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금융 영업 위축… 저신용자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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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신용 서민들의 대출문턱 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저신용 서민들의 대출문턱 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저신용 서민들의 대출문턱 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서민금융기관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최후의 보루격인 대부업 시장에 돈을 빌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법정최고금리 제한과 조달비용 상승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된 대부업계에서는 수년째 대출 영업을 축소하는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 쪼그라든 대부금융 시장… 자산·이용자수 급감

대부업 대출 규모는 쪼그라들고 있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28일 발표한 ‘대부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등록 대부업자 8,597개의 대출잔액은 12조5146억원으로 상반기 말(14조5,921억원)보다 2조775억원(14.2%) 감소했다. 이는 2022년 말(15조9,000원) 대비로는 3조3,854억원(21.2%) 줄어든 규모다.

대부 이용자 수 역시 대폭 줄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대부 이용자수도 72만8,000명으로 상반기 말 대비 12만명(14.2%) 감소했다. 2021년에만 해도 112만명을 기록했던 이용자수는 매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금감원 측은 지난해 말 대출 잔액과 이용자수가 상반기 대비 대폭 감소한 것과 관련해 “아프로파이낸셜의 폐업 및 대형 대부업자의 개인 신용대출 감소 등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러시앤캐시’로 유명한 대형 대부업체인 아프로파이낸셜은 지난해 10월 대부업에서 철수하고 OK저축은행 등에 자산을 양도한 바 있다. 

여기에 연체율이 급등한 상황도 대출영업 기조 축소로 이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말 기준 대형 대부업자의 연체율(원리금 연체 30일 이상)은 12.6%을 기록했다. 이는 2023년 6월(10.9%) 대비 1.7%p(퍼센트포인트) 오른 수치다. 2021년 말(6.1%) 연체율 수준과 비교하면 두 배 가량 치솟은 수준이다.

대부금융시장은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들에게 최후의 보루의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대출 규제 강화와 잇단 법정최고금리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대출 영업을 대폭 줄여오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 규제는 대부계약 시 법령에서 정한 금리 상한을 초과해 이자를 받을 수 없도록 하는 규제다. 금융기관의 시장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고 대부업 시장에서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다. 2002년 66%에 달했던 법정 최고금리 규제는 7차례의 인하를 거쳐 2021년 7월부터는 연 20%가 적용되고 있다. 

법정최고금리가 20%로 제한되면서 대부업체들은 역마진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며 폐업하거나 신규 대출을 중단하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여기에 2022년부터 기준금리인상 기조까지 겹치면서 대출 영업을 더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시중금리 인상으로 취약차주의 상환능력이 악화돼 연체율이 치솟고 조달비용 부담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저신용 서민들이 급전을 빌리는 일은 더욱 쉽지 않아졌다. 돈을 빌리지 못한 취약차주들이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 금융당국은 저신용자들의 불법사금융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측은 “급전이 필요한 취약계층을 노리는 불법사금융을 막기 위해 우수대부업자의 유지·취소요건을 정비해 저신용층에 대한 신용공급 노력이 지속되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서민취약계층의 긴급한 자금 수요를 위해 서민금융진흥원 및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정책서민금융상품에 대한 안내 및 홍보를 강화하고 대부업체의 불법행위에 대해 집중 점검하겠다”고 전했다. 

다만 이러한 대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높다. 대부업 시장을 통한 자금공급을 정상화하기 위해선 법정최고금리 상향 및 제도 개편을 비롯한 다양한 대책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 불법사금융 피해 우려 확산… 제도 개편 논의 목소리↑

지난해 대부금융협회 및 학계에서는 ‘연동형 최고금리제’ 도입을 해결 방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25일 한국대부금융협회 주최로 열린 ‘제14회 소비자금융 컨퍼런스’에서 한성대 김상봉 교수는 “고정형 법정최고금리 체계가 저신용자의 금융접근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연동형 최고금리제’ 도입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연동형 최고금리제는 법정 최고금리를 시장과 연동해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제도다. 일부 해외 국가에서 이러한 제도가 도입돼 운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제도의 도입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입법조사처)는 지난달 발간한 ‘제22대 국회 입법·정책 가이드북’을 통해 법정 최고금리 제도 개선을 언급하기도 했다. 입법조사처는 이와 관련된 향후 과제로 △법정 최고금리 인상 검토 △연동형 법정 최고금리제도에 대한 논의 △우수대부업자 기준 제도개선을 제시했다. 

입법조사처는 “대부업 시장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해 법정 최고금리 인상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법정 최고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의 연쇄적 인상으로 금리부담에 대한 부정적 효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시장상황에 대해 유연한 대응 및 취약차주의 대출시장 배제 문제를 완화할 수 있도록 법정 최고금리를 시장금리 또는 기준금리에 연동시키는 연동형 최고금리 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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