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주 4.5일제 도입과 실질임금 인상, 금융기관 지방이전 저지 등을 요구하며 1차 총파업에 돌입했다. 특히 지방 이전 가능성이 거론되는 한국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 노조원들이 대거 참여해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 방침에 반발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1차 총파업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금융노조 산하 은행과 금융공공기관 등 전국 지부 조합원들이 참여했다. 참가 인원은 주최 측 추산 약 3만명, 경찰 비공식 추산 약 1만4000명이다.
이날 참가자들은 ‘실질임금 인상 쟁취’, ‘지방이전 저지’, ‘주4.5일제 도입’ 등의 손팻말을 들고 노동시간 단축과 금융기관 지방이전 중단을 촉구했다.
◇ 산은 2000명·수은 800명…국책은행 노조 대거 참여
이번 총파업에서는 금융기관 지방이전 가능성이 거론되는 국책은행 노조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각 지부에 따르면 산업은행에서는 전체 조합원 2200여명 가운데 노사협약 등에 따라 근무해야 하는 잔류인력을 제외한 약 2000명이 집회에 참석했다. 수출입은행에서도 전체 조합원 1100여명 가운데 약 800명이 참여했다. 기업은행은 전체 조합원 약 9000명 가운데 절반 수준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됐다.
NH농협은행에서도 조합원 3000명 안팎이 총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노조는 금융기관 본사 이전처럼 노동자의 근무지와 생활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노조와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금융기관을 이전하는 것과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인 만큼 지역에 필요한 것은 실질적인 지역금융 활성화라는 논리다.
◇ 주4.5일제·임금 6% 요구…5개월 교섭 끝 결렬
총파업의 배경에는 금융권 노사의 임금·단체교섭 결렬도 자리 잡고 있다.
금융노조는 지난 4월부터 사측과 31차례 넘게 교섭하고 두 차례 노동위원회 조정을 거쳤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주요 요구사항은 주4.5일제 도입, 청년채용 확대, 본사 이전 시 노조와 사전 합의, 정년 연장, 실질임금 보장, 제도 개선 등이다.
임금 협상에서는 노조가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해 6%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사측은 2.5% 인상안을 고수하고 있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양민호 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은 “2002년 금융권이 주 5일제를 선도했고 금융에서 시작된 주 5일제가 대한민국 전체 산업의 변화로 이어졌다”며 “이번에도 노동시간 단축의 새로운 기준과 이정표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청년채용 확대와 관련해서도 디지털 전환이 인력 감축으로만 이어져서는 안 된다며 새로운 금융서비스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연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서울 남아야 금융경쟁력”…정부는 4분기 이전 대상 확정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금융기관이 서울에 남아야 하는 데는 정책적인 이유가 있다”며 “우리가 서울에 남아야 하는 이유는 정치 때문도, 가족과 떨어지기 싫어서도 아니라 경제를 위해서”라고 말했다.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싱가포르, 홍콩 등 주요 금융도시가 금융 역량을 한곳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다만 정부가 전날 발표한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에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공공기관의 구체적인 이전 여부가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지방정부와 노동계 등을 대상으로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 올해 4분기 구체적인 이전 대상 기관을 확정할 예정이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금융위가 이전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냐는 질문에 “제외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4분기에 걸쳐 이전 대상 기관을 최종 확정해서 고시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노조는 지난달 12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6.05%의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가결했다. 이후 지난달 28일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거쳐 이날 1차 총파업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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