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삼성이 아산에 113조 원 규모의 첨단산업 투자를 추진한다. 삼성전자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 46조원, 삼성디스플레이 67조원이다. 지난 7월 정부와 충청권이 발표한 반도체·피지컬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와 맞물려 아산이 첨단산업 투자 중심지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가 아산에 집중되는 배경에는 삼성과 아산이 35년간 함께 쌓아온 산업 기반이 있다. 삼성에게 아산은 새롭게 가능성을 시험하는 곳이 아니라 오랜 기간 생산과 기술, 인력, 협력기업을 축적해온 ‘검증된 도시’라는 평가다.
삼성과 아산의 인연은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전자는 1990년 9월 아산 온양사업장 건설에 착수했고 1991년 11월 가동을 시작했다. 당시 온양사업장은 4메가 D램 등 반도체 제품의 조립과 검사를 담당하며 삼성전자의 반도체 후공정 경쟁력을 뒷받침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온양사업장의 역할도 커졌다.
1993년 삼성전자가 메모리 시장 점유율 세계 1위에 올라선 뒤에도 온양사업장은 반도체 패키징과 테스트 분야의 제조 노하우를 축적하며 핵심 생산기지 역할을 이어왔다.
온양사업장은 이제 HBM 중심의 첨단 반도체 생산기지로 또 한 번 변화를 앞두고 있다.
오세현 아산시장과 조성일 삼성전자 DS부문 TSP총괄 부사장은 지난 7월 22일 아산시청에서 첨단 반도체 투자와 상생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새 공장에는 축구장 약 4개 규모인 3만1000㎡의 클린룸이 들어선다. 9월 1일 착공에 들어갔으며 2029년 5월 HBM 양산을 목표로 한다.
삼성전자가 아산에 계획한 HBM 관련 투자 규모는 46조원이다.
1991년 반도체 조립·검사 사업장으로 출발한 온양사업장이 35년 만에 AI 시대 핵심 메모리인 HBM 생산을 뒷받침하는 첨단기지로 변신하는 셈이다.
삼성과 아산의 인연은 반도체에 이어 디스플레이로 확대됐다.
삼성은 2003년 탕정면 명암리 일원에 TFT-LCD 생산라인을 중심으로 아산 디스플레이시티1 산업단지를 조성했다.
대규모 생산시설이 들어서면서 탕정 일대에는 협력기업과 연구개발 인력, 물류시설이 모였다. 주거와 교통 등 도시 인프라도 함께 확충됐다.
아산이 세계적인 디스플레이 생산거점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지난 1일에는 장기간 중단됐던 아산 디스플레이시티2 일반산업단지 사업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산시는 충남도, 삼성디스플레이, 한국전력공사, 한국수자원공사와 67조원 규모의 첨단 전략산업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디스플레이시티2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1·2캠퍼스가 들어선 1단지의 후속 산업단지다. 2017년 공사에 들어갔지만 디스플레이 업황 둔화와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2021년 공사가 잠정 중단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아산을 중심으로 OLED와 차세대 디스플레이 생산라인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첫 단계로 디스플레이시티2 내 9만9141㎡ 부지에 2028년 6월까지 6500억원을 투입해 신규 생산라인을 구축한다.
삼성전자 46조원과 삼성디스플레이 67조원을 합하면 아산에 예정된 투자 규모는 113조원에 이른다.
이 같은 투자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
온양사업장을 중심으로 축적된 반도체 후공정 기술과 인력, 탕정의 디스플레이 산업기반, 협력기업 생태계가 20~30년에 걸쳐 형성됐다.
대규모 첨단산업 투자는 공장 부지만 확보한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다.
안정적인 전력과 산업용수, 숙련 인력, 협력기업, 물류망, 인허가 지원 등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아산은 삼성과 함께 이런 조건을 장기간 축적해왔다.
삼성과 아산의 관계는 산업시설에만 머물지 않았다.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은 임직원이 참여하는 ‘나눔키오스크’를 통해 지역 취약계층 아동을 지원하고 사회복지기관에 친환경 차량을 지원해왔다.
명절 직거래장터와 상생마켓을 운영해 지역 농산물 소비 확대에도 참여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2013년 아산시와 ‘행복아산 업무협약’을 맺고 복지기관 지원과 복지사각지대 해소, 사회복지사업 발굴 등에 힘을 보탰다.
탕정한마음종합사회복지관 건립 지원과 취약계층 후원, 교육환경 개선, 농촌 봉사 등도 이어왔다.
삼성이 아산에서 일자리와 수출, 산업 성장을 견인했다면 아산은 기업이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산업·도시 기반을 구축해왔다.
35년간 이어진 기업과 지역의 상생 경험이 이번 대규모 투자의 밑바탕이 된 셈이다.
113조원 투자가 본격화하면 아산의 산업지도도 다시 바뀔 전망이다.
온양은 HBM 중심의 첨단 반도체 생산기지로, 탕정은 OLED와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핵심 거점으로 기능하게 된다.
대기업 투자가 확대되면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추가 투자와 협력기업 집적도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관련 일자리와 연구개발 인력이 늘어나면 지역 상권과 주거, 교육, 교통 등 도시 전반에도 파급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산시는 대규모 투자가 계획에 그치지 않고 실제 생산시설 가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인허가와 기반시설 구축, 정주여건 개선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오세현 아산시장은 “이번 삼성의 113조원 투자는 ‘3대 메가프로젝트’의 첫 삽이 전국 최초로 아산에서 시작된다는 의미와 함께 삼성이 아산의 성장 잠재력을 다시 한 번 인정한 결정”이라며 “모든 행정 역량을 동원해 투자가 차질 없이 결실을 맺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1991년 온양의 반도체 사업장에서 시작된 삼성과 아산의 동행은 이제 HBM과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이어지고 있다.
4메가 D램에서 HBM으로, TFT-LCD에서 OLED로 산업의 중심은 바뀌었지만 삼성의 핵심 생산기지 가운데 하나라는 아산의 위치는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113조원이라는 투자 규모보다 더 주목할 대목은 한 기업이 35년 동안 같은 지역에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쌓아온 산업 기반과 협력 경험, 지역사회와의 신뢰가 다시 미래 투자로 연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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