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임경제] 췌장암과 담도암은 암 치료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여전히 치료가 어려운 암으로 꼽힌다.
미국암학회가 국립암연구소(NCI) 암등록통계를 분석한 결과, 2015∼2021년 미국 췌장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암이 췌장에 국한됐을 때 44%였지만 다른 장기로 전이된 뒤에는 3%까지 떨어졌다. 전체 병기를 합친 생존율도 13%에 그쳤다.
담도암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의 간외담도암 5년 상대생존율은 국소단계 19%, 원격 전이단계 2%로 집계됐다.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데다 장기 깊숙한 곳에서 발생해 조기 발견이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소화기내시경학회(ASGE)는 내시경초음파검사(EUS)를 췌장 종괴 진단과 조직검사의 핵심 검사로 제시한다. 내시경역행췌담관조영술(ERCP)은 종양이나 담석으로 막힌 담도를 뚫고 스텐트를 삽입해 담즙 배출 통로를 확보하는 치료 수단이다.
결국 췌장·담도 질환은 병변을 얼마나 빨리 찾아내고 조직검사와 담도 배액 등 후속 치료로 연결하느냐가 관건이다. 지역에 고난도 내시경 시술 경험을 갖춘 의료진과 치료체계를 확보해야 하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부산 온병원 췌장담도센터가 최근 5년간 EUS와 ERCP를 합쳐 8500건 넘게 시행하며 부울경 췌장·담도 질환의 지역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향하던 환자들이 부산에서도 진단과 치료의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 셈이다.
◆ 5년간 입원환자 7361명…EUS·ERCP 8581건
지난 2일 온병원 췌장담도센터가 공개한 임상 통계에 따르면 박은택 센터장은 2021년 10월부터 2026년 8월 말까지 입원환자 7361명을 진료했다.
질환별로는 담낭·담도 및 췌장 장애 환자가 3786명으로 가장 많았다. 췌장암·담관암·담낭암 등 악성종양 환자는 1887명, 췌장 및 간외담관 양성종양 환자는 1474명으로 집계됐다.
고난도 내시경 시술은 같은 기간 EUS 5368건, ERCP 3213건 등 모두 8581건에 달했다. 연평균 EUS 약 1100건, ERCP 약 660건을 시행한 규모다.
EUS는 초음파 장치가 달린 내시경을 위와 십이지장까지 넣어 췌장과 담도를 관찰하고 필요하면 조직까지 채취하는 검사다. ERCP는 담석이나 종양으로 좁아진 담관을 확인한 뒤 결석 제거와 배액관·스텐트 삽입까지 시행하는 치료 내시경이다.
미국 NCI도 담도암 진단·치료 과정에서 EUS를 통한 병변 관찰과 조직 채취, ERCP를 통한 조직검사와 담도 스텐트 삽입을 주요 방법으로 설명한다. 온병원의 실적은 미국 의료계가 중시하는 췌장·담도 중재 내시경 역량을 지역 종합병원 단위에서 축적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 미세 병변부터 난치성 담관암까지 추적
축적된 시술 경험은 진단이 까다로운 환자의 치료로 이어지고 있다. 50대 남성 A씨는 2023년부터 담관염과 담낭·총담관 결석, 총담관 협착이 반복됐다. EUS와 ERCP, 담관 스텐트 삽입·교환을 받으며 추적관찰하던 중 최근 담낭벽 비후와 원위부 총담관의 악성 의심 병변이 발견됐다. 박 센터장은 조직학적 확진을 거쳐 치료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40대 여성 B씨는 건강검진 CT에서 췌장 병변이 발견됐다. 부모가 위암·간암·폐암을 앓은 가족력도 있었다. EUS와 MRI 검사 결과 췌장 두부에서 1㎝ 미만의 미세 낭성 병변이 확인됐고, 의료진은 과잉 수술 대신 정기 추적관찰을 선택했다.

80대 남성 C씨는 복통과 옆구리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간문부 담관암인 '클라츠킨 종양 B-IIIb' 진단을 받았다. ERCP와 담도 스텐트 삽입, 항암치료를 받은 결과 원발 병변은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폐 전이가 확인되고 환자가 추가 항암치료를 원하지 않아 삶의 질을 고려한 검사와 ERCP를 병행하고 있다.
세 사례는 췌장담도센터의 역할이 시술 건수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미세 병변 진단부터 담도 폐쇄 치료, 조직검사, 악성종양 추적관리까지 하나의 진료체계 안에서 이어지고 있다.
◆ "서울 원정진료로 치료시기 놓쳐선 안 돼"
췌장·담도 질환은 진행 속도가 빠른 데 비해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다. 의심 병변 발견 이후 수도권 병원 예약과 이동에 시간을 쓰면 진단과 치료가 늦어질 수 있다. 지역에 숙련된 의료진과 고난도 내시경 기반을 갖추는 문제는 환자 편의를 넘어 생존 가능성과 연결된다.
박 센터장은 "부울경 환자들이 서울 등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원정 진료를 가느라 소중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지난 5년간 축적한 EUS와 ERCP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에서도 완성도 높은 췌장·담도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울산대학교병원과 부산백병원을 거쳐 2021년 9월까지 고신대복음병원 췌장담도내과 교수로 재직했다. 고신대복음병원 재직 당시 수술이 어려운 췌장·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광역동치료 350례를 시행했다.
수도권 환자 쏠림은 고난도 진료 경험과 장비가 집중된 결과다. 이를 되돌리려면 지역 의료기관이 임상 실적으로 실력을 증명하고 환자가 골든타임 안에 치료받을 체계를 갖춰야 한다. 온병원 췌장담도센터가 쌓은 5년의 기록이 주목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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