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서울대병원이 희귀 유전자 뇌전증 환자의 경련과 수면, 행동 등 일상생활 전반을 장기간 추적하는 자연사 연구에 나선다.
서울대병원 소아신경과 김우중 교수팀은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의 지원을 받아 ‘희귀 유전자 변이에 의한 발달 및 뇌전증성 뇌병증’ 환자를 대상으로 국내 최초 라이프로그 기반 자연사 데이터셋을 구축한다고 3일 밝혔다.
발달 및 뇌전증성 뇌병증은 경련 발작과 함께 발달 지연이 나타나는 중증 뇌전증이다.
유전자 검사 기술이 발전하면서 원인을 알 수 없었던 소아 뇌전증 가운데 상당수가 특정 유전자 이상과 관련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다만 진단 기술 발전에 비해 치료 수단은 부족하고, 환자 수가 적은 극희귀 유전자 질환은 체계적인 임상자료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국내에서는 뇌전증성 뇌병증 환자의 장기적인 질병 경과를 표준화된 방식으로 기록한 자연사 데이터가 아직 충분히 구축되지 않았다.
자연사 연구는 별도의 치료 개입 없이 질환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장기간 관찰하는 연구다. 환자 수가 적어 임상시험 대조군을 구성하기 어려운 희귀질환에서는 자연사 데이터가 치료 효과를 비교하는 외부 대조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해외에서도 희귀질환 신약 개발을 위한 자연사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뇌전증성 뇌병증인 드라베 증후군과 SYNGAP1 관련 질환에서는 각각 ENVISION과 ProMMis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번 연구에는 서울대병원이 주관기관으로 참여하고 분당서울대병원이 세부기관을 맡는다. 인하대병원, 고려대 안산병원, 조선대병원, 충북대병원, 보라매병원, 중앙대 광명병원, 경북대병원 등 전국 8개 이상 협력병원이 참여한다.
환자와 보호자는 라이프엑스와 공동 개발 중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경련과 이상운동, 수면, 행동, 삶의 질 등을 전자일지와 동영상으로 기록한다.
연구팀은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 생체 데이터 수집도 병행한다. 상명대 윤희남 교수팀과 함께 활동량과 수면 패턴, 심박변이도 등을 분석해 경련 및 증상 악화와 수면·활동·자율신경계 변화 사이의 연관성을 살펴볼 예정이다. 이를 통해 질병 중증도와 예후를 반영할 수 있는 디지털 바이오마커 후보도 발굴한다.
발달과 행동·정서, 운동능력, 의사소통, 일상생활 의존도, 수면, 삶의 질 등을 평가하는 표준화된 체계도 참여 병원에 동일하게 적용한다. 환자와 보호자가 참여하는 워크숍과 심포지엄을 열어 실제 치료 과정에서 중요하게 느끼는 목표와 어려움도 연구 설계에 반영할 계획이다.
지난 7월 25일에는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희귀 유전자 뇌전증 심포지엄’을 열고 환자 부모와 연구자, 임상 전문가들이 수면과 행동, 유전자 진단, 정밀치료, 지원 제도 등을 논의했다.
연구팀은 향후 축적된 자연사 데이터를 희귀질환 임상시험의 실사용 근거로 활용하고, 연구 플랫폼을 다른 희귀질환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규제기관의 의사결정이나 진료지침 마련을 위한 근거자료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장인 채종희 교수는 “희귀 유전자 뇌전증 환자와 가족에게는 진단뿐 아니라 치료와 일상 돌봄에 관한 정보가 절실하다”며 “새로운 치료와 관리 패러다임을 만드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우중 서울대병원 소아신경과 교수는 “희귀 유전자 뇌전증은 진단 이후에도 임상 현장에서 근거 있는 치료 정보를 얻기 어렵다”며 “환자와 가족의 일상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축적해 치료제 개발과 진료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근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