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윤정의 인간지능 ⑯] 대시보드는 피드백이 아니다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한 고객이 통신사 고객센터에 모바일 앱 사용 문의를 했다. 예매해 둔 영화 티켓을 앱 어디서 찾느냐는 단순 문의였다. 메뉴 경로만 안내하면 됐지만 상담사는 이렇게 말했다. "고객님, 매달 영화를 꾸준히 보시네요. 월 5000원만 추가하시면 등급이 올라가 한 달에 2만원 이상 절약하실 수 있어요. 놓치기 아까운 혜택입니다." 고객은 기분 좋게 요금제를 변경했다. 

이 상담은 평균 통화시간보다 3분 정도 길어졌다. 대시보드에는 AHT 초과로 빨간 표시가 떴다. 상담이력에는 '요금제 변경'이라는 한 줄만 남았다. 리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 상담사는 더 이상 고객의 과거 이용 이력을 열어보지 않는다.

요즘 컨택센터는 상담사에게 이전과 다른 일을 요구한다. 문의에 답하는 것을 넘어 고객의 패턴을 읽어 맞춤형 제안을 하라고 한다. AI가 정형화된 업무를 빠르게 처리할수록 사람에게는 한 번 더 생각해 기대 이상의 일을 하라고 요구한다. 

그런데 이 행동은 대시보드에 뜨는 숫자만으로 이끌어낼 수 없다. 대시보드는 3분이 길어진 것은 측정하지만, 그 3분에 무엇이 담겼는지는 측정하지 못한다. 리더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대시보드가 유일한 발화자가 된다. 상담사는 그 신호를 읽었고 다음부터는 고객이력을 열어보지 않는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

여기서 리더가 할 일이 보인다. 대시보드가 놓친 것을 입체적으로 해석해서 상담사 마음에 남기는 피드백을 해야 한다. 피드백은 원래 기계 제어에서 쓰이던 말이다. 출력된 신호를 다시 입력으로 돌려보내 다음 움직임을 조정하는 것. 

사람도 같다. 무슨 일이 있었고 그것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되돌려줘 다음 행동을 달라지게 하는 것이 피드백이다. 여기 리더가 입체적으로 되돌려줘야 할 세 가지 피드백 요소를 살펴보자.

첫째, 과거. 본인이 보지 못한 파장을 알린다.

조직에서 자신의 행동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스스로 알기 어렵다. '오늘 먼저 말을 꺼내준 덕분에 다른 팀원들도 용기를 냈어요' '그 선제적인 안내로 다음 달에 터질 대형 클레임을 예방했습니다' 

아쉬운 행동도 마찬가지다. '그 처리가 누락돼서 같은 확인을 세 번 더 해야 했습니다' 피드백은 등 뒤를 돌아보게 한다. 내가 보지 못한 결과, 내가 남긴 흔적을 보여줄 때 사람은 자기 행동의 무게를 느낀다.

둘째, 현재. 그 일이 지금 본인에게 왜 중요한지 알린다.

같은 사실도 받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꽂힌다. 다들 돈 벌러 나온다고 생각하지만 돈은 수단이고 그 밑에 성장, 인정, 자율 같은 진짜 원하는 것이 있다. 성장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이 케이스가 지난번 ○○님이 키우고 싶다고 했던 설득 역량과 바로 맞닿아 있어서 꼭 짚고 싶었어요' 

자율성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이렇게 하라고 지시하려는 게 아니라, 앞으로 스스로 판단하실 때 기준이 될 것 같아 공유합니다' 같은 파장도 그의 관심사와 연결될 때 비로소 방향이 바뀐다.

셋째, 미래. 지금의 행동이 무엇이 될지 알린다.

사람은 현재의 자기 행동이 미래의 자신과 어떻게 이어지는지 스스로 보지 못한다. '고객의 이용 패턴을 빠르게 읽어낸 걸 보면 ○○님은 맥락을 파악하는 데 강점이 있어요' '이런 경험이 쌓이면 복잡한 고객 문제를 풀어내는 역량이 됩니다' 

때로는 염려를 되돌려줄 수도 있다. '지금 속도는 팀에서 가장 빠릅니다. 다만 속도에만 집중하다 복잡한 문제를 들여다보는 힘을 키울 기회를 놓칠까 걱정됩니다' 축복이든 염려든, 현재를 미래와 연결해주는 일이다.

AI도 해석은 한다. 파장도 계산하고 미래 역량도 예측한다. 그런데 같은 문장이라도 AI가 말하면 판정이고 리더가 말하면 약속이다. 대시보드가 보낸 것은 신호였지 피드백이 아니었다.

AI가 못 하는 것은 해석이 아니라 그 해석에 책임과 관계를 싣는 일이다. 상담사에게 필요했던 것은 빨간 표시를 지우는 일이 아니라 리더의 한마디였다. '그 3분이 이 고객의 다음 1년을 바꿨어요. 모두에게 우수사례로 공유하고 싶은데 그래도 되죠?' 대시보드는 지나간 숫자를 돌려준다. 리더는 그 숫자의 의미를 돌려준다.

지윤정 (윌토피아 대표/ 성신여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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