장 증설이나 설비 투자보다 회사채 상환과 원재료 매입 등 당장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대출이 30조원 넘게 증가한 가운데 늘어난 대출의 약 78%가 운전자금에 집중됐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2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대출금'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산업별대출금 잔액은 2065조3000억원으로 전분기 말보다 30조6000억원 증가했다. 증가폭은 지난 1분기 30조8000억원보다 2000억원 줄었지만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용도별로 보면 운전자금은 23조8000억원 늘어 전분기(21조4000억원 증가) 대비 그 폭이 확대됐다. 전체 산업대출 증가액의 약 77.8%에 해당한다.

반면 시설자금 증가폭은 지난 1분기 9조4000억원에서 2분기 6조9000억원으로 축소됐다. 운전자금은 임금·이자 지급과 원재료 매입 등에 쓰이는 단기성 대출이고, 시설자금은 건물 신·증축이나 기계·설비 구입 등에 사용되는 자금이다.
특히 제조업에서 운전자금과 시설자금의 차이가 두드러졌다. 2분기 제조업 대출은 8조4000억원 증가해 전분기(11조원 증가)보다 증가폭이 줄었다.
이 가운데 운전자금 증가폭은 6조6000억원에서 7조원으로 확대됐지만 시설자금은 4조4000억원에서 1조4000억원으로 크게 축소됐다. 화학·의료용제품과 전자부품·컴퓨터·영상·음향·통신장비 등을 중심으로 시설자금 증가세가 둔화한 영향이다.
한은은 제조업 대출 증가폭 축소 배경으로 반기 말 기업들의 재무비율 관리 노력과 일부 기업의 대출 조기 상환 등을 꼽았다. 운전자금은 회사채 상환을 위한 자금 수요 등이 증가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성준 한은 경제통계1국 금융통계팀장은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은 증가 규모가 소폭 축소됐고 서비스업은 소폭 확대돼 차이가 있다"며 "다만 전체적으로 은행들의 기업대출 확대 전략 등의 영향으로 2분기에도 지난 1분기와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산업별로는 서비스업 대출 증가세가 이어졌다. 2분기 서비스업 대출은 19조9000억원 늘어 전분기 19조1000억원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지난 2022년 4분기 26조1000억원 이후 14분기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서비스업 가운데 부동산업 대출은 6조2000억원 증가해 전분기 2조5000억원보다 증가폭이 크게 확대됐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보증 한도가 높아지면서 대출 여건이 개선된 영향이다.
금융·보험업 대출 역시 같은 기간 4조8000억원에서 6조2000억원으로 증가폭이 커졌다. 2분기 주식시장 호조로 파생상품 거래가 늘어난 가운데 증권사들의 증거금 납부를 위한 자금 수요가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김 팀장은 "2분기까지는 주식시장이 좋았고 파생 관련 상품 거래도 많았다"며 "증권사들이 증거금률을 인상하면서 증거금을 납부하기 위한 자금 수요가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차입이 늘어난 것으로 보면 된다"고 짚었다.
산업대출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3.0%에서 4분기 3.3%, 올해 1분기 4.0%, 2분기 4.7%로 높아졌다.

이에 대해서는 "크게 보면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정책과 맞물려 은행들의 기업대출 확대 전략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장기 평균인 7.0%에는 아직 조금 모자라는 수준으로, 앞으로 완만하게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는 3분기에는 대출 증가 요인과 억제 요인이 함께 작용할 전망이다.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는 기업대출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는 반면 은행권의 리스크 관리와 지방 부동산 시장 부진은 증가세를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
김 팀장은 "기존 생산적 금융 확대 전략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증가 요인이 될 것"이라면서도 "은행들의 리스크 관리와 지방 부동산 시장 부진 등 증가 억제 요인도 함께 존재해 실제로 얼마나 증가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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