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마운드 위 손주영의 얼굴은 언제나 평온하다. 잔물결조차 일어나지 않고 오히려 웃는다.
2사 2, 3루, 안타 한 방이면 그대로 경기가 뒤집히는 9회말 3B 2S의 절체절명 위기. 숨조차 쉬기 힘든 정적이 잠실구장을 감쌌지만, 공을 잡고 포수와 사인을 주고받는 그의 눈빛은 평온하기 그지없다.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두산과의 원정 경기. LG가 1-0으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9회말, 마운드에 오른 이는 의외의 인물이었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염경엽 감독이 돌아온 고우석 투입을 예고했지만 전날까지 2연투를 소화해 등판 계획이 없던 손주영이 올라왔다. 그는 "컨디션이 너무 좋다"며 먼저 공을 들었고, 염경엽 감독 역시 철칙처럼 지키던 '3연투 금지' 원칙을 깨고 그를 올렸다.
첫 타자 양의지를 단 3구 만에 삼진 처리할 때만 해도 순탄해 보였다. 하지만 김민석의 3루타와 조수행의 볼넷, 이어진 도루로 순간 마운드는 2사 2, 3루의 외줄타기가 됐다. 초보 클로저에게는 피가 말라붙을 듯한 중압감이었지만, 손주영은 덤덤하게 박지훈을 3루수 땅볼로 솎아 내며 1점 차 승리를 완성했고 포효했다. 시즌 26세이브를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팬들이 부르는 그의 별명은 '어쩔막(어쩌라고 막았잖아)'. 이 덤덤함은 어디서 오는 걸까.
시간을 2023년으로 돌려본다. 당시 선발 한 자리를 다투던 손주영은 팔꿈치 수술 후 재활 과정에서 좀처럼 올라오지 않는 구속에 절망했다. 설상가상으로 최원태의 트레이드 이적까지 이어지자 "내 자리는 없다"라는 생각에 야구를 내려놓으려 했다.
유니폼을 벗으려 했던 깊은 절망의 끝에서 그는 비로소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법을 배웠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라는 깨달음은 그를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투수로 만들어주었다. 이렇게 은퇴 위기를 극복한 그의 '회복 탄력성'은 최고의 투수가 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벼랑 끝에서 돌아와 리그 최고의 클로저로 거듭난 손주영. 위기 상황마다 보여주는 그 특유의 무심한 표정은, 실은 야구를 포기하려 했던 그 시절을 견뎌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절실한 무기인 것이다.
['어쩔막' 클로저 손주영 / 잠실 = 유진형 기자 [email protected]]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